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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가락시장, 대형마트 등장 밑거름…디지털화로 유통혁신 ‘잰걸음’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4-17 조회 437
첨부파일 20240416500272.jpg




          [상전벽해 60년, K-농업을 말하다] 가락시장에서 촉발한 농산물 유통환경 변천사 

          농산물 수급기반 값형성에 물꼬 

          유통업체 등장 시장지배력 이동 

          전국 APC 건립 출하자 조직화 

          인터넷 발달 쇼핑환경 변화 바람 

          1인가구↑…편의점 유통주체로 

          세계 최초 온라인도매시장 출범



                                                                                  농민신문  김민지, 서효상 기자  2024. 4. 16



 1985년 문을 연 서울 가락시장으로 국내 농산물 유통환경은 큰 전환기를 맞는다. 깜깜이였던 농산물 거래가 투명해지고 수급에 기반한 가격이 형성됐다.

가락시장 경락가격은 전국의 기준가격이 됐고 시장에서 생성하는 각종 거래·물류 관련 정보는 유통주체에게 제공돼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변화는 1990년대 대형마트 등장에 밑거름이 됐다.

대형마트는 이마트 서울 창동점이 효시다. 1993년 11월12일, ‘상시 초저가’라는 파격적인 콘셉트를 내걸고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이곳을 구경하기 위해 매장은 인파로 가득했다.

농협유통 설립 준비가 한창이던 1995년 5월에는 서울 서초구 하나로클럽 양재점이 개장했다. 유통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여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농산물을 공급한다는 소문에 하나로클럽은 개장과 동시에 화제를 모았다.

이를 계기로 농산물 유통시장 지배력이 옮겨가기 시작했다. 기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던 수많은 수집상, 도·소매상, 이동상인 같은 중소상인들 자리를 대형 유통업체가 채웠다.

산지도 발맞춰 빠르게 움직였다. 대량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출하자를 규모화·조직화했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전국 곳곳에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가 들어섰다. 이곳에선 소비자 니즈에 맞는 농산물을 선별·포장하며 중산층 소비시대를 여는 데 일조했다. 이때부터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이른바 ‘빅3’ 대형마트가 10여년간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렇지만 인터넷 발달과 스마트폰 보급 등 온라인 기반 쇼핑환경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농산물 유통에서도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확대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온라인쇼핑 거래액(227조3470억원) 가운데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7.9%(40조6811억원)에 달했다. 그중 농축수산물은 10조8121억원에 이른다.

농산물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저녁에 주문한 것을 이튿날 새벽에 배송받는 시대가 됐다. 2015년 컬리가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익일 아침 7시 전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샛별배송’ 서비스를 선보였고, 2019년엔 쿠팡이 이와 흡사한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출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펴낸 ‘2023 식품소비행태조사’를 보면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하는 가구 중 새벽배송을 주 1회 이상 이용한다는 가구는 2019년엔 7.4%에 불과했지만 2023년엔 19.3%로 껑충 뛰었다.

시대 흐름에 맞춰 변신을 거듭하던 대형마트는 최근 ‘체류형 매장’으로 속속 탈바꿈하고 있다. 올들어 롯데마트가 선보인 ‘그랑그로서리’, 홈플러스가 출범한 ‘메가푸드마켓’이 대표적이다. 대형마트에서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갖가지 놀거리를 제공해 고객의 매장 체류시간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최신 전략의 선두에 전통의 강호 신선식품이 자리하는 건 아이러니에 가깝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농산물을 매장에 전면 배치하면서 온라인에 뺏긴 소비자의 발길을 되돌리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편의점 약진도 눈에 띈다. 1·2인가구가 급격히 늘고 근거리 장보기 문화가 확산하면서 편의점도 농산물 유통 주체로 점차 자리 잡는 모양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농촌진흥청·경북도 등과 협약을 하고 현지 과일과 채소를 전국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GS25는 ‘신선 강화형 매장(FCS)’을 만들어 소포장 과일·채소 공급을 확대했다.

농산물 유통업계에 몰아치는 디지털 전환은 도매시장도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세계 최초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이 지난해 11월30일 공식 출범했다. 시공간 제약 없이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판매자나 구매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전국 단위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이 마련된 것이다.

◇도움말=▲‘농산물 유통환경 변화 대응 현황과 시사점’(농경연, 2023년), ▲‘로켓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온라인이 바꾼 컨슈머 투자 지형도’(경향BP, 2021년) ▲‘농협유통 20년사 : 우리 농산물을 우리 ‘곁’으로＇(농협유통, 2015년) ▲‘농산물 유통환경 변화의 파급효과와 생산자조직의 대응방향’(농경연,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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