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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대통령이 남긴 또 하나의 기만, ‘청년농 3만명 육성’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5-01-10 조회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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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설포도 농사를 짓기 위한 농지 구입 비용으로 청창농 육성자금을 신청했다가 정부 예산 소진으로 농지 구입이 무산된 한 청년 여성농민이 지난 7일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부친의 포도밭을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구호만 세우고 예산은 나몰라라…청년농민들 피해 일파만파

           국회에 예산 편성 떠넘긴 무책임한 정부 정책, 정상화 시급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 1. 9



 지난해 8월에 1년 예산 조기소진 사태로 홍역을 치렀음에도 올해 사업 규모를 더 줄여버렸다. 이미 선발돼 있는 사업 대상 중 상반기에만 4분의3을 탈락시켰고 하반기엔 그 이상의 칼질이 예상된다. ‘청창농·후계농 육성자금’ 사업의 이 황당한 예산부족 사태는 도대체 왜 일어난 걸까.

이 사업은 30여년간 이어온 후계농 육성자금에 2018년부터 청창농 육성자금이 결합한 사업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1600~2000명의 청창농과 1000명의 후계농, 합계 3000명 안쪽의 사업 대상을 선발하고 선발 후 5년 이내에 사업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원래는 아무 문제 없이 원활히 운영되던 사업이었다.

사고는 ‘청년농 3만명 육성’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비롯됐다. 윤 대통령 당선 후 정부는 ‘청년농 3만명 육성’을 농정의 핵심 구호로 삼고 연간 청창농 선발 수를 대폭 확대하기 시작한다. 2023년 4000명, 지난해와 올해 각 5000명에 이어 내년과 후년엔 각 6000명의 선발이 예정돼 있다. 후계농 1000명씩을 더하면 매년 5000~7000명이 된다. 3000명이었던 사업 대상이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된 것이다.

정책 방향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었지만 문제는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2년까지 연간 3750억원이었던 사업 규모(신규 대출금액)를 2023년 8000억원으로 늘렸지만 한 단계 더 늘렸어야 할 지난해에 동결 결정이 났다. 급증하는 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대란이 발생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최소 3000억원의 규모 확대가 필요했음에도 올해 사업 규모는 6000억원. 오히려 2000억원을 삭감했다. 청년농민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이 사태가 누구의 책임인지는 불분명하다. 정부가 경위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청년농민들의 항의 민원을 직접 받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중간에서’ 곤란해하는 듯한 뉘앙스가 일관되게 감지된다.

어느 정도 추측은 해볼 수 있다. ‘청년농 3만명 육성’은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기 때문에 농식품부의 중점 사업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지난 2년여의 농정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기획재정부의 농업 경시 풍조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뚜렷했고 특히 청창농 육성자금 같은 이차보전(이자 차액보전) 사업엔 완고한 축소 기조를 유지했다. 예산 협조는 쉽지 않았을 것이고, 농식품부가 사실상 기재부에 종속돼버린 현 정부 구조에선 부처 간 줄다리기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공약이 진심이었다면 대통령이 중재해야 할 상황이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는 건 대통령이 방관했거나 기재부의 손을 들어줬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사업 규모만 대폭 늘려버렸다. 그렇다면 해법은 단 하나, 예산 조정 권한이 있는 국회가 예산을 늘려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내년 이후의 예산 확보 방안을 묻는 질문에 농식품부는 ‘기재부의 협조’가 아닌 ‘국회의 협조’를 호소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부(기재부)엔 이 사업 예산을 늘릴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이번 사태의 결정적 원인이 된 것이 정부의 이같은 무책임한 태도다. 지난해 말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 사업 예산에 일부 증액이 논의됐지만 막판 여야 대립 과정에서 무산되면서 6000억원이라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사업 규모가 확정됐다(필요 사업 규모 1조1000억원). 정부가 처음부터 예산을 책임 편성하지 않는 한, 사업의 명운은 순전히 국회의 결정에 달리게 되고 지금처럼 정쟁이 극심한 상황이라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다.

예산안이 이미 확정된 이상, 당장 올해 벌어진 대란의 해법은 국회 추경밖에 없다. 농식품부의 설명에 따르면 다행히 필요 증액분이 많지는 않다. 사업 정상화를 위해 늘려야 할 사업량은 5000억원이지만 5000억원 대출에 대한 이자 일부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할 뿐이기 때문에, 19억원 정도의 증액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예산 조정 과정에서 어렵잖게 움직일 수 있는 액수다. 단, 올해 농업예산 추경에선 무기질비료·농업면세유 지원예산 등 다른 중요 사안들이 유난히 많아 최대한 공론화를 선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설령 추경이 가능하다 해도 임시 땜질일 뿐, 그것으로 마무리할 일은 아니다. 2년 연속 벌어진 대란 사태의 책임자를 찾아 문책하고 과실을 바로잡지 않으면 내년 이후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 권한 역시 국회가 손에 쥐고 있으며 이에 피해 청년농민들이 다방면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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