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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는 우원식 국회의장
* 윤석열 정부는 야당의 양곡법 개정과 가격안정제에 대응해 소득보장보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경영안정제도 부터...축산방역청 신설까지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2025. 1. 2
무엇이든지 때가 있다. 그때가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아이디어라도 복잡다단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현실 세계에선 성과는 고사하고 뿌리내리기도 힘들다.
불법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유력한 지금 대선이 농정 개혁을 위한 논의의 장 없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어서는 안될 일 지난 3년여간 농장에서 식탁까지와 팜인사이트가 주목한 농정 이슈 11가지를 간추려 소개한다.
1. 시장 중심 농정 전환 위한 필수 조건 ‘경영안정제도’
지난 25년간 시장 중심 농정, 민간 중심 농정으로의 전환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소비자와 생산자 양쪽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장 중심 농정이 정말 이뤄지게 된다면 생산자들은 공급량을 줄여 가격을 높게 형성되도록 할 것인데,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소비자의 저항에 직면하기 때문에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개입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부의 개입은 공급을 확대하는 전략이고, 이러한 전략이 지속되면 가격 하락에 따른 소득감소라는 리스크에 농가들이 노출되게 된다.
지금까지 정부는 가격 하락 리스크에는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지 않는 반면, 가격이 상승해 발생하는 소비자 리스크에는 적극 반응하면서 장기적으로 생산자의 편익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농산물 가격의 폭락과 폭등이 반복해 왔던 것이다. 농가가 걱정하는 가격 하락 리스크 만 해소될 수 있다면 농산물은 충분히 공급될 수 있게 되는데 단순히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만을 염두할 경우 잉여 농산물의 폐기가 불가피하지만,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고, 수입 농산물 일색인 가공식품에도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농가의 경영안정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가격 하락 리스크와 관련하여 역대 정부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고, 상황에 따라 수매해 시장 격리를 하기도 하고, 산지폐기도 하기도 했지만 충분치 못했다. 그러던 중 2021년산 쌀 가격 폭락 문제가 불거졌고 이를 적극 대처하지 못해 민주당은 정권을 잃게 되는 일까지 겪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후 정부의 재량에 따라 실시하는 쌀 가격 안정 정책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정부의 재량은 축소하고 준칙에 따라 쌀의 수급을 조절하고, 논의 타작물재배사업 명문화를 추진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가 반대의견을 내면서 준칙에 의한 양곡수급관리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첫 법안이 되었고, 민주당은 농산물 가격 안정에 대해 더 숙고하면서 쌀뿐만 아니라 다른 농산물에서도 농가 경영 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농산물가격안정제가 필요하다며 농안법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현정부는 수입보장보험의 확대를 통해 농가 경영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농식품 등 식량의 충분한 공급과 농가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가격안정제와 수입보장보험 두 프로그램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며, 두 프로그램 시행에서 오는 비용과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가격은 수급에 따라서도 결정되지만, 품질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가격안정제는 품질 문제와 관련한 안전장치가 없어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2. 농정에서의 준칙주의 · 재량주의
정부의 시장 개입 방법에 있어서도 원칙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에 모든 것을 맡기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정부가 재량에 따라 수급안정, 가격안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할 것이냐 아니면, 준칙을 정해 놓고 정부가 개입할 때와 개입하지 않을 때를 명확히 할 것이냐이다.
재량에 따른 정부의 시장 개입은 정권에 따라, 시장 상황에 따라 개입 방법이나 강도가 천차만별로 나올 수 있다. 똑같은 상황인데 어떤 정부는 적극 개입하고, 어떤 정부는 무관심하기도 하고, 과거보다 상황이 더 나쁜데도 이전 정부보다 개입의 강도가 낮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농가들은 실력 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우는 아이에게 젖을 더 주는 일이 분명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주체들이 가장 좋지 않게 여기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준칙에 의해 정부의 개입 수준을 정한다면 불확실성은 제거된다. 정부가 언제 시장에 개입할지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농가들이나 유통인들이 역선택을 하는 일도 사라지게 된다.
더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정에선 주무부처이지만 예산을 손에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입김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재량이 커지면 기획재정부 등 예산당국, 물가당국의 압박으로 인해 농식품부가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한 시장 개입이 가로막힐 수밖에 없다.
결국 물가관리당국, 예산당국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법률에 의거한 준칙이 마련되는 것이 유리하다 하겠다.
3. 규모화보다 농지 집약화
농지 집약화는 우리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과 노동강도를 낮추는 프로그램이다. 한때 우리 농지법에서는 1인이 소유할 수 있는 농지의 면적을 제한한 적이 있었다. 농민은 많은데 농지의 보급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몇몇 사람이 농지를 대규모로 점유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함이었다.
이후 1990년대 시장개방을 앞두고 해당 법규는 사라지고 규모화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도입되었지만, 정부가 소규모 농지를 매입해 경지정리를 한 이후 큰 단위의 농지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면 매매를 통해서 획득한 농지는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농작업을 위해 자주 이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농작업 시간이 길어지고 노동강도와 비용은 상승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점점 농업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임을 감안해 농지 집약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할 때가 됐으며, 고비용 농업 구조를 탈피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될 것이다.
4.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유통구조 개선, 유통구조 개혁 등의 이야기는 너무 오랫동안 이야기되었지만, 손에 잡힐만한 결과물을 얻은 경우가 거의 없다.
보통 유통구조 개선 등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할 때 대두되는데, 가격은 시장 상황의 결과물일 뿐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도매시장을 조작해 가격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도매시장의 유무와 상관없이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은 오르고,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도매시장이 없는 계란, 닭고기 등도 수요와 공급 상황 변화에 따라 가격의 등락이 발생하고 극단적으로 공급이 부족하거나, 극단적으로 공급이 많아 가격이 폭등하기도 폭락하기도 한다.
이는 도매시장이나 거래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상황이 가격이라는 지표로 나타난 것뿐이다.
그렇다면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유통의 선진화는 어떤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먼저 1979년 계획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건설 계획을 살펴보자. 가락시장은 농수산물 전반에 대한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선, 물량공급과 판매 효율화, 대형 차량의 도심 진입에 따른 교통체증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됐다.
용산, 동부 등 2개 청과회사, 노량진과 종암동 2개 수산 및 건어물시장, 마장동과 영등포의 축산시장이 가락동으로의 통합이 추진됐으며, 가락시장 개장 이후 거래 가격이 투명해지고, 도심으로 차량 진입 없이 시장에 도달할 수 있어 물류 흐름이 좋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매제의 도입으로 투명한 가격 결정할 수 있어 신뢰가 높아졌고 이후 전자경매제 도입으로 효율성과 편리성을 극대화했다.
쓰레기 문제 해소를 위해 시장 내 채소를 다듬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가 있기도 했고 상하차 편리성을 위해 팔레트의 도입, 이를 가능케 한 포장 유통 의무화, 포장 규격화가 꾸준히 진행됐다.
이렇듯 유통구조 개선은 효율성을 높이고 편리성을 높이는 방향, 표준화, 비용 절감, 품질개선, 거래 안전성 향상 등의 방향으로 움직였으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과제 발굴 또한 막연하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위의 카테고리에서 취약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방향이 돼야 한다.
유통에는 유통비용이라는 것과 거래비용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유통비용은 유통과정에 들어가는 직간접적 비용을 합한 것인데, 상하차비, 포장비, 운송비, 보관비, 각종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거래비용은 거래를 위한 대상 탐색 등 정보비용, 협상, 계약, 계약의 이행 등을 위해 사용되는 유무형의 비용을 이야기 한다. 유통구조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은 거래비용을 낮추는 방향이어야 한다.
유통비용은 어떤 플레이어도 높은 금액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즉 직거래를 하던, 도매시장을 경유하던,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던 어떤 방식으로 유통을 하던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통구조 개선이나 개혁 노력은 어떤 방식이 비용이 적게들 것이라고 규범을 세우고 맞춰가는 방식이어서 성과를 낼 수 없었다.
현재 가장 필요한 유통분야 정책은 도매시장의 시설 현대화, 도매시장 이외의 유통 플랫폼에서의 거래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압축될 수 있다.
5. 농협개혁
농협은 조합장 직선제를 시작으로 2000년 농협, 축협, 인삼협 중앙회 합병을 통한 중앙회 슬림화 회원조합 경제사업 활상화를 위한 개혁을 단행했으며, 2013년 중앙회 경제사업 활성화를 이유로 신경분리 개혁을 단행했다.
협동조합 민주화 이후 각 개혁 조치가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이후 제대로된 평가가 나오지 않아 단언하기 어렵지만, 2000년 농축협 통합으로 중앙회 조직이 슬림화 되고 회원조합 사업이 활성화됐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농협 브랜드 사용으로 상호금융사업에서 시너지가 있기는 했지만, 개혁의 효과로 농축인삼협이 성장했는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는 따져본 이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실시된 신경분리는 신용부분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아 잘못된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 형태로 했다면 금융지주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중앙회에 배당하고 중앙회는 이를 회원조합 지원이나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기에 용이할 수 있었으나 중앙회가 경제지주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은 출자나 대출 이외에는 방법이 없어 당초 취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신경분리 이후 10년이 훌쩍 넘은 시점에서 앞으로의 농협 개혁은 현재 농민운동이 품목중심으로 전환된 점을 고려해 중앙회도 종합농협 형태에서 벗어나 품목별 연합회 형태로 중앙회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조합과 조합원의 동질성을 높여 경제사업의 목표가 분명해지고, 전문성을 높일 수도 있으며,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실제 품목을 영위하는 농가에 직접적인 이익이 갈 수 있도록 조직 운영이 가능해지는 강점이 있다.
6. 기후 위기 대응
문재인 정부 이후 기후 위기 대응은 농축산분야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축산 대체식품 활성화, 가축분뇨처리 고도화, 저메탄사료와 저단백질사료 보급, 논에서의 감축 프로그램 등 여러 감축프로그램에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배출량의 3% 내외로 얼마 되지않으며,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필요 이상의 낭비를 하고 있다.
농업분야의 대응 프로그램은 감축이 아닌 기후변화 적응 프로그램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가뭄, 폭설, 폭우 등 기후 변화 이상 증세가 매년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을 보면 스마트온실의 확대, 기상재해 조기 경보, 치수 능력 확대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적응 프로그램 중 핵심은 논에 있다. 정부가 쌀 생산량 조정을 위해 타작물재배를 유도하고 있고, 축사도 논으로 많이 이전했지만 폭우에 대비한 배수시설, 논 복토, 폭설에 대비한 비닐하우스나 축사의 내구성에 대한 논의는 별로 이뤄진게 없다.
매년 침수가 일어나며 가축이 폐사하고 비닐하우스 등의 유실 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천수답처럼 비가 적게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큰 대응이 없다.
스마트 기술의 농업과 축산 적용도 필요하고, 재배지의 북상 등 적합한 작목 선택도 필요하지만 주식인 벼의 침수 등으로 인한 흉작가능성, 논으로 간 비닐하우스, 논으로 간 축사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책이 가장 시급한 기후 위기 대응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
7. 누가 농사를 지을 것인가?
2023년 기준 전체 농가 인구는 208만8781명으로 영농에 가담할 수 있는 25세~39세까지 농가 인구는 11만1970명으로 전체 농가수의 5.4%에 불과하다.(통계청)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농가호수는 102만 3,000호로 이 중 40세 미만은 7천호, 40~49세는 4만2,000호로 조사되었다. 65세 이상은 64만6000초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앞으로 10년 후가 되면 65세 이상 노인 대부분은 영농현장을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언론이 지방소멸, 농촌소멸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부정적으로 바라볼게 아니라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영농의 규모화를 이룰 기회로 삼는 것이 현실적이다.
40세 미만 농가가 7천호에 불과한데, 앞으로 30년간 비슷한 규모로 농가가 유입된다고 가정할 때 2050년 경에는 전체 농가는 5만호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기준 경지면적은 152만 8천ha로 이를 5만호가 분배해 소유한다면 호당 평균 경작면적은 30ha가 된다. 유럽의 농업 강국 프랑스가 농가 호당 55ha 정도의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30ha도 결코 넓은 면적은 아니라 할수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 농가 호당 평균 경지면적은 1.5ha에 불과해 영농의 기계화 등 생산성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102만호가 1.5ha씩밖에 보유하고 있는 농지를 30ha까지 늘어난다면, 농작업의 기계화는 물론이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현재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 열위에 있는 농업이 수입농산물과 가격으로도 겨룰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이는 농업이 소농중심에서 중대농 중심으로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에 대비한 농지 개혁 등이 첨예하게 이야기돼야 한다.
8. 식량안보를 위한 수출 농업
농식품의 수출은 식량 안보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식량안보는 식량이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원활히 공급되지 못할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식량의 부족상황을 대비해 식량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 배양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쌀의 적정 생산을 위해 감산 정책을 오랫동안 펼치고 있지만, 식량 안보 차원에서 매우 부적절한 정책이다.
쌀은 주식이고 재해 등으로 생산이 급감하면 이를 해외에서 조달하기도 어려운 품목이다. 쌀은 수요보다 충분히 생산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국내에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수출을 통해 수급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공급이 충분해 지면 수요도 늘어나 가공식품, 외식업계 등에서도 찾게 되는 만큼 어떤 품목이든 최대한 많이 생산될 수 있도록 해 식량이 부족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해야 한다. 수출을 생산량의 10~20%수준에서 꾸준히 하고 있다면 이상기후 등으로 생산량이 5~10% 줄어들더라도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리면 수급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9. 축산행정 기능중심 조직·제도 품목 중심으로 전환
현재 축산행정은 축산업의 규모 그리고 복잡한 규제 등을 고려할 때 축산업 발전을 견인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축산행정은 과거에는 유능해 보일 정도로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산업의 발전 속도에 걸맞는 능력을 보여주었으나, 현재는 빈약한 조직, 낙후된 제도, 인적 자원의 부재 등이 겹치면서 축산업계를 리드하기는커녕 직면한 문제 조차 해결 못하는 난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 축산분야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그에 대응한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면서 행정 서비스의 질은 낮아지고 있으며, 품목의 전문화와 규모화가 2000년대 중반에 이미 이뤄졌지만, 조직은 기능 중심으로 짜져 있으면서 하나의 품목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부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서와 기관을 찾아다녀야 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방역, 진흥, 제도, 유통, 위생, 개량 등의 전문 부서가 아닌, 하나의 품목부서 안에 여러 기능을 탑재 하고 각 과장은 지금의 축산국장과 같이 품목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총괄하도록 함으로써 일사분란하게 해당 품목에 직면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축산행정조직을 기능 중심에서 품목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과 함께 가칭 ‘축산방역청’으로 독립도 필요한데, 악성 가축전염병 발병이 수시로 일어나는 특성을 고려해 축산방역청으로 독립하면 가축 질병 확산으로 인한 비상사태에 농식품부 전 조직이 매달릴 필요 없이 축산방역청이 단독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농식품부 조직의 안정성을 높이고 일상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도 줄어들게 된다.
이는 산림업무가 산림청으로 일원화 되면서 경험하고 있는데, 국가 비상 수준의 산불이 동해안 일대에서 일어났지만 농식품부는 기존에 하던 업무를 진행했고 산림청이 해당 업무에 역량을 집중해 감당하는 식이다.
축산법률도 품목이 아닌 기능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보니 산업의 상황이 다른 품목마다 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달라지면서 법 개정이 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법률 체계를 기본법과 품목법 형태로 혁신하는 것이다. 방역, 개량, 인허가, 수급조절, 위생, 자조금 등을 담은 기본법이 상위에 존재하고 각 기본법에 담긴 내용을 각 품목법에 각 품목 상황에 맞게 담아 냄으로써 각 품목의 입장차로 법 개정이 늦어지거나 후퇴하는 등의 일이 줄어들 수 있게 된다.
공무원들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현재 행정직 중심의 선발체계를 축산기술직도 다수 선발해 전문성을 높이고, 축산일반직, 축산환경직 등으로 전문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과거 축산직은 9급을 주로 채용하고 있는데 7급, 5급으로도 선발해 인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요약하면 조직의 혁신, 제도의 정비, 인적자원 확보를 위해 품목 중심 조직과 제도로 전환하고, 축산방역청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체계가 되겠다.
축산뿐만 아니라 현재 농식품부의 행정체계나 법령체계를 상황에 따라서 기능 중심에서 품목 중심, 산업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10. 도축세에 준하는 축산세 신설과 자조금제도 개편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는 축산농가와 도축업계를 돕는 일에 앞장섰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도축세라는 세금이 축산농가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소의 경우 마리당 3만원을 도축할 때마다 도축장 소재지 지자체에 납부했다.
이렇게 모인 자금을 활용해 축산농가도 돕고, 도축장도 지원하고 일반회계에 편입해 지자체에 여러 경비로 사용했다. 이와 달리 경종농가는 지자체에 세금납부를 하지 않는다.
관내 산업시설이 거의 없는 지역의 경우 도축세는 매우 유용했다. 가축이 많이 사육되도록 유도하고 관내 도축장을 이용할 경우 여러 혜택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도축세 폐지 이후 도축장도 축산농장도 냄새만 풍기는 혐오 시설이 되면서 여러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지자체와 축산업과 협력 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도축세에 준하는 가칭 축산세 신설이 필요하다. 소와 돼지 등 도축할때만 부과했던 세금은 축산세로 전환해 모든 가축이 출하할 때 마다 납부토록 하고 젖소와 계란은 주 산물을 판매해 정산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식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 일부는 자조금으로 일부는 지자체 세금으로 편입되어 지자체가 확보한 세금으로 축산농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전국 단위로 운영되는 자조금도 품목에 따라 광역시·도 단위로 조직을 마련하고 거출 및 지출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각 지역 자조금조직은 지방정부와 관계 개선이 시급한 축산 현안을 주도적으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여기서 축산세 거출도 지방정부가 담당함으로써 현재 거출창구 등을 마련하지 못해 활성화되지 못한 품목도 자조금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11. 축산 가격 안정 공제 도입 필요
축산물의 수급 안정과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가격 변동에서 오는 리스크를 완충해 주는 금융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최근 농안법과 양곡법 개정으로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야당은 농산물 가격안정제 정부와 여당은 수입보장보험이라는 카드를 가지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에서 축산은 빠져 있는데, 축산분야도 가격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농장과 식탁은 가격안정 프로그램이 농가가 가격 하락에서 오는 손실을 보전 받는 1차원적인 목적을 넘어 가격이 하락해 손실보전금이 지급되는 상황을 막는 적극적인 수급조절 프로그램으로 가격안정 프로그램 활용을 주장해 왔다.
현재 송아지안정제는 발동조건이 까다로워 농가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데, 이를 한우가격안정공제로 전환하고 가격 하락시 손실분을 보전해 주는 것과 함께, 농가들과 정부가 매칭해 조성한 안정기금을 활용해 수시로 수급조절 프로그램을 실시해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반대로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폭등하는 일을 예방하는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
가격이 하락하면 공제에 가입한 농가에 손실 일부를 보전해 주는 것은 공제운영기관이 수급조절에 실패했을 때의 상황이고, 조성된 기금을 운영해 발생한 수익금을 활용해 상시 사육수를 조절하는 지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10년 주기의 한우 수급 사이클에서 가격이 하락이 예상되는 해의 3~4년전부터 암소 비육 지원 자금을 저리나 무이자로 지원하거나, 보조금을 일부 지급하는 방식으로 암소의 수 조절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한우 등에 성감별 정액을 농가에 공급해 거세우가 필요할 때는 수소 정액을 좀더 많이 공급하고, 번식우가 필요한 시기에는 암소 정액을 더 공급하는 방식으로 선제적 수급을 조절할 수도 있다. 여기에 필요로 하는 자금은 가격안정공제 수익금을 활용한다면 실질적으로 한우 수급과 가격, 농가 수입을 보장해 주는 역할을 할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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