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농식품부가 주최한 수입안정보험 설명회 모습.
형평성·공정성 담보가 성공 열쇠
품목 쏠림 완화 제어장치 필요
심리적 안전망 제공은 ‘긍정적’
한국농업신문 박현욱 기자 2024. 12. 26
2024년은 그 어느 때보다 농업 정책과 관련법 이슈에 대한 찬반이 많았던 한 해다. 한국농업신문은 ‘2024 갑론을박’을 송년특집으로 게재한다. 특히 올해 언론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 중 하나는 양곡관리법으로 정부가 양곡법 대신 수입안정보험을 들고 나와 수입안정보험도 덩달아 ‘핫’한 이슈가 됐다. 지난 1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인 수입의 최대 85% 보장하는 소득·경영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 해당 제도는 급물살을 탔고, 2025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형 수입안정보험. 어떤 찬반이 있는지 이슈별로 알아본다.
[찬성] “지속 가능한 농업 경영 유지 방점”
재정 낭비 방지···보조금 정책보다 부담 없어
우선 농업수입안정보험을 이야기할 때 농작물재해보험을 빼놓을 수 없다. 농가가 일정 부분 보험료를 부담한다는 점 때문이다. 보장 성격도 비슷한데 특정 재해로 수확량이 급감했을 때 해당 손실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다만 두 보험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 바로 가격 변수다. 농작물재해보험은 평년 수확량을 기준해 손실분을 자연재해와 결부시켜 보상금이 책정된다면 수입안정보험은 수확량뿐만 아니라 가격하락 변수까지 더해 보상금이 책정된다.
따라서 정부 안대로라면 가격하락과 수확량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농가가 해당 보험 가입 시 기존 수입의 최대 85%까지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2025년부터는 15개 품목으로 확대되며 향후 정부는 농가 가입률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수입안정보험은 기존 수입 대비 부족한 금액을 보전함으로써 농가의 최소 생계 보장이 가능하고 자연재해와 더불어 시장 가격 변동 등 불안전성이 높은 상황에서 경제적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점은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수입안정보험의 또 하나의 장점은 농업의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데 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글로벌 시장 가격의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농가를 보호한다는 명분은 수입안정보험을 도입하는 핵심 요소다.
최근 혹명나방, 벼멸구, 늦더위 등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한 사례를 참고할 때 농가들에게 안정적인 보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농산물 수입으로 인한 가격 변동에도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입 감소 위험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정부의 부담 문제도 생각해 볼 문제다. 특정 농가가 아닌 소득이 급감한 농가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재정의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기존 농산물 가격 보조금 정책보다 효율적으로 소득 안정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 농산물 과잉 생산 시 보조금 정책보다 시장 왜곡 효과가 적다는 점 등은 정부 당국 입장에서도 제도 도입을 위한 강력한 요인이 된다.
농가 부담이 올라가더라도 농업의 미래를 디자인할 수 있다는 점도 농업수입안정보험의 장점으로 꼽힌다. 천수답이라고 불리는 농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면 장기적 경영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경제적 리스크가 줄면 농가 스스로 품질 개선, 기술 도입, 효율적 생산 등에 집중하면서 소규모 농가들이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국내 농업 전반에도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해당 제도가 안정적으로 안착된다고 가정하면 농업의 불확실성을 타파, 농가가 농업에 지속적으로 종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중소농뿐만 아니라 고령농에게도 심리적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복수의 보험 전문가들은 “수입안정보험의 도입 취지와 목표는 분명 농업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농업계 모든 전문가들이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실행 과정상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과 리스크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해당 제도 안착의 관건”이라면서 “결국 안정적 농가 소득과 각종 재해 등 위험 리스크를 줄이는 제도라는 것에 대한 농민 설득과 이해가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대] 품목 쏠림 우려 농가 소득 보장은 ‘글쎄’
- 보험서 규정한 농가 경영 안정 기준 논란
수입보장보험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보험 가입 품목의 생산 쏠림 현상이다. 수입보장품목은 2025년 15품목으로 확대되긴 하지만 수백 가지가 있는 농업 품목 중 보장 품목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 시장의 공급 과잉, 가격 하락, 타 품목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넓은 시야로 바라보면 농가 소득 안정이라는 목표가 일부 품목만으로 달성되기 힘들고 오히려 생산 쏠림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가격하락을 불러와 보험의 도입 취지가 퇴색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수입안정보험의 가장 큰 강점은 시장의 불확실성 제거다. 다만 이 같은 불확실성 제거가 급변하는 시장 동향에 대한 농민들의 감각을 무디게 할 수 있다는 점은 보험 도입 시 참고해야 할 사례다.
과거에도 수입이 어느 정도 보장될 경우 농가의 효율적인 경영 개선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고, 일부 농가는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보상을 노리는 행동을 했던 사례들을 비춰볼 때 이를 타파할 수 있는 세밀한 거름망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대농과 소농 간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보험료가 소규모 농가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소농일수록 고정 비용에 비해 보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 가입을 꺼릴 가능성도 상존한다.
정부의 지원 문제도 생각해 볼 문제다. 세계적으로 대규모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기후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향후 보상액이 급증할 가능성 커 정부 예산이 과도하게 투입, 정부 재정과 지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입안정보험의 가장 큰 약점인 특정 품목에 한정돼 모든 농가 경영 안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수입보장보험의 품목 선정 기준의 공정성 논란이 뒤따를 수 있고 품목 선정을 하는 기준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으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수입안정보험에서 정하는 농가 경영 안정 기준이 무엇이냐도 중요한 문제다. 수입안정보험에서는 이를 보장하는 상품 유형을 3가지로 나눈다. 과거수입형과, 기대수입형, 그리고 실수입형이다.
과거수입형의 경우 과거 5년의 올림픽 평균, 기대수입형의 경우 당해 연도 가격을 기준으로 뒀는데 두 유형 모두 도매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잡았다. 실수입형의 경우 농가별 실제 수취가격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 기준은 계약재배 가격을 참고한다. 도매시장 가격, 그리고 계약재배 가격이 과연 농업 경영 안정을 도모할만한 가격인지는 따져볼 문제다.
또한 기후변화, 시장 환경 변화 등으로 과거 수입이 현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기대수입형의 경우 변동성이 큰 품목은 실제 소득과 차이가 날 수 있어 이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수입안정보험의 성공 여부에 중요한 요건이 될 수 있다.
일각의 농업단체에서는 “농업수입안정보험의 도입은 농민들에게 보험료를 부담지우고 정부 부담을 줄이기 위한 꼼수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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