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거래 기반 유지·물류 개선 나서야
가락시장의 흥망은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등 유통주체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산지와 소비지의 변화, 도소매 유통채널간의 치열한 경쟁구도, 그리고 농산물 수입증가로 인한 국내 생산기반 위협 등에 얼마만큼 체계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가락시장의 미래가 달린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가락시장 유통주체들은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앞날을 위해서는 가락시장 유통주체들의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출하자 상장거래 만족도 낮아…도매법인 산지대응 미흡
연 거래 20억 미만 영세 중도매인 43%…소매유통 대응 부진
▲ 도매법인 만족도 떨어지고, 중도매인은 영세하고 = 1985년 개장한 가락시장은 우리나라의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 시대를 열었다. 농산물 유통의 불모지였던 가락시장에서 유통주체들은 누구보다 많은 땀과 열정을 쏟아왔고, 우리나라 농산물유통의 주춧돌로 성장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유통시장이 개방되고, 특히 대기업이 유통산업에 진출하면서 1990년대 후반 이후 농산물 유통에는 큰 지각변동이 일기 시작했다. 유통업체간 경쟁 또한 매우 치열한 산업이 되는 과정에서 가락시장 유통주체들은 퇴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낙후된 유통채널이라며 구조조정의 대상으로까지 몰리기도 했다.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이다.
산지 출하자들의 만족도도 예전만 못하다. 한국갤럽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로부터 용역을 받아 가락시장 출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도매시장법인 상장거래 만족도는 보통 44.9%, 불만족 26.8%, 만족 16%, 매우 불만족 8.6% 등으로 나타나 산지에 대한 대응이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중도매인들도 영세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소매유통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가락시장 중도매인의 거래처별 판매 비중은 중소형 마트(슈퍼마켓)이 37.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어서 전통시장12.3%, 외식·급식업체10.1%, 가락시장내 타 중도매인9.9%, 대형유통업체 9.7% 등으로 위축되고 있는 소매업체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보니 조사에 참여한 가락시장 중도매인 1326명 중에서 연간 거래액이 20억원 미만으로 영세한 중도매인이 전체의 42.9%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락시장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바로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매인 지급 특별지원금 15억 원…수익 나눠먹기 논란
도매법인 매년 수십억 흑자, 중도매인 경영실태 공개 안돼
▲ 가락시장, 그들만의 시장인가 =특히 유통주체들은 미래를 대비한 투자보다는 눈앞의 수익에 몰두하고 있다는데 대한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연말과 올 상반기에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별로 자사 주거래 중도매인 1개사당 200만원씩 모두 15억원에 가까운 특별 지원금을 지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출하자 등으로부터 수익 나눠먹기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일반적인 장려금 지급액을 놓고 봐도 중도매인이 출하자보다 높다.
지난 2012년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공판장 포함)들의 장려금 지급 규모를 보면 출하장려금이 134억6200만원인데 반해 중도매인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은 206억6300만원으로 월등히 많았다.
특히 도매시장법인들은 매년 수십 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는데, 자본금에 비례해 순이익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다. 중도매인의 경우에는 경영실태가 아예 공개되지 않고 있어 얼마 만큼의 수익을 올리는지, 아니면 적자를 내고 있는지 파악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러면서 중도매인들은 영업환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도매시장법인을 상대로 판매장려금 인상, 배송비 도매법인 부담 등 각종 지원금 확대지급을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들의 경영실태를 들여다보면 과연 산지는 이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의문이 든다.
안정적 경영구조 구축…일정수준 흑자기반 보장 공감대
체계적 산지육성 전략 마련 시급…전문 인력 확충 급선무
▲ 유통주체들 혁신하자 =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들은 농가가 출하한 농산물을 원활하게 판매하고 분산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경영구조를 갖춰야 한다. 또 일정 수준의 흑자기반도 보장해야 한다는데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산지 육성과 출하자는 뒷전으로 하고 자사의 수익증대에 치중해선 안된다.
도매시장법인들은 우선 출하자를 대신해 도매유통에서 구매자와 교섭하면서 산지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긴축경영을 이유로 산지활동을 하는 경매사 등을 대폭 감축했는데, 이로 인해 현재 대부분의 경매사들은 하루하루 매출목표 달성에 시달리면서 산지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체계적인 산지육성 전략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들은 특히 공정한 거래기반 유지와 발전에 주력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투명한 가격발견, 그리고 상장경매와 거래방법 고도화를 위한 물류개선 등을 도매시장 유통발전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상장경매와 정가수의매매 기술이 제자리 걸음할수록 도매시장은 외부로부터 지속적인 공격이 가해질 것이고, 자칫 공영도매시장으로서의 위상도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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