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7328억 ‘사상 최대’…농발계획 주안점
농가경영안정에 2조8263억…올보다 21% 늘어
들녘경영체육성 예산 60% 증가…쌀경쟁력 제고
농산업 도농협력 일자리 연계사업 등 신규 추진
농림축산식품부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요구)안은 14조7328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 예산 13조6371억원에 견줘 8%(1조957억원) 늘었다.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던 2007년의 7.3%를 웃돈다. 그렇지만 관련부처 협의 과정에서 1조원가량 삭감됐던 과거 경험을 비춰볼 때, 14조원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재부는 각 부처가 제출한 요구안을 조정, 이달 23일쯤 국회에 정부안을 넘길 예정이다.
◆ 주요 추진 사업은=농식품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박근혜 정부 중장기 농정 로드맵인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발전계획(농발계획)’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또 조류인플루엔자(ai)·세월호사건 이후 국민적 관심사인 안전분야 예산을 확대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우선 재해보험·이차보전·직불제를 아우르는 농가경영안정 예산이 2조3304억원에서 2조8263억원으로 21.3% 늘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가입률과 대상품목 확대, 배·단감·사과의 종합위험 보장방식 전환을 감안해 올해보다 4.7% 늘어난 2264억4500만원을 요구했다. 가축재해보험 역시 16개 품목의 가입률을 2013년 77.3%에서 내년에는 82%로 끌어올린다는 계획 아래 올해에 견줘 18.3% 증가한 625억5900만원을 신청했다. 내년 시범운영에 들어갈 수입보장보험(收入保障保險) 예산으로는 48억8100만원을 책정했다.
농업정책자금·부채대책자금을 농가에 저리로 지원하면서 금융기관에 이자 차액을 보전해주는 이차보전 예산은 3370억4300만원으로 4.9% 늘었다. 농가 지원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다. 농축산경영자금·농업종합자금·축산경영자금·6차산업창업자금지원·귀농귀촌정착지원 금리는 3%에서 2%로, 농업경영회생자금 금리는 3%에서 1%로 낮춘다는 게 농식품부 계획이다.
농업생산기반확충 예산은 안전관리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다. 노후수리시설물의 기능회복을 위한 수리시설유지관리사업, 상습 침수지역 농경지가 대상인 배수개선사업, 농업용수 수질을 개선하고 용수관리 자동화에 필요한 농촌용수관리사업 예산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
쌀시장 전면개방을 앞두고 쌀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예산도 증가했다. 들녘별경영체육성·고품질쌀유통활성화 예산이 각각 60%와 27.2% 증액 편성됐다. 특히 쌀소비활성화 예산은 40억원에서 80억원으로 확대됐다.
농발계획 3대 축의 하나인 농촌복지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408억원 증가한 4686억원이 편성됐다. 취약농가 인력지원 예산이 75억6000만원에서 114억7500만원으로 52% 늘었다. 영농도우미의 지원단가가 하루 6만원에서 7만5000원으로 인상됐고, 지원 가구도 1만6000가구에서 1만7000가구로 확대됐다. 자원봉사 형태의 가사도우미에게 지원하는 교통비·식비도 하루 1만원에서 2만원으로 올랐다.
◆ 신규 사업은=농식품부는 한·중 fta를 대비해 밭작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준비했다.
우선 밭작물 주산지 농업인들이 자발적으로 규모화·조직화하면 교육·컨설팅은 물론 시설·장비를 지원하는 ‘밭작물공동경영체육성지원사업’이 내년 10곳을 대상으로 도입된다. 논농사 위주의 들녘별경영체가 밭농사로 확대되는 개념이다. 한곳당 최고 10억원이 지원된다. 지자체에 맡겼던 밭기반정비사업은 내년부터 농식품부가 직접 수행한다. 주산지나 5㏊ 이상의 집단화된 밭을 대상으로 용수개발·농로개설·경지정리와 같은 영농편의기반이 제공된다.
농번기 부족한 일손을 도시에서 끌어들이는 ‘농산업 도농협력 일자리 연계 사업’도 신규로 추진된다. 도농 생활권에 ‘농산업 일자리 지원센터’를 설치한 뒤 구인·구직자 연결, 안전교육, 인력 수송, 숙박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농식품부는 매년 지원센터를 4개씩 설치해 농촌 일손부족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영양취약계층에 식품을 지원하는 사업도 도입된다. 농식품부는 일단 농어촌 공동급식시설 이용 노인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전국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밖에 국제행사 개최 등이 예정된 주요 도로변 농경지에 대단위 토종 야생화 꽃길을 조성하는 시범사업이 추진되며, ‘농림사업정책평가센터’ 설치 예산이 신규로 책정됐다.
#친환경농업육성 예산 2년 연속 감액
물류센터 건립비용 책정안돼
친환경농업육성 관련 예산은 2년 연속 감액 편성돼 아쉬움을 남겼다.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1998년 도입된 녹비작물 종자대 지원사업 예산이 2013년 75억5000만원에서 올해 46억8000만원으로 준 데 이어 내년에는 17억1500만원으로 축소된다. 이 사업은 지난해까지 전액 국고와 지방비로 지원되던 게 올해 농가 자부담 20%로 바뀌었고, 내년에는 자부담이 30%로 늘어난다. 정부는 당초 올해를 끝으로 이 사업을 폐지하려다 “친환경농업의 위축이 우려된다”는 본지 보도(4월18일자 1면, 4월23일자 15면 참조) 이후 존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친환경 시설·장비를 지원하는 친환경농업구축사업도 축소된다. 광역친환경농업단지사업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기존 지구의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사업 방향이 바뀐 탓이다. 또 친환경농산물종합물류센터 건립비용과 친환경축산단지 조성비용은 한푼도 책정되지 않았다.
김상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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