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경매장 마련·하역인원 늘려야”
농산물 반입량 4~5배 급증…하역 늦어 경매지연 속출
포도 등 저장성 낮은 품목은 품질하락으로 제값 못받아
출하주 “화물차 기사들 운송 아예 기피…웃돈까지 요구”
추석 성수기를 맞아 올해도 서울 가락시장이 밀려드는 농산물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매번 되풀이되는 이 같은 혼잡에 대해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산지와 유통인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추석 성수기가 시작된 8월22~23일 이후 가락시장은 산지에서 출하한 과일 등으로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경매가 지연되고 사과·배 등은 시장 밖에서 24시간 이상 대기시켰다가 반입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추석이 일러 수박·참외 등 여름과일까지 출하되는 데다 최근 남부지역에 비 피해가 발생한 탓에, 가락시장의 혼잡이 더 심화된 것으로 시장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가락시장의 한 과일 경매사는 “올 추석 대목이 시작되면서 평소에 비해 농산물 반입량이 4~5배 이상 늘어 하역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이 때문에 경매시간이 지연되고, 복숭아·포도 등 저장성이 낮은 품목은 품질하락으로 이어져 제값을 못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새벽 2시로 예정된 과일 경매의 경우 최근엔 오전이 돼서야 시작되고, 오전 9시 전후였던 사과·배 경매는 오후 5시 넘어서까지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과일 출하차량들이 당일 경매에 참여하지 못하고, 다음 날까지 대기를 하면서 출하주들이 하루 15만원가량의 유치비를 부담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현재 도매법인의 사무직원까지 모두 나와 하루 몇시간씩 하역작업에 투입되고 있지만, 일손이 달리다보니 경매가 지연되는 일을 막지 못하고 있다”며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하역과 관련한 특별 대책을 별도로 추진, 농산물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가락시장 유통인도 “물량이 급증하는 명절에는 공사(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등에서 인력회사와 계약해 하역인원을 늘리든가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연구를 전혀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탓으로 일부 화물차량 기사들은 가락시장 출하를 아예 기피하거나 출하자들에게 웃돈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북 장수군의 한 농가는 “사과 출하를 위해 화물차량을 섭외하려 했는데, 가락시장으로 간다고 하니까 운전기사가 손사래부터 쳤다”며 “다른 화물기사도 웃돈을 주지 않으면 안 간다고 해, 그냥 수도권의 다른 시장으로 출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추석 등 명절에는 가락시장 외부에 임시 경매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한 중도매인단체 관계자는 “너무 복잡해 운전기사들이 진입을 기피하고, 또 제 시간에 경매조차 열리지 못하는 곳이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 뒤 “명절에는 사과·배만이라도 별도의 장소에서 경매를 진행해 시장의 혼잡을 해소하고, 출하주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재희·이성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