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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극한기후시대] ‘끓는 지구’ 농업재해 빈발…탄력적 적응 전략 마련해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12-29 조회 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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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2024년 11월11일 전남 무안군 해제면 용학리에 있는 농민 서석준씨(48) 밭에서 작업자들이 뒤늦게 양파 아주심기(정식)를 하고 있다.
② 2024년 9월 전남 보성군 미력면 일대 논의 벼가 집중호우로 쓰러져 있다.
③ 2024년 11월 충남 당진시 순성면에 있는 맹경섭씨(67) 사과농장에서 가지에 달린 사과 옆에 꽃이 새로 피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④ 2024년 11월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산정리에 있는 오병섭씨의 포도 비가림시설이 폭설에 무너졌다.



          [연중기획 극한기후시대] 흔들리는 우리 농업 

          지구촌 기온상승 1.5℃ 넘으면 

          폭염·태풍 등 기상이변 급증 

          사과등 주요과일 재배지 북상 

          품종개발·스마트농업 확대를



                                                                                                                                    농민신문  이유리 기자  2024. 12. 29



 ‘1.5℃’. 이는 국제사회에서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약속한 ‘마지노선’으로 통한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세계 195개국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로 제한하는 데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불과 9년 만에 이 마지노선마저 위협을 받으며 인류의 생존권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가장 먼저 구조적 변화를 맞은 것은 바로 ‘농업’이다.


◆ 1.5℃ 한계선 붕괴

세계가 1.5℃에 주목한 이유는 인류와 지구 생태계가 비교적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최대 한계선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2018년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1.5℃를 넘어가면 폭염·산불·태풍·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급격히 증가한다. 많은 생물종이 멸종위기에 처하고 식량 생산에도 큰 타격이 온다.

하지만 협정 체결 9년 만에 1.5℃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말이 현실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2024년 6월 내놓은 ‘전 지구 1∼10년 기후 업데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6월∼2024년 5월 12개월 내내 매달 새로운 지구 기온 기록이 세워졌다. 이 기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1.63℃ 높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 끓는 지구에 더 끓는 우리나라

전 지구적으로 나타난 이상고온 현상을 우리나라도 피해갈 순 없었다. 2023년은 우리나라 역시 가장 더운 해로 여겨졌다. 기상청이 2024년 4월 내놓은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연 평균기온은 13.7℃로 평년(12.5℃)보다 1.2℃ 높았다.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1973년 이후 최고치다.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한 일수는 57.8일이나 됐다.

겨울엔 기온 변동폭이 컸다. 1월과 11·12월에는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의 격차가 각각 19.8℃, 19.8℃, 20.6℃까지 벌어지는 등 기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널뛰기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1.5℃에 다다르면 극단적 기상이변이 증가할 것이란 IPCC의 분석이 들어맞은 셈이다.

남부권에선 2022년부터 2023년 4월까지 이어진 긴 가뭄이 해소된 뒤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남부지방의 2023년 5월 강수량은 191.3㎜로, 역대의 기록에서 3위를 차지했고, 장마철 누적 강수량 역시 712.3㎜로 역대 기록 1위로 나타났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660.2㎜로 역대 기록 3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이 기록이 깨졌다. 2024년 9월 기상청이 펴낸 ‘2024년 여름철 기후특성’에 따르면 2024년 여름은 우리나라의 가장 더운 여름이라는 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6℃로 평년(23.7℃)보다 1.9℃ 높아 1973년 이래 최고치였고, 열대야 일수(20.2일)도 역대 기록 1위였다.

더위는 9월(평균기온 24.7℃)까지 이어져 ‘1973년 이후 가장 무더운 9월’을 낳았고, 다량의 가을철 습설을 야기하면서 ‘117년 만의 11월 폭설’을 불렀다.


◆ 기후 재난 직격탄에 흔들리는 농업

이러한 기후리스크를 피부로 느끼는 산업은 바로 농업이다. ‘6대 과종’으로 꼽히는 주요 과일들의 재배지가 북상하면서 재배면적이 줄어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과는 주산지였던 경북·대구의 재배면적이 크게 줄었고 강원이 고품질 사과 생산지로 떠올랐다. 강원은 2014년(522㏊)보다 재배면적이 3배 이상(1748㏊) 확대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전망 2024’ 보고서를 통해 사과 재배면적이 연평균 1%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3년까지는 사과 재배면적 2900㏊가 줄어드는 것으로, 이는 축구장 4000개에 버금가는 면적이 사라지는 셈이다.

태풍·호우로 발생하는 농작물 피해 규모도 급격히 늘어났다. 농경연에 따르면 2010년대 후반기 들어 태풍·호우로 농경지 침수 피해가 빈번했다. 특히 2020년엔 역대 최장 기간 장마와 태풍으로 직전 10년 내에서 피해가 가장 컸다. 2020년 농경지 침수면적은 14만494㏊, 피해면적은 6만385㏊로, 지급된 보험금만 5600억원에 달했다. 2023년 한반도를 강타한 6∼7월 집중호우와 태풍 ‘카눈’은 7만1000㏊ 규모의 농경지 침수 피해를 보게 했고, 피해 복구비만 3200억원이 투입됐다.

이상기후는 벼멸구 창궐 등 또 다른 형태의 재해로도 이어졌다. 2023년 여름철 집중호우 이후 사과·복숭아 등을 중심으로 탄저병이 확산한 데 이어 지난해 벼멸구 피해로 논이 초토화됐다. 전국에서 벼멸구 피해가 3만4000㏊에 달하면서 정부는 벼멸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했다.

꿀벌 개체수도 급감했다. 한국양봉협회 조사 결과 2024년 3월 기준 전국 68만6683봉군(벌무리)의 53%(36만4232봉군)가 월동 피해를 봤다. 꿀벌응애류·말벌류에 따른 폐사와 더불어 이상기상 요인이 꿀벌 월동을 방해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기온 상승은 2023년 소 럼피스킨의 국내 첫 발생을 야기했다. 럼피스킨은 모기·침파리 등 흡혈 곤충을 매개로 전염된다.

농축산물의 수급 불안도 빚어졌다. 농산물 가격 상승을 촉발해 ‘기후플레이션’ ‘음식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 사용이 일상화하다시피 했다.


◆ 기후변화 적응 전략 시급

전문가들은 국내 농업을 기후변화의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가운데 농업이 기후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하게 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지리적 특성상 폭염을 피해 물러설 수 있는 더 높은 북쪽이 없다는 점은 우리 밥상의 위기를 높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업을 지키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 아래 정책적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건강·생명을 지키기 위해 과수 재배지 변화에 따른 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 곤충의 식량 자원화, 스마트팜 확대 등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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