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2009년부터 시작한 ‘농어촌뉴타운’ 사업의 그늘이 길게 드리워지고 있다. 도시 귀농인을 유치하겠다고 앞다퉈 나섰던 지자체는 이 사업으로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보고 있다.
외견상 뉴타운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사업추진 5개소 중 3개소가 100% 분양에 성공했고 충북 단양지구가 95%, 전북 장수지구가 89%의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분양된 아파트였다면 말 그대로 대박이다. 그러나 뉴타운 추진 지자체는 대박은커녕 쪽박을 찰 지경에 처해 있다.
충북 단양지구가 좋은 예다. 이곳은 75세대를 조성해 현재까지 71세대의 분양이 완료됐다. 2011년까지 30%선에 머물던 분양률은 그해 10월께 세대당 2500만원에서 3000만원 가량 분양가를 할인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평균 17%를 할인한 것이다. 이로 인해 단양군이 떠안은 손실부담만 20억원에서 30억원 가량 된다.
단양군은 뉴타운을 조성하면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애초 국고 70%, 지방비 30%의 기반조성비용 매칭투자 원칙은 지침서에만 존재했다. 농식품부 31억원, 충북도 4억원, 단양군 10억원으로 예상됐던 기반조성계획은 어디까지나 문서로만 유용했다.
실제 단양군이 기반조성에 쏟아 부은 돈만 94억원에 달한다. 계획 대비 아홉 배가 넘게 불어난 것이다. 도로와 상하수도, 전기 통신시설을 구축하는 비용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던 것이다. 당초 뉴타운이 들어설 부지는 군 소유 임야였다.
문제는 해당 부지가 암반으로 이뤄진 돌산이었다는데서 시작됐다. 당초 예상한 기반공사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단양군 재정여건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급기야 군은 ‘단양군 농어촌뉴타운 특별회계’까지 마련해야 했다.
이뿐이 아니었다. 해당 부지 주변으로 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가면서 이를 옮기는데 또 수 억원이 지출됐다. 또 뉴타운 입주자가 일정규모 이상의 영농여건을 마련해야 함에 따라 군유림을 농지로 전환하는데 2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이런 저런 명목으로 단양군이 뉴타운에 쏟아 부은 순수 군 예산만 160억원이다. 2014년 군 농업축산과 예산이 국비와 도비를 합해 134억원이다. 이중 순 군비는 76억원 가량이다. 1년 농업예산의 두 배가 넘는 돈을 뉴타운에 투자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단양군이 얻은 소득은 뉴타운 입주자 200명 가량이 전부다. 쉽게 말해 군 예산 160억원을 투자해 200명의 단양군민을 확보한 셈이다. 국·도비 투자분까지 합하면 총 200억원이 투자됐으니 1인당 1억원이 들어간 것이다.
국고는 고사하고 단양군으로부터 단돈 만원도 지원받지 못한 자발적 귀농인이 작년 한해만 398세대, 604명에 달한다. 이들 자발적 귀농인과 뉴타운에 입주한 귀농인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아한 대목이다. 뉴타운 입주자 중 현재까지 영농여건을 갖춘 세대는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농식품부의 정책목표를 무색하게 한다.
이 같은 현실은 단양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남 장성군은 기반시설비로 151억원, 고창군은 180억원을 투자했다. 뉴타운 5개 지구에 국가 보조금만 367억원이 들어갔다. 농식품부도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것일까.
당초 2017년까지 농어촌뉴타운 48개 지구를 조성하겠다던 계획은 온데간데없이 오리무중이다. 내년 사업예산도 제로다. 스스로 선택해서 귀농하는 세대가 작년 한해 3만2000세대를 넘어섰다. 실패한 뉴타운정책이 부실한 지자체의 곳간만 축내고 종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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