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극단적 기후현상이 심해지면서 전세계 농업이 타격을 받는 가운데 유명
쌀 재배지인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에서 가뭄으로 논바닥이 드러나 있다.
② 수년째 극심한 가뭄으로 올리브유 생산량이 곤두박질친 스페인에서
한 농민이 올리브를 수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연중기획 극한기후시대] 전세계 피해 막대
농민신문 김소영 기자 2024. 12. 29
21%. 2024년 책 ‘폭염 살인’에서 나온 수치다. 저자인 제프 구델은 2021년 미국 코넬대학교가 펴낸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더위·가뭄 탓에 지난 20년간 줄어든 전세계 농업생산량을 이같이 짚었다. 이상기상은 폭우·폭설·한파 등으로도 나타나는 만큼 21%는 그 탓에 직격탄을 맞은 농업분야 최소 피해율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기실 ‘21%의 현장’은 지난 20년간에만 있지 않았다. 1845∼1851년 ‘아일랜드 엑소더스’는 기후변동으로 농업이 파국을 맞은 대표적인 사례다. 아일랜드에 계속된 비로 주식이던 감자에 역병이 돌면서 대흉작·대기근이 발생했다. 인구가 800만명에서 550만명 아래로 뚝 떨어졌고, 150만명은 북미 대륙으로 ‘탈출’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400∼1900년은 ‘중세 소빙하기’로 분류된다. 지구촌 전역에서 가뭄·홍수가 일어났고 병해충이 창궐했다.
21% 현장은 2020년대 이후에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났다. 베트남의 유명 쌀 재배지인 메콩강 삼각주 지방은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 유입이 늘어나면서 수량이 감소해 주산지 명성을 내려놓은 상태다. 세계 1위 올리브유 생산국인 스페인에선 2022∼2023년 가뭄이 발생해 올리브 생산이 곤두박질쳤고, 쌀 수출 대국인 인도는 2023년 생산 감소에 대응해 수출을 통제함으로써 국제 쌀시장이 요동치는 결과를 불렀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상황이 세계 전역에서 벌어졌다. 로부스타·아라비카 커피 주산지인 동남아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와 브라질에선 극심한 가뭄으로 커피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가나·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 역시 심각한 가뭄으로 카카오 생산량이 바닥을 쳤다. 인도·태국의 사탕수수 주산지도 유례 없는 가뭄으로 설탕 생산에 홍역을 치렀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분야 타격이 잦아지고 그 파급력이 커진다는 데 있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프리드먼 영양과학정책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1981년 기준 100년에 한번 예상된 폭염이 2024년 이후엔 미 중서부에선 6년마다, 중국 북동부에선 16년마다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2024년 연구에서 “전세계적인 식량가격 상승률이 기온 상승으로 향후 10년 내 연간 최대 3.2%포인트 높아질 것”이라면서 “일시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식량가격 상승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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