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서울 가락시장의 경매장에서 대기 중인 중국산 신선대파 모습
중국산 상장경매로 거래…출하자 우려 커져
수탁거부 금지조항 이용해 진입
정가 수의매매보다 영향력 커
무관세 물량까지 풀릴까 ‘촉각’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11. 15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서 수입 대파가 상장경매를 통해 거래되기 시작해 출하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수입 양배추가 장기간 거래돼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본지 11월13일자 6면 보도) 출하자들의 공분을 산 데 이어 수입 대파까지 본격적인 거래 물꼬를 트자 수입 농산물 공세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등에 따르면 13일부터 가락시장에서 중국산 신선대파가 상장경매를 통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수입 대파는 정가·수의 매매를 통해 극소수 중도매인들만 거래해온 품목으로, 상장경매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입 대파는 13일 7t이 반입된 것을 시작으로 14일 13t, 15일 17t 등으로 거래물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에는 3개 도매시장법인에서 경매를 진행했는데 경락값은 1㎏당 450∼1400원이었다. 같은 날 국산 대파가 상품 1㎏당 평균 3128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산의 절반 이하로 거래된 셈이다.
수입 대파 경매를 진행한 한 경매사는 “이번에 수입된 대파는 중국 산둥성이 원산지로 상품성이 나쁘지 않다”며 “최근 국산 대파가 생육부진으로 품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식자재업체나 식당 수요를 기반으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수입 대파에 대한 상장경매가 이뤄진 것은 수입업체들의 적극적인 민원에 따른 결과인 것으로 파악된다. 수입업체들은 최근 몇개월간 가락시장으로의 중국산 신선대파 출하를 꾸준히 타진해왔는데, 도매시장법인들은 국산 출하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사실상 반입을 거부해왔다.
이에 수입업체들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의 수탁의 거부금지 조항을 근거로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공사 등에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공사는 최근 도매시장법인들에 법령을 준수해달라는 업무 연락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관계자는 “‘농안법’상 수입 농산물이라 하더라도 공영도매시장에서 출하를 거부할 수 없는 게 원칙”이라며 “도매시장법인들이 수탁을 거부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해당 법령을 준수하라고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락시장에서 중국산 양배추가 거래된 데 이어 중국산 신선대파까지 상장 경매된 사실이 알려지자 출하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상장경매의 경우 모든 중도매인이 참여해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정가·수의 매매로 거래되던 것보다 국산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폐쇄적인 거래 형태인 정가·수의 매매와 달리 경매는 모두에게 개방되기 때문에 누구든 쉽게 중국산 신선대파를 구매할 수 있다”며 “경매장에서 국산과 중국산이 직접 경쟁하게 되는 꼴인데, 이 경우 국산 대파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시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김장물가 안정을 위해 대파 할당관세 수입을 추진 중이라 향후 수입물량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10월 신선대파 수입량은 490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33t) 대비 2배 넘게 늘어난 상태인데, 농식품부는 이달초 ‘김장재료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2000t 규모로 대파에 대한 할당관세 수입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무관세로 수입된 대파가 가락시장에 대량 출하될 경우 시장을 급속히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파를 수입한 한 업체 대표는 “현재 수입업체들이 정부의 무관세 수입계획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며 “기존 납품처가 없는 업체들은 모두 가락시장에 출하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원 신안대파생산자협의회장은 “대파는 저장 기간이 짧아 수입 대파 또한 수입 즉시 가락시장에 출하될 텐데 이 경우 수입 대파의 저변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여 염려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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