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 살리기 과제와 해법"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2024. 12. 30
본보가 2024년 12월 18일 ‘농업·농촌 살리기 과제와 해법’을 주제로 정책좌담회를 개최했다. 농업·농촌의 위기가 무엇인지를 짚어보고, 농민들과 지역의 주민들이 행복한 농업·농촌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찾자는 취지였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방향을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추진한 농정의 결과가 현재 농업·농촌의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농업구조의 전면적 재편을 비롯해 농업·농촌의 위기를 객관화시키고,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공론화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 제고 측면에서 국정과제 우선순위에 농업·농촌 문제를 놓고 범부처가 힘을 모아달라는 목소리도 컸다.
<참석자>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
▲김정주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허헌중 지역재단 이사장
▲이상길 한국농어민신문 논설위원(좌장)
# 농업·농촌 위기 진단
농촌 제반여건 갈수록 악화
범부처 위기 대응대책 시급
기후 재난에 미래 불확실성 위기
농가인구 200만명 무너져
산업·인력·농촌공간 등
구조·근본적 문제 해결 필요
▲이상길=농촌과 지역의 소멸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과 도시, 기업 중심의 정책, 시장개방, 성장지상주의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 같다. 농업·농촌의 위기부터 진단하자.
▲허헌중=농업·농촌·농민이란 3농 위기에 더해 지역공동체까지 4대 위기를 맞고 있다. 기후 재난, 국제적인 경제 영향, 국내의 제반정책에 따른 종합적인 결과가 지금의 위기로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농업주체의 위기다. 기계화, 과학화하더라도 농업노동력이 없으면 안 된다. 두 번째는 경제활동의 위기다. 농촌도 경제활동의 선순환 구조가 돼야하는데, 농업소득이 1000만원 전후에서 횡보하고 있다. 농촌지역이 농업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의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는지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삶의 여건이다. 국민들이 어느 지역에서 생활하든 최소한의 행복권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농촌의 제반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런 위기에 대한 범부처적인 종합대책이 절실하고, 여기에 근거해서 국민들이 농촌공간을 삶터, 일터, 쉼터로 재인식하고, 재발견할 수 있는 과정(프로세스)이 필요하다. 단발적인 대책은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 또한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한 지 40년이다. WTO출범 이후 여당이든 야당이든, 역대 정부가 됐든 농업·농촌 문제를 국정의 여러 과제 중에서도 전략과제로 인식하고 범부처적으로 대응했는지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특히, 농업생산의 협동화와 조직화, 경제활동의 다각화에 있어 정책수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버넌스(네트워크를 구축해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방식) 측면, 공동체 측면, 지역사회가 연대한 경제기반 등에 대한 종합적인 설계가 필요한데, 농식품부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범부처적으로 국가경영전략에서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해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홍상=농업·농촌의 진짜 위기가 뭘까 새롭게 고민하게 된다. 40~50대 농민이나 승계농을 만나면 농업소득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 큰 위기로 여긴다. 미래세대가 어떻게 농업경영을 끌고 갈 수 있게 할 것인지와 관련된 과감한 자원이동, 농지제도라든지 농업구조에 대한 전면적 재편이 중요한 이슈인데도 사회적 담론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행정에서는 무겁고 골치 아프니까 피하고, 정치권은 고령인 농지소유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그야말로 과감한 구조개선이 필요하고, 농업경영을 새로 생각할 때다. 농촌의 생활서비스에 대한 접근방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공공병원을 짓는 것도 방법이지만 의료수가 등을 조정해 도시의 의료인들을 농촌의 의료기관으로 유인하는 방법도 있다. 60대이지만 활동적인 의료인들이 수입은 좀 적더라도 여유 있게 근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농업·농촌의 얘기에 모두 공감하지만 그 속에서 쌓여 있는 숙제는 잘 풀리지 않는다. 농업·농촌의 위기를 객관화시키고, 누가 보더라도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공감할 수 있게 접근해야 한다.
▲김기태=일본에서 지역소멸이 이슈가 된 게 2014년이다. 일본의 각 농촌에는 지장산업(지역의 자원과 노동력을 사용해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산업)이 깔려 있었고, 농민들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농사를 병행했다. 그런데, 외국산과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니까 2010년경부터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기 시작하고, 4~5년 후부터 지역소멸이란 용어가 나왔다. 우리나라 농촌은 일본보다 10~20년 앞서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음에도 아직 살아남아 있다. 그렇다면 정말 위기는 뭐고, 끝나는 시점을 뭘 갖고 판단할 것인가. 그런 것을 정확하게 설정하지 않으니까 위기라는 말을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는 안 되고 있다. 정말 큰 위기는 농가인구 200만명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고, 농민 조합원의 50% 이상이 70대를 넘고 있는 것이다. 농업주체의 취약성이 엄청나게 심각한 것이다. 과거에는 농민단체들이 농업문제를 해결하려고 거버넌스의 주체가 됐는데, 지금은 이런 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김정주=산업이라든지, 인력, 농촌공간 등에 대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총요소생산성(국가의 생산능력을 나타내는 기본 지표)에서 1990년대에는 농업이 3% 이상 됐는데, 최근에는 1%대 이하로 떨어졌다. 인력 측면에서도 농촌주민의 수가 1000만명이 무너졌고, 농가호수 감소도 가속화되고 있다. 농촌공간도 그동안 도시를 중심으로 계획적 입지가 이뤄진 반면 농촌은 소외된 부분이 있고, 개발이 제한된 부분도 있다. 산업측면이나 인력측면, 공간측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농업·농촌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쌀의 경우에도 농지, 농협 등 농업의 구조적 문제의 결합체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공무원뿐만이 아니고 현장과 학계, 전문가들이 함께 얘기하면서 풀어나가야 된다.
# 농식품부 주요정책 점검
“농업위기 있는데 사회적 논의 제대로 안되는 게 문제”
농업소득 1000만원대 머물러
디지털·세대·공간 전환 모색
경영·소득 불안정성 해결 시급
농업인 개념적 정의 명확히 해야
농촌사회 힘 높여주는 게 해법
농업·농촌 국가 의제로 삼아야
▲이상길=기후재난을 비롯한 경영위기에 중대규모 농가들조차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또, 독자경영 또는 협동이나 협업경영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검토해서 범부처적으로 사회적 경제든, 지역공동체 경제든 대응체제를 갖춰야 된다. 농촌공간계획이 행정주도의 공모방식인데, 용역회사(컨설팅업체)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 축산농가들은 다 쫓겨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2024년 농식품부의 주요정책, 개선과제나 농업·농촌을 살리기 위한 나름의 방안을 들어보자.
▲김정주=디지털전환, 세대전환, 공간전환을 통해 구조적 문제 해결에 역점을 두고 있다. 농업소득이 1000만원 대에 머물러 있고, 기존 방식으로는 부가가치를 올리기가 쉽지가 않다. 산업적 측면의 성장을 이루려면 결국 기술이다. 푸드테크, 그린바이오, 스마트팜과 수직농장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방식과 대안을 찾고 있다. 또, 청년농 3만명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지난 정부부터다. 청년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3년간 월 최대 110만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안전판 위에 농지, 시설, 자금의 지원과 교육을 통해 청년들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청년들은 기존의 농업인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스마트팜과 같은 부분에 관심이 많다. 또 농업활동과 카페를 연결해 소득을 올린다든지 여태까지 봐왔던 창업과는 다른 방식을 시도한다. 이런 것이 뿌리내릴 수 있게 도와주고, 농촌을 젊게 만드는 것이 인력구조의 전환을 이루는 길이다. 농촌공간에 너무 무질서하게 공장도 들어서고 축사도 들어섰다. 이것을 인위적으로 재배치하는 게 아니라 배치에 대한 그림을 지자체 스스로 만들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 컨설팅업체가 주도한다든지 현장의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지자체의 자발적인 노력을 도울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을 또 준비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프라(기반시설) 중심의 지원이었지만 지금은 제도와 재정지원을 같이 하고 있다. 제도적인 틀에 맞춰 지역에서 먼저 계획을 세우고, 주민들의 합의하에 필요한 사업들을 구상해서 추진하는 방식으로 개선해가고 있다. 특히, 농업경영과 소득의 불안정성을 한두 가지 수단으로 보완하기는 어렵다. 2025년에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수입안정보험 확대다. 관련예산이 2024년 80억원 가량에서 2078억원으로 늘었다. 품목도 15개로 늘리고 본 사업으로 확대한다. 제도가 안착될 수 있게 준비하고,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정부가 마음대로 쌀값을 관리할 수는 없지만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래서 쌀 산업 구조개혁 방안이 나왔다. 벼 재배를 어느 수준으로 줄일 수밖에 없고, 수요측면에서도 친환경이라든지 품질고급화 이런 부분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동안은 실천력이 부족했다. 이런 부분들을 현장에 안착시켜서 농업인의 소득과 경영이 조금 더 안정되게 만드는 것이 2025년에 중점적으로 할 일이다. 산업이라든지 농촌측면에서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지제도가 바뀌어야 된다. 150만ha를 유지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있고, 한편에서는 농지에 화장실조차도 만들 수 없다는 불만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부분들을 조화시키면서 농지의 이용과 소유, 관리 체계와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거버넌스를 말하는데, 농식품부도 관주도의 정책은 하고 싶지 않다.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의 정책제안은 언제든 환영이고, 농민단체들에 그런 역할을 기대한다.
▲김홍상=농업경영주가 갖고 있는 농업자원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농업소득이 1000만원이면 애들 교육이나 먹고 살기 위해 기술혁신을 비롯해 다른 것을 하게 된다. 경북 청도의 한재마을은 골짜기에 찬물이 나오는 곳인데, 미나리농사로 먹고 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작부전환이 됐든 기술혁신을 하든 경영의 전환이 일어난다. 전통적으로 생산요소가 자본, 노동, 토지인데, 토지면적과 인구가 줄면서 자본투입이 늘어도 총소득은 줄고 있다. 그렇다면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되는데, 이것이 안 되는 이유에 세대전환과 농지제도의 문제가 있다. 쌀에 편중된 토지이용체계도 있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부진으로 고생했음에도 한쪽에서는 가격이 비싸다고 난리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경영의 불안정과 소득의 불안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 농업의 위기는 있는데, 대책이나 미래의 사회적 아젠다(의제)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위기다. 시장변화나 기술혁신을 정책에 모두 담을 수 없는데도 그 동안은 다 담으려 했던 것이 아닌지에 대한 반성과 함께 정책대상의 범위와 집행체계의 개선도 고민해야 한다. 경북 문경의 늘봄영농조합법인은 토지이용의 세대전환에 나름대로 성공했는데, 청년 3명이 이곳에 들어오면서 일어난 것이지 조직화를 통해 이뤄진 것은 아니다. 방송에도 나온 ‘고마워할매’는 경남 함양으로 귀촌한 청년이 농업회사법인 ‘숲속언니들’을 만들고, 도시청년들이 할머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시골에서 쉬다가는 체험을 진행한다. 농업·농촌의 자원을 활용해 카페를 차린 사람도 있고, 가공판매사업도 하는데, 농촌에 있던 사람들은 이런 것이 잘 보이지 않고, 도시소비자로 살았던 사람들은 이것 잘하면 돈이 되겠다고 여긴다. 기업의 참여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생산농가와 식품가공업체들이 안정적인 협력의 틀을 갖추면 유통문제가 풀린다. 유통경로가 다양해지면 경쟁 속에서 도매시장과 관련된 문제가 풀리는 것이지 법과 제도를 바꾼다고 도매시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농업인들끼리 법인경영을 하는 것도 혁신적 형태이고, 기업의 혁신적인 활동을 농업경영에 접목하는 것도 혁신이다. 중앙정부가 이런 것까지 다 해줄 수는 없는 만큼 농업·농촌의 자원을 이용하거나 활용해 비즈니스가 활성화 되도록 지역에 권한을 많이 줘야 한다.
특히, 농업인에 대한 개념적 정의가 불명확하다. 현행 법체계에서 늘봄영농조합 같은 곳에서 가공, 유통과 관련된 일을 하면 자칫 범법 행위가 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세밀한 고민이 이뤄져야 된다. 미국이 5년 주기로 농정계획과 예산계획이 같이 가고 있는 것처럼 해보자는 주장도 있다. 실천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통령이나 장관의 교체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정책설계와 정책과정에 사회적 합의가 모아지지 않는 것이 굉장히 아픈 부분이다. 농업과 농촌이 가야할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기태=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부터 농업협동조합과 관련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정책대상이 개인이나 기업의 육성이었다. 국가가 하지 않더라도 돈을 벌 사람들은 돈을 벌 것인데 오히려 다른 계획은 별로 없었다. 농민들 중에서도 전업농을 집중 육성했는데, 지금에 와서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도로를 주행하다가 창문을 잘못 열면 한동안 냄새로 괴로워하는 현상이 전 국토에서 나타난다. 지역이나 농촌의 사회적인 힘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개별적인 농업경영체의 힘을 키워주는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된 결과다. 농촌에 맞는 사회는 어떤 식으로 구성돼야 되는가에 대한 정책이나 비전이 만들어져야 한다. 청년들이 들어와서 스마트팜을 한다고 살만한 농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농촌사회의 힘을 높여주는 방법을 찾아야 된다. 농촌마을 단위를 넘어서 면소재지조차 위협받는 상황인데, 농촌의 어느 공간쯤에서 막을 것인지, 농촌의 사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의 설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농민들의 숫자가 도시 서민들의 숫자보다 떨어지면 아무리 대통령을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호소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과도한 도시화 속에서 국토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게 국가전체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또, RE100(재생에너지 100%)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수출의 미래가 없다. 그런데, 농업진흥지역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고, 기업에 판매하면 그 이익을 농촌주민이나 공동체가 가져갈 수 있다. 논에 3m 높이로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면 쌀 수확량 20%가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쌀 생산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영농형 태양광을 위한 법과 제도를 변경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예를 든 것이지만 국가적 의제로 농업·농촌을 인식시키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허헌중=민간이나 지자체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 못지않게 중앙정부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 농업과 지역을 살리기 위한 중앙정부의 국가적 책무와 사무가 있다.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주체, 생산기반과 해외 수입선 다변화, 지역사회의 유지 활성화, 다원적 기능 또는 공익적 가치 유지, 생태환경 보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부분에서 중앙정부가 자원 배분 및 소득 재분배 기능을 하고, 자치분권을 키우는 역량이 있다. 유럽의 농업선진국들이 GDP(국내총생산) 비중이나 경제종사인구의 1~2%에 불과해도 예산의 3~5%를 투자하는 것은 농촌정책을 포함해서 그런 것이다. ‘농업과 농촌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것을 우리만 주장해서는 소용없다. 농업·농촌의 문제는 농업과 농산업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 회복탄력성과 관련된 부분인 만큼 농촌정책을 통합해서 관리하는 부처합동회의가 필요하다.
# 농업·농촌 살리려면
“기후재난 위험관리체계 정비…과감한 농업구조 전환을”
농협이 지역사회 통합돌봄 참여
올바른 정책 방향 논의 있어야
농촌은 농민만의 문제 아냐
범부처 농촌 살리기에 집중을
다양한 삶의 생태계 형성 주목
농정조직 체계·역할 개편 숙제
▲이상길=농업·농촌을 살리는데 있어 농민단체나 농협의 역할은 무엇이고,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제안할 의견은 없는지.
▲김기태=70세 이상의 고령자가 조합원의 절반을 넘는 상황인 만큼 지역농협이 지역사회 통합 돌봄에 참여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재원으로 상호금융 예수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농식품부가 농업협동조합법 내에서 이런 부분을 녹여낼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 농촌으로 들어오는 청년들을 분석해보면 농사 외에 다른 경영과 결합한 형태가 많은 만큼 사회연대경제 구조를 체계화할 필요도 있다. 또, 55세 전후 중장년층의 귀농·귀촌을 유도해 70세까지 농촌에 머물게 하면서 그들이 보유한 도시의 자원이나 네트워킹(연결망)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한다. 그들의 노동역량에 맞는 일을 찾아주되, 자산은 농협으로, 주소는 농촌으로 옮기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사례가 모아지면 더 다양한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이 만들어지고, 청년들도 농업·농촌으로 더 유인될 것이다. 또, 농촌에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농업회의소 개념을 농촌회의소 개념으로 확장하고, 지역, 업종, 품목, 기능으로 분류해 참여하는 조직이 구성될 때 국민들을 설득하고, 명분도 얻을 수 있는 농업·농촌의 미래상에 대한 대화가 오갈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의 ‘유후인’에서 농촌관광 활성화의 비결을 물어보니까 30년 걸렸다고 했다. 올바른 방향으로 천천히 가니까 30년 뒤에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을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30~40년 동안 추진한 농정의 결과가 현재 농업·농촌의 모습일 수 있다. 사회력을 높이는 주체를 육성하는 방법을 전면에 놓고 농업과 농촌이 결합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을 챙길 때다.
▲허헌중=농식품부는 수입안정보험을 이야기하고, 야당은 가격보장을 이야기하면서 평행선인데, 지금은 기후재난시대다. 여기에 맞게 생산손실이나 수확 손실에 대한 부분, 시장에서 가격손실적인 부분, 종합적인 수입손실에 대한 부분에 대한 위험관리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라는 것은 맞지 않고, 국가와 당사자, 지자체가 적정하게 분담하는 방법이 있다. 2025년부터 수입안정보험을 확대하는 것을 계기로 생산, 가격, 수입 손실에 대한 위험을 국가와 지자체와 당사자들이 분담해서 관리하는 체계를 놓고 합의를 봐야 한다. 농촌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이 대도시에 몰려서 살 수도 없다. 사회적인 비용을 고려했을 때 농촌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나 농촌을 삶터, 일터, 쉼터로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국민적으로 설득할 기회라 생각한다. 범부처가 갖고 있는 정책과 예산을 다방면에서 농촌 살리기에 집중해 주는 국정운영 전략 속에 농촌재생 전략이 배치되도록 하는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김홍상=농촌에서 다양한 삶의 생태계가 형성되고, 주민들의 삶이 건강하게 유지되면서 지속가능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업경영의 주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규모화 된 곳을 가보면 경영관리를 농민이 아닌 산지유통인들이 한다. 농업경영의 사각지대가 돈이 된다는 판단에 중요한 농업주체로 등장한 것이다. 뷔페식당 같은 곳에서도 농업경영을 한다. 농산물검역현장을 가봤는데, 수요자에 맞게 재단된 농산물이 수입되고 있었다. 그건 경매를 통해 소비지로 바로 가는데 우리 것은 중간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다듬는다. 김치의 경우 소비자가구 34%가 1인 가구라서 담가먹을 가능성이 낮고, 기업경영에서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농업의 생산방식이나 거래방식의 변화가 시장에서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부분과 기술혁신을 고려해 과감하게 농업구조를 전환시키지 않는다면 농업·농촌이 지속가능할까.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시장유통 구조의 미래 변화에 맞게, 그리고 기업과 농업·농촌의 상생을 깊게 고민해야 된다. 또, 농정조직체계와 역할을 어떻게 개편하고, 전환할 것인가도 숙제다. 농촌복지나 생활서비스의 경우에도 여민동락공동체의 이동장터처럼 새로운 주체와 역할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노선버스가 줄면서 군이나 시의 경계를 넘어서 이동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휴대폰으로 택시를 부르듯이 농촌에서는 마을버스를 호출할 수 있게 플랫폼 형태로 서비스 전달체계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김정주=농식품부가 한국형 소득·경영안전망 구축을 발표했다. 공익직불제는 면적이 됐든 아니면 농가들이 이행하는 의무의 준수여부가 됐든 농업인에 대한 일종의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으로 깔아준 다음에 가격변동이나 수량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수입안정보험으로 보전하고, 농업재해는 지원정책과 보험으로 보전하는 3중망의 구조다. 일선에서 미국도 하는데 왜 우리는 안 하냐고 한다. 미국의 농업위험보상(ARC)이나 가격손실보상(PLC)은 거대한 변동이 왔을 때 최소한의 가격보전기능을 하는 것이다. 급격한 수량증가 등으로 가격이 떨어졌을 때 다음 작기를 이어갈 수 있게 최소한의 지원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쌀 변동직불제가 그런 형태로 운영됐는데, 5년 단위로 정하는 목표가격을 놓고 치러야하는 대가가 혹독했다. 쌀값이 하락했던 2016년에는 AMS(감축대상보조 상한) 한도에 가까운 1조4900억원을 지급하고, 쌀 소득의 약98%를 보전했지만 어느 농가도 만족하지 못했다. 목표가격 설정을 통한 보상방식이 굉장히 리스크(위험)가 있다는 것을 학습했다. 2024년 9월에 발표한 방식이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다. 보험으로 모든 것을 보전할 수도 없다. 시행과정에 현장과 논의하면서 보완할 부분이다. 2024년 직불예산이 3조1000억원이었다. 농업인들이 느끼기에 굉장히 적은 돈일 수 있지만 기본적인 소득안전망으로 공익직불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은 이해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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