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물가 영향으로 심각한 경기 침체가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농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농축산물 할인 지원과 농식품·에너지 바우처 등 생활물가 대응·관리를 위해 11조60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 중 먹거리 할인 지원 예산은 상반기 안에 80%를 신속 집행한다. 설 성수품 공급 대책도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할 예정이다. 과감한 할인 지원 등으로 내수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원활한 과일 공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과일 10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추가로 적용한다. 상반기 동안 바나나 20만t, 파인애플 4만6000t, 망고 2만5000t, 자몽 6000t, 아보카도 2000t, 망고스틴 1400t에 대한 관세율 30%가 사라진다. 같은 기간 두리안 1700t, 으깬 감귤류 2000t의 관세 45%는 15%로, 만다린 2800t의 50%는 20%로 준다. 오렌지에 붙은 관세 50%는 1∼2월에 20%로 낮아진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장바구니 물가를 잡겠다면서 농산물 수입 문턱을 낮춰왔다. 그 결과 지난해 바나나·오렌지 수입량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농업계는 “수입 과일 등이 대거 들어오면 국산 소비가 줄어 국내 생산기반이 약화된다”면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런 수입 확대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비축 관리도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이상기후로 농산물 생산량이 급감했던 것을 반영해 기상 여건에 맞춰 비축량을 최적으로 관리한다. 또 신선 비축체계를 구축해 비축한 농산물의 보관 기관을 종전보다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노후 비축기지를 현대화하고 CA(controlled atmosphere·기체농도 조절) 저장고 신규 도입을 검토한다.
나아가 정부는 국민의 먹거리 부담을 근본적으로 덜 수 있도록 ▲해외 생산 ▲수급 예측 ▲유통 개선 ▲인재 유입 분야의 방안을 담아 ‘구조적 먹거리 부담완화 4종 패키지’를 추진한다.
먼저 해외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 민간 기업이 해외 농업개발에 나설 때 금융 지원을 제공한다. 일례로 배추의 경우 사업비의 최대 70%를 한국농어촌공사가 융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급 예측은 농업관측정보에 수요 변화를 반영한 수급 예측모델을 개발해 정확도를 높인다.
온라인 도매시장을 강화해 유통 개선도 도모한다. 대형 구매업체의 거래 비중을 현재 7.5%에서 20%까지 늘리는 등 연간 거래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산지와 수요업체 간 선도거래 활성화를 위해 계약재배 전 단계의 온라인화도 추진한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가 고용허가제(E-9) 농축산어업 분야에 지원할 때 계절근로(E-8) 경력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농번기 일손인 계절근로로 신청을 유인하기 위한 취지다. 연내 스마트농업 관리사 자격시험을 실시해 인재를 배출하고 2027년까지 전체 온실의 30%를 스마트팜으로 전환하는 등 농업분야 인재 확충에 나선다.
한편 경기 침체로 경영악화에 내몰린 농업계와 정치권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방향 내에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 등 농가경영비 지원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재훈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2일 브리핑에서 “당장 추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경제 여건 전반에 대해 1분기 중 재점검을 하고 필요 시 추가 경기 보강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