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17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달 말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쌀 수정양허표(개방계획서)를 확정했다. 수정양허표에는 쌀 관세율 산정의 기준이 되는 관세상당치(te)가 570%대에서 설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쌀 관세율은 개도국 관세감축률 10%를 적용, 관세상당치에 0.9를 곱해 산출한다.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과 15일 민관 협의기구인 ‘쌀산업 발전협의회’ 5~6차 회의를 연달아 열고 쌀 관세상당치로 570%대, 510%대, 490%대 등 3가지 정부안을 제시했다. 농민단체장 등 민간 측 위원들은 최대한 높은 관세상당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민간공동위원장인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00% 이상의 고율관세를 부과하면 우리 쌀시장과 쌀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주장의 핵심”이라며 “향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쌀 고율관세가 유지되도록 (정부 측에) 특별법을 포함한 별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누차 강조했지만, 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상당치는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문 부속서 5’에 따라 기준연도인 1986~1988년 국내산 도매가격(내부가격)과 수입가격 또는 인접국의 ‘적절한’ 수출입(외부가격)의 차이로 산출한다. 수입가격에 관세상당치만큼의 세금을 부과하면 국내산 도매가격과 같아지는 원리다.
관세상당치 산정에는 기준연도 외부가격으로 중국의 수입가격이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중국의 평균 수입가격은 1㎏에 145원 수준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국내 소비지 상품(上品) 도매가격 973원에서 중국의 수입가격 145원을 뺀 828원을 다시 145원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하면 571%의 관세상당치가 나온다. 여기에 0.9를 곱해 산출한 관세율은 513%가 된다.
앞서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쌀 관세율을 504~510%로 전망했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2일 “(정부가 염두에 둔 쌀 관세율은) 이정환 이사장이 산정한 것보다 높다”며 510% 이상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가 외부가격으로 일본 수입가격 대신 중국 수입가격을 활용한 것은 관세율을 최대한 높게 설정하면서 대외검증을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연도 양국의 연평균 쌀 수입량은 중국이 40만t으로 일본의 2만t에 견줘 20배나 많다. ur 협정문의 ‘적절성’에 중국 자료가 훨씬 부합한 것. 게다가 1㎏당 180원씩 수입했던 일본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쌀 관세율은 396% 수준으로 떨어진다.
쌀 관세율이 510%대에서 결정되면 미국산 중립종과 중국산 단립종의 국내 판매가격은 80㎏에 50만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산 도매가격 17만원의 3배 수준이다. 쌀 관세율은 국회 보고를 거쳐 이달 안에 wto에 통보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