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배추·양배추 등 엽근채소 시세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추석까지 이어진 이상고온으로 생육이 부진한 탓이다. 늦더위 이후 가을에 쏟아진 폭우로 밭이 아예 잠기거나 유실된 물량도 많다. 봄 물량 출하 전까지는 높은 시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종기 고온으로 생육 부진…물량 부족
6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무 경락값은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3만174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평균(1만63원)보다 215.4%, 평년 1월(1만2186원)보다 160.5% 높다. 같은 날 배추 10㎏들이 상품 한망은 1만5386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평균(6183원)보다 148.8%, 평년 1월(6229원)보다 147.0% 올랐다. 양배추 8㎏들이 상품 한망은 1만2977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평균(4983원)보다 160.4%, 평년 1월(6446원)보다 101.3% 상승했다.
1차 원인은 공급량 부족이다. 1월초 기준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무는 전량 제주산이다. 김명배 대아청과 팀장은 “현지 무 파종기(지난해 8월 하순∼9월 상순) 폭염이 이어져 씨앗이 제대로 발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싹 트지 못한 면적엔 보식 작업을 벌였지만 그마저도 가을철 쏟아진 집중호우로 생육이 좋지 않았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가공용 수요가 늘어난 것도 값 상승을 불렀다. 김치·치킨무 가공업계에선 지난해 가을무값이 높은 까닭에 저장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겨울무 확보 경쟁이 불붙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지난해 10∼11월 무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경락값은 2만3000원대를 웃돌았다. 평년 동기 가격이 각각 1만5219원, 1만1252원인 것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높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가을무 시세가 급등하자 가공업체들에서 겨울무 확보를 염두에 두고 저장창고를 비워뒀는데 최근 매입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남 해남에서 주로 출하되는 배추도 비슷한 상황이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김장철 충청권 물량이 달리면서 해남산 배추가 앞당겨 출하됐다”며 “해남 작황 자체도 좋지는 않은데 미리 소비한 물량 영향으로 전체적인 공급량은 더 부족하다”고 말했다.
◆봄 물량 출하 때까지 고시세 이어질 듯
엽근채소류 시세 흐름은 3월에 접어들 때까지 계속될 것이란 게 시장 유통인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남은 겨울철 날씨 등이 호조를 보인다면 값이 어느 정도 안정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사무총장은 “무·배추는 1∼2월 기상 상황에 따라 늦갈이 물량이 제대로 커준다면 공급량이 소폭 늘어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송영종 대아청과 부장은 “제주와 전남 무안 지역에서 3∼4월 수확할 양배추 면적이 1∼2월보다 더 넓은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3월에 접어들면 시세가 안정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