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창업농·후계농 육성자금이 지난해 ‘예산 조기소진’ 파동에 이어 올해 초 ‘극악의 경쟁률’로 또다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예산 조기소진 대란 이어
올해 연초부터 ‘극악의 경쟁률’
예산 빠진 정책에 청년농만 피해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 1. 2
지난해 ‘8월 예산 조기소진’ 사태로 대란을 겪었던 청년창업농·후계농 육성자금(청창농 육성자금)에 올해는 연초부터 대란이 닥쳤다. 신청 접수가 조기 종료됐을지언정 신청만 하면 대상 선정은 무난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신청을 해도 선정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청창농 육성자금은 농업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정부가 장기 저리 융자(최대 5억원)를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농촌에 기반이 부족하고 자금력이 약한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으로 꼽힌다.
문제는 윤석열정부가 ‘청년농 3만명 육성’을 예산 확보 없이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사업 대상이 되는 청년농의 수를 2023년부터 기존의 두 배 수준으로 대폭 늘렸고 대출 한도까지 높였는데, 그에 걸맞은 예산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간당간당하게 한 해 한 해를 넘어오던 이 사업은 급기야 지난해 임계점을 초과했다. 여름이 채 가기 전인 8월에 1년 예산이 동나버렸고 청년농들은 적어도 연말까지는 정부 대출 지원을 받을 길이 없어졌다.
그런데 사태는 해가 바뀐다고 끝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올해 청창농 육성자금 신규 대출 규모는 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2000억원이 줄었다. 신규 청년농·후계농을 ‘청년농 3만명 육성’ 계획에 맞춰 계속해서 늘리고 있는 상태에서였다. 지난해 이상의 대란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궁여지책을 내놨다. 사업 신청을 선착순으로 받던 지난해까지와 달리, 올해는 상·하반기에 나눠 신청을 받고 영농경영 및 상환능력 등을 심사해 대상자를 `선별''하기로 한 것이다. 영농계획이 충실히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청년농이 연초에 경쟁적으로 사업을 신청하는 걸 막기 위한 방책이다.
하지만 이 ‘대상자 선별’ 방식은 또 다른 대란을 촉발했다. 예산 부족 실태를 반영하듯 심사·평가가 매우 엄격하게 이뤄지면서 지난해까진 거의 없었던 ‘탈락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시군마다 ‘12명 중 1명’, ‘30명 중 2명’ 등 터무니없는 수준의 선정률이 확인되고 있고 “(농지)계약서가 있는데도 떨어졌다”, “평가점수 만점이 아니면 꿈도 꿀 수 없다”는 신청자들의 푸념이 만연하다.
청년농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구체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 자금을 믿고 농지를 계약했다 자금 융통이 안 돼 농지와 계약금을 날린 사례, 운 좋게 농기계 염가 구매의 기회가 왔음에도 다른 이에게 무력하게 넘겨준 사례, 시설공사 잔금을 치르지 못해 업체로부터 소송 압박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오랜 시간 교육 이수와 영농 설계 등 번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 온 이들이다.
탈락자들은 일단 하반기 신청을 기약해야 하지만 하반기라고 상황이 다를 리는 만무하다. 현재 대상에서 탈락한 청년농들의 불만이 산발적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단체행동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예산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진행한 정부의 청년농 육성 정책이 황당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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