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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외감귤을 염가에 판매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직거래 A 플랫폼의 사이트 갈무리(왼쪽). 소비자가 올린 후기(오른쪽)를 살펴보면 종이컵 크기보다 큰 상품외감귤인 것으로 확인된다.
판로 위기 처한 농가 구하겠단 취지의 직거래 플랫폼 활성화 추세
미끼용 ‘초특가’ 상품 판매도 다수…가격 왜곡, 시장 혼란 우려 커
농가 상생 강조하지만 유통돼선 안 될 ‘규격 외 상품’ 버젓이 판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5. 1. 5
최근 판로를 찾지 못한 농가의 사례를 앞세운 직거래 플랫폼이 대거 등장해 활성화하고 있다. 농가 직거래를 알선하는 해당 플랫폼의 등장과 활성화는 유통단계 단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플랫폼에서 소비자를 현혹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자행되는 ‘초특가’ 판매 및 규격 외 비상품 판매는 오히려 제대로 된 가격 형성 구조를 왜곡하고 시장을 혼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이상기후로 최근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비상품 농산물의 비중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에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매일 소비되는 품목인 농산물가격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추세다.
농산물가격의 등락에 유독 민감히 반응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값싼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편승한 직거래 플랫폼의 거래 또한 증가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플랫폼들이 ‘농가 상생’, ‘농가 살리기’ 등을 앞세워 홍보에 매진하고 있으나, 실제 농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는 데 있다.
호객 목적 초특가…‘시장 혼란’으로
농식품 직거래 A 플랫폼에서는 현재 조생종 노지 감귤 10kg 한 박스를 9900원에 판매 중이다. A 플랫폼은 ‘농가돕기’·‘한정특가’를 앞세워 1kg당 990원이라는 가격을 강조하고 있는데, 농민들은 말도 안 되는 판매가격이 소비자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주도에서 감귤을 재배 중인 농민 B씨는 “아무리 대과라도 10kg 한 박스 9900원은 나올 수 없는 가격이다. 농가를 돕고 농가를 살리겠다고 홍보하면서 농산물을 할인해 저렇게 낮은 가격에 판매해선 안 된다. 저건 농가를 돕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시장 가격을 흐리는 행태밖에 안 된다”고 격분했다. 이어 B씨는 “한정 판매라고 하지만 10kg 귤 한 박스를 9900원 주고 산 소비자들은 추후 감귤을 구매할 때 해당 가격을 기준으로 삼게 된다. 10kg당 9900원 감귤을 산 경험이 있는데 그보다 가격이 높으면 자연히 ‘귤이 비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올해 제주 산지 포전거래(밭떼기) 단가는 10kg 2만원 정도다. 농가 전언에 의하면 올해는 물량이 평년보다 적은 편이다 보니 포전거래 형태라기보다, 농가가 선별하지 않고 생산·수확해 창고에 저장 중인 감귤을 산지유통인이 10kg당 2만원에 가져가고 있다. 이러한 산지 거래가격은 생산량 감소 영향으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한 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024년 감귤(노지온주) 생산량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2024년 생산량은 37만1000톤 내외로 파악되며, 이는 전년 대비 8.6% 감소한 수치다. 단수도 10a당 2651kg로 전년보다 7% 줄었다. 원인으론 서귀포지역의 해거리와 열과 피해, 부패과 발생이 증가한 탓이 주요하다. 아울러 농경연은 12월 감귤(노지온주) 상품 도매가격을 5kg 기준 1만6000원 내외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지난해 12월 24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 동안 거래된 감귤 상품 도매가격은 5kg 상자 기준 1만7777원을 기록했다.
유통해선 안 될 ‘비상품’ 버젓이 판매
염가로 판매되는 직거래 플랫폼의 상품이 규격 외 농산물인 점도 문제다.
A 플랫폼이 10kg당 9900원에 판매 중인 해당 감귤의 후기를 살펴보면, 종이컵 높이보다도 감귤의 지름이 더 크다. 종이컵 높이가 7cm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농산물 표준규격 상 제일 큰 크기인 2L 기준을 초과한다는 의미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농산물 표준규격은 국내에서 생산돼 신선한 상태로 유통되는 감귤에 적용된다. 온주밀감 및 이와 유사한 품종은 1개의 지름과 무게로 크기를 구분하는데, 크기는 △2S △S △M △L △2L 다섯 개로 구분된다. 각각의 1개 지름 크기는 △2S(49~53mm) △S(54~58mm) △M(59~62mm) △L(63~66mm) △2L(67~70mm) 등이다. 2L보다 큰 귤은 표준규격을 벗어나는 ‘상품외감귤’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고품질 감귤 유통을 위해「제주특별자치도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제31조에 따라 상품외감귤을 출하·유통시킨 운송업체 또는 출하·유통시킨 자’에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일반적으로 규격을 벗어난 상품외감귤은 농협이 수매해 가공용으로 활용한다. 물론 농가에 따라 직접 가공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 상품으로는 유통·판매해선 안 되기 때문에 상품외감귤은 전량 가공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이에 상품외감귤은 현재 1kg당 210원, 20kg 상자 기준 4200원에 수매되고 있다.
농민 C씨에 따르면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2024년엔 상품외감귤의 비중이 농가마다 아주 높게 나타나는 상황이다. C씨는 “고온으로 낙과가 심했다. 다들 이런 경우가 없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며 “심한 경우 생산량이 50%나 줄어들기도 했다. 낙과가 이뤄지다 보니 나무 영양분이 남아 있는 과실에 쏠려 대과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고, 전체 생산량이 줄다 보니 체감상 규격을 벗어난 귤의 비중이 높아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생산량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감귤 가격이 평년보다 높게 형성되자, 가공용 감귤을 구매해 상품으로 판매하려는 업자들의 행태가 실제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현장 농민에 따르면 상품외감귤을 가공용으로 팔고자 트럭에 싣고 농협에 줄을 서 있으면 몇몇 상인이 명함을 돌리며 수매단가보다 웃돈을 얹어 비규격품을 사겠다는 의사를 내보인다고 한다. 이에 농민들은 일부 상인이 상품외감귤을 싼값에 구매해 이를 가공용으로 활용하지 않고 직거래 플랫폼 등에서 판매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 감귤유통과는 조례에 근거해 지난해 9월부터 단속을 진행 중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12월 말까지 62건의 상품외감귤 유통·판매를 적발했다. 극조생 감귤을 강제 착색하거나 표준규격에서 벗어난 감귤을 유통하는 행위 등을 집중 단속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도는 62건 중 32건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내린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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