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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 [신년 1특집] 한국농업 딜레마를 극복하고 달려가라 ③농지이용의 딜레마를 극복하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5-01-01 조회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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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농지는 농지개혁 당시 농가당 3ha 미만으로 분배되며 현재 농업·농촌의 문제로 지적되는 영세화가 이뤄졌다. 이에 최근 임대차 등을 통해 경영규모를 확대하고 경작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뤄진다.




          영세농 비중 높아 농업생산력 발전 ‘발목’...농지 이용 규모화·집적화 ‘핵심’



                                                                                                                             농수축산신문  박세준 기자  2025. 1. 1



 농지는 농업인과 함께 농업이 성립하기 위한 필수적인 생산요소다.

그럼에도 높은 수요에 비해 공급은 극히 제한돼 있는 토지의 특성상 현대 국가는 공익차원에서 토지 소유와 이용에 대해 규제와 관리를 하고 있으며, 특히 농지는 농업이 갖는 공공기능 때문에 더욱더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1948년 농지개혁부터 1994년 농지법에 이르기까지 농지의 공익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국가적 관리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발전한 한국경제처럼 농업 환경도 농업기술의 눈부신 발전, 농업농촌의 노동력 급감 등 급격히 변하면서 농지 제도와 불화를 일으키고 있다.

농지 제도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오늘날 농업 발전과 농지 제도의 모순에 대해 살펴봤다.

 

  # 농지개혁 이후 꾸준한 경자유전 원칙 개방화 시도

1948년 8월 15일 수립을 선포한 대한민국 정부는 제헌헌법 제86조에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하며 그 분배의 방법, 소유의 한도,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한다’를 통해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분명히 밝혔고 이를 바탕으로 1949년 6월 21일 제헌국회가 농지개혁법을 통과시키면서 소수 대지주가 장악하고 있던 우리나라 농지 소유구조와 농업 구조에 변혁이 일어났다.

농지개혁은 △농가가 아닌자의 농지 △자경하지 않는자의 농지 △호당 3ha(3정보) 소유상한을 초과하는 농지 등을 매수해 농지 소유면적 3ha 미만의 농가에게 매도하는 ‘유상몰수·유상분배’ 방식으로 이뤄졌다. 소유면적상한이 3ha인 이유는 사람과 가축에 의존하던 당시 농업 생산력을 감안하면 농가가 소작농이나 머슴을 쓰지 않고 자경할 수 있는 한계를 3ha라고 정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농지개혁의 결과 지주-소작농제가 혁파되고 자작농제가 자리 잡았지만 일괄적인 소유 규모 한정으로 중농(中農) 창출에는 실패, 영세농이 대다수를 이루게 했다는 한계를 지적한다. 한국 농업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온 영세한 영농규모는 농지개혁부터 배태된 문제였던 것이다.

이후 농지 제도의 역사는 농림부를 비롯한 정부의 주도 아래 경자유전의 원칙을 완화하자는 입장과 농업계를 중심으로 한 원칙을 고수하자는 입장의 줄다리기였다.

농지개혁 성과를 지키기 위해 임대차 금지 등 농지소유구조를 규정한 농지개혁법이 농지 제도의 골간을 이뤘지만 전쟁과 전후복구를 거치며 상당 부분 유명무실해짐에 따라 농림부가 1958년부터 1978년까지 새롭게 농지법 제정을 6차례 시도했다. 다만 기업농 허용, 농지 소유 상한 상향, 농지임대차 등 경자유전 원칙의 유연화가 쟁점이 되며 모두 실패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도 부재지주와 임대차를 통한 재생소작 확산, 3ha 이상 농지를 경영하는 대농 등장 등 농지개혁법의 원칙에서 위배되는 사례가 확산되면서 농지제도의 현실화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1980년 제5공화국 헌법은 제122조에서 소작금지 원칙은 유지하되 ‘농업생산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한 임대차 및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인정한다’고 해 처음으로 농지 임대차 허용 가능성을 열었다. 다만 이어진 ‘임대차양성화법’은 가톨릭농민회 등 농업계에서 소작제 부활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여당 의원들도 소극적으로 반응해 무산됐다.

하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1984년 농지의 관행임차료율은 평균적으로 논 37.3%, 밭 18.6%로 총 3900억 원으로 추계되며 농가소득의 10%에 달했다. 이에 농경연은 농지법 제정이 유예될 경우 임차면적이 급증해 농업인 소작료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 경고했다.

이에 정부는 1986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농어촌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농지 임대료 경감조치를 포함시켰고 이는 같은해 12월 농지임대차 계약방법, 신고, 임대료, 벌칙규정 등을 규정한 농지임대차관리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이어졌지만 민주화 이후 선거를 앞두고 부재지주들의 반발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으로 시행 자체가 무기한 미뤄져 버린다.

1987년 개헌으로 선포된 제6공화국 헌법은 제121조에서 경자유전의 원칙과 소작제도 금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지만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인정된다’고 규정하며 농지 임대차, 농업 위탁경영의 길은 여전히 열어놓았다.

1994년 제정·1996년 시행된 농지법은 농지 소유, 이용, 임대차, 보전, 전용, 농지관리위원회 등 농지에 관한 종합적인 규정을 담고 있으며 농지소유상한제 철폐 등 오늘날까지 70차례의 개정을 통해 이어지면서 농지제도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농지개혁법 이후 농지법이 시행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려 법시행 당시 합법적·비합법적, 농업인·비농업인 등을 따지지 않고 소유하고 있는 농지에 대해선 농지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고 주말농장, 상속 등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다양한 예외로 허용해 경자유전의 원칙은 이미 크게 훼손됐다는 아쉬움도 있다.

 

  # 영세한 소유구조와 발전한 생산력의 충돌

지금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은 우리나라 농업계의 심각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지만 노동력 부족 문제는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표면에 드러났다. 농업 노동력이 보다 높은 임금을 주는 공업 부문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농업계는 부족한 노동력을 메꾸기 위해 경운기 외 트랙터, 이앙기 등 일관작업기계를 빠르게 보급해 나가는 식으로 대응했다.

신품종 보급, 이앙 육묘 기술 발전, 화학비료와 농약, 경지정리 등 기반정비 등도 농업 생산력을 급속도로 끌어올려 기존 인력·축력 중심의 농업 생산은 기계 중심으로 크게 변한다.

2021년 기준으로 논농사의 기계화율은 평균 99.3%로 경운부터 수확·건조까지 전 과정의 기계화가 달성된 상태다. 이는 곧 쌀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시간의 대폭감소를 의미하며 실제로 10a당 쌀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시간은 1966년 135시간에서 지난해 8.84시간으로 94%가 줄어들었다.

밭농사 또한 작물마다 다르긴 하지만 주산지를 기준으로 2021년 기준 평균 57.3~92.5%의 높은 기계화율을 달성하고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이다.

윤석환 농정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이제 농업생산의 핵심이 돼버린 농기계 관점에서는 기존의 영세·분산·착포의 자작농과 개별경영의 한계를 명백히 넘어 새로운 경영방식과 생산방식 제도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농지 소유를 기준으로 한 영세농 비중은 여전히 높아 농업생산력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기준 농지 소유면적 1ha 미만 농가수 비중은 74%에 이르고 3ha 이상 농가는 7.5%에 지나지 않는데다 그나마도 소유농지가 분산된 경우가 많아 수십ha의 농작업도 한 달 이내에 끝낼 수 있는 농기계의 생산력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전국적인 지가 상승으로 농지의 자산가치가 커짐에 따라 비농업인을 포함한 상속을 통한 농지의 분산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농지 매입에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농지 소유의 확대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 다양한 대안 제시되지만 핵심은 규모화·집적화

이에 따라 영세한 농지 소유 구조 속에서도 임대차 등을 통해 경영규모를 확대하고 농지이용을 효율화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지난해 ‘농지의 효율적 이용·관리 구축 방향’을 발표하며 △농지이용증진사업 활성화 △농지 임대차 제도 개편 △농지 세대 계승 촉진 방안을 제시했다.

농지이용증진사업은 농지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농지 매매, 교환, 분합 등에 의한 소유권 이전 촉진, 장기 임대차·사용대차에 따른 농지 임차권·사용대차 설정 촉진, 위탁경영 촉진, 농업인(법인)의 농지 공동이용 사업을 의미한다.

농지이용증진사업은 기존에도 농지법에 규정돼 있었으나 이해관계자 간 협의의 어려움, 지자체 역량의 부족 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1월 농지법이 개정됨에 따라 오는 24일부터 농지이용증진사업 시행계획 수립만으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돼 사업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단 기대도 있다.

현장에선 농지이용증진사업이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복잡하게 얽힌 사업인 만큼 추가적인 제도적 지원과 특혜가 있어야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기현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연합회 전무이사는 “사업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해도 당장 이 사업을 시작하자고 하면 농지소유자와 이용자들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무엇인지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혹시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를 이용하고 있던 사례가 있으면 그 부분이 드러나지 않길 바라는 부분도 매우 클 것”이라며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정책적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구상이 연계될 수 밖에 없어 해당 사업에 대한 직접적 지원 예산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연계돼 있는 정책군들에 대한 우선 배정을 검토해볼 수 있고 제도적으로 추가적인 규제 완화와 예외 허용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농지 임대차 제도도 현재 비농업인 소유 농지의 임대차는 자유롭지만 농업인 소유 농지의 임대차는 금지되고 있다는 역차별 문제와 법테두리를 벗어난 임대차 관행 등 현실을 반영해 농업인간 농지 임대차 허용을 확대함으로써 농지 유동성을 높이고 농지 이용의 규모화·집적화도 달성한다는 의도다.

세부적으로 은퇴희망 고령농의 농지, 경작농지와 연접한 농지, 영농불리지역, 한계농지, 인구감소지역의 농지를 임대차 허용하거나 허용확대하고 농업생산법인의 임차도 허용해 규모화 영농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 농특위는 임대차 계약 조정·협의권자로서 농지은행의 역할을 강화하고 농지법상 임차인의 보호를 강화할 것도 주장했다.

 

  # 규모화·집적화에도 경자유전 원칙은 지켜져야

다만 임대차 확대 등을 넘어 경자유전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농업인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권혁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경자유전의 원칙은 헌법적 원칙으로 농업의 토대인 농지를 그나마 지켜나가는 보루로 섣불리 포기해선 안된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농지 소유자격은 완전 개방하되 농업인만이 농지를 사용한다는 ‘경자용전’, 농지에는 농업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농지농용’은 농지를 투기화하는 방편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 총장은 “이미 일정 정도 영농규모는 갖춰져 있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돼 규모의 경제화는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유로 경자유전의 원칙을 바꾸는 건 맞지 않다”며 “농업인 소유가 아닌 농지에 대한 국가 관리체계를 확대함으로써 경자유전 원칙을 지키면서도 농지농용도 해결해갈 수 있으며 특히 농지 가격에 대한 고민도 농지를 국가에 판매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해 시가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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