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경남에서 트랙터를 몰고 상경한‘전봉준 투쟁단’은 서울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이들은 28시간만에 경찰 차벽을 뚫고 대통령 관저로 향했다. 사진=유영선 기자
탄핵정국 ‘민생농업4법’ 거부…“ ‘더는 못살겠다’ 트랙터로 ‘남태령 대첩’ 마무리”
송 장관, ‘농망법’ 발언·볏값폭락· ‘반쪽 장관’ 행보 등 일년내내 비판 쏟아져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4. 12. 27
송미령 사퇴와 쌀값폭락, 기후재난에 대한 아우성으로 점철된 한해였다.
올 1월 2일 새해와 함께 임기 첫 단추가 시작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에게는 시작부터 1년 내내‘사퇴하라’는 구호가 붙었다.
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농정변화 없이, 물가안정을 빌미로 한 일관된 농산물 수입정책을 밝히면서 송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부터 질타를 받았다. 이후 양곡관리법 반대, 자연재난 대책 미비 등 과거 2년간의 윤석열농정을 그대로 승계한 행보가 범농업계의 외면 이유가 됐다.
송 장관은 우호적인 일부 농촌 현장만 찾아가는‘반쪽 장관’이란 지적을 받았고, 이같은 행보는 농민단체를 더욱 ‘갈라치기’ 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농정 수장으로서 지도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은 송 장관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최근 12·3계엄 선포 ‘동조 혐의’ 까지 받고 있는 송 장관은, 12월말 관악산 남태령 농민들의 트랙터 행진에서까지 지탄의 정점에 위치하면서, 지난 1년을 농정 실패로 귀결지었다. 이는 농민·농업 피해를 의미했다.
올해 윤석열 정부 3년차 농정은 4·10 총선 정국에서 출발했다. 윤석열대통령은 연초부터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열었고, 야권의 선거법 위반이란 지적을 받으면서도 다양한 지역특화 공약을 폭발적으로 발표했다. 2월 21일 ‘비수도권 그린벨트 1·2등급지를 해제한다’ 는 개발제한구역(GB) 해제 발표는 농업·농촌에 일대 태풍을 일으켰다.
이날 울산광역시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개발제한구역과 농지이용규제 혁신을 통해 노동과 자본기술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경제적 가치 창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간 보호대상이었던 150만ha의 논·밭에 대해‘난개발’을 선포한 행위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총선에 바라는 농업계의 농정개혁 요구는 정부 정책에 대한 지적으로 요약됐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어업재해에 대해 국가 책임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때 재해복구비 80% 이상, 생산기반 지원 등을 법으로 규정하자는 세부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벼농사의 생산비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자는 양곡관리법에 대한 열망이 농민단체와 야권에서 재점화됐다. 식량주권법, 농민기본법,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주문도 이어졌다. 물가관리 차원에서 농축산물 저율관세(TRQ) 수입시 농가 피해보전이 필요하다는 공약 제안도 있었고, 농산물 생산기반 보호를 위해 농지를 전수조사하자는 특별법 제정 요구도 나왔다.
지난해 10월부터 내리 하락세를 이어가는 산지쌀값은 9월 25일 17만4천588원(80kg)으로 바닥을 뚫었다. 전년 같은 시기 쌀값보다 가마당 2만6천216원이나 떨어진 상태였다. 이때 농민단체와 야당 정치권은 양곡관리법의 당위성과 쌀 적정 가격제 도입을 주장했다. 쌀 의무수매 내용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농민단체 간의 정쟁은,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이후 끊이지 않는 농정갈등의 불씨로 살아있고, 특히 올해는 쌍방 맞불 화력이 최고점에 달했다.
올해 3월 윤 대통령이 시장에 들러‘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언급한 게 방송을 타면서 농업계는 물론 전국이 요동쳤다. 이때 불거진‘적정한 농산물값’에 대한 기준은 올 최대의 화두로 자리했다. 정부가 정한 농산물 소비자가격은 국내 농민들이 현재의 생산비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헐값’ 이었다. 정부는 물가안정이란 이유로, 농산물 수급조절 정책의 최우선으로 ‘수입·방출 물가잡기’ 를 선택했다. 대파 수확기에 대파를 수확하고, 과일 수확기에 오렌지를 들였다. 계란값이 불안해질 것을 우려해‘선제적’(미리) 수입으로 가격 불안 분위기를 아예 차단했다.
정부가 주력정책으로 내세웠던 스마트농·수직농·푸드테크·식품수출의 주인공은 기업체이고, 농촌쇠퇴과 지역소멸은 개발·투자로 밀어붙였다. 농정의 중심에 농민·농업·농촌은 제외됐다.
식량안보와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농지보전, 인력확보, 농산물 적정가격과 농민의 소득안정 등 관련 법률 제정이나, 기후위기 대응·재난 대비 보상, 필수 농자재 지원대책 등은 차선책으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농업분야 정책으로는, 직접적이고 필수적인 지원보다 정책보험을 통한 지원강화 대책을 세운게 눈에 띤다. 정부는 올해 농업수입안정보험을 통해 농가소득안정을 계획했고, 내년부터 전면 실행하겠다고 구체적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설익은 이론’ 이라는 지적이 많다. ‘수입지지’ ‘정책 보험’ 등의 한계가 분명 존재하는데, 양곡법이나 농안법을 반대하기 위해 섣불리 추진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찬반 갈등이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탄핵절차가 진행중인 윤석열 정권의 국정은 멈춰있다. 하지만 송미령장관이 앞장섰던 현정부의 ‘농정색깔’ 은 그대로 채색 중이다. 지난 19일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은 양곡법을 포함한 ‘민생농업4법’ 을 또 거부했다. 윤석열정부는 현재의 농정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농산물시장 완전개방, 농촌 고령화, 기후위기와 재난, 농자재값 급등 등 당면한 오늘 일을 당장 어쩔 것인지, 농민들은 불안한 가운데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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