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영주농협이 밭작물공동경영체육성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후 새롭게 도입한 사과 선별시설 모습. 이 같은 자동선별기를 통해 하루 평균 30톤 규모의 사과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아래) 남정순 영주농협 조합장
영주농협
저온저장고 저장량 2200톤까지 확대
비파괴 당도측정 자동선별기 도입
1초에 사과 6개 처리도 거뜬
하루 평균 선별능력 12→30톤으로
2008년 97개 농가로 시작 공선회
현재 참여농가 248곳으로 증가
농가 소득증대 성과는 물론
교육·컨설팅으로 역량 강화 ‘만족’
한국농어민신문 영주=우정수 기자 2024. 12. 20
위기 상황에서 더 빛났다. 경북 영주시 "영주농협"과 ‘영주농협사과공선출하회(이하 공선회)’ 농가들의 이야기다. 지난해 냉해 피해로 사과 생산량이 급감하는 등 급격한 기후변화의 파고 속에서도 영주농협공선회 소속 농가들은 조직화를 바탕으로 충격을 최소화했고, 올해도 큰 문제없이 사과 생산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품질 좋은 사과 생산에 대한 농가들의 의지가 밑바탕에 깔려있었지만, 교육 및 컨설팅을 통해 농가 조직화를 견인하고, 생산·수확·판매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영주농협이 큰 힘이 됐다. 또 영주농협이 농가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데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추진하는 ‘밭작물공동경영체육성지원사업(이하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이 커다란 뒷받침이 됐다.
▲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은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은 농식품부와 aT가 밭작물 주산지를 중심으로 품질 경쟁력 및 생산혁신 역량을 갖춘 조직화·규모화한 공동경영체를 육성하고, 생산유통통합조직과의 계열화를 통해 해당 품목의 시장교섭력 확보와 지역 단위 자율적 수급조절에 기여 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사업 대상은 농업법인과 농협조직(지역농협, 품목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설립한 협동조합으로, 밭작물뿐만 아니라 청과부류와 화훼 부류, 약용작물 부류까지 지원 품목에 포함하고 있다.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경영체들은 농식품부로부터 2년에 걸쳐 10억원(국고 50%, 지방비 40%, 자부담 10%)의 보조금을 지원받게 되며, 이 지원금은 농가 조직화와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및 컨설팅, 고품질 농산물 생산·관리에 필요한 시설·장비 등에 사용하게 된다.
농식품부와 aT는 지난 7월 말, 내년도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에 참여할 대상자 모집을 끝마쳤으며, 해당 경영체 관할 지방자치단체 주관하에 수립한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서류심사와 발표평가를 거쳐 총 12개소를 새로운 사업 대상 경영체로 선정했다.
▲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 통해 안정적인 사과 생산·공급체계 구축
사과 주산지인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영주농협(조합장 남정순)도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 동안 이행한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을 통해 품질 경쟁력은 물론, 안정적인 사과 생산·공급 역량을 갖추게 된 곳이다. 지난 2021년, 농식품부와 aT가 시행한 ‘2022년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 공모에 영주시를 중심으로 참여해 사업 대상자로 뽑혔으며, 이를 바탕으로 농가 조직화와 고품질 사과 생산·공급을 위한 시설·장비 확충 등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22년~2023년도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종합평가에서 ‘우수조직’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영주농협은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 추진 전까지만 해도 생산·유통 부문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수취가격을 높여 온 것이 오히려 사업에 과부하가 걸리는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영주농협으로 사과를 공급하려는 농가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사과 취급 물량이 증가하게 됐는데, 그 규모가 영주농협이 보유한 저장능력과 선별능력을 초과하게 된 것이다.
영주농협의 이러한 상황은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되고부터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저온저장고를 증설, 1200톤이 한계였던 저장량을 2200톤까지 확대했고, 1초에 사과 6개를 처리하면서도 비파괴 당도측정 기능을 갖춘 자동선별기도 도입해 선별 능력을 기존 하루 평균 12톤에서 30톤 이상으로 확대했다. 박소설 영주농협 부석지점 경제사업소 팀장은 “고품질사과 생산·공급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저장 및 선별 능력 확대로, 3억원이 넘는 농협 자체 예산을 더해 먼저 비파괴 자동선별기를 도입했고, 이후 저온저장고 신축공사를 마무리했다”라며 “저온저장시설 확충과 자동선별기 도입 등 시설현대화에만 보조금 포함 30억원 가까운 비용을 투자했다”라고 설명했다.
영주농협은 자동선별기 도입으로 처리 능력이 향상되면서 예전보다 적은 인력으로도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양의 사과를 선별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농가에서 수확한 사과도 외부 창고 이용 없이 전량 자체 저온저장고에 수용할 수 있게 돼 창고 임차료와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 농가 조직화 및 농가 소득 향상에도 기여
사과 유통시설 개선을 통해 절감한 비용은 영주농협이 사과 품질의 균일성과 안정적인 출하 물량 확보를 위해 2008년 조직한 영주농협공선회 소속 농가 소득 향상과 직결되고 있다. 공선회는 공동생산·선별·출하뿐만 아니라 정산도 공동으로 하고 있는데, 사과 입고부터 출하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농가 소득에 보탬이 된다. 박소설 팀장은 “농가 입장에선 소득 증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영주농협에선 농가 조직화를 바탕으로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생산·공급체계까지 구축하게 되면서 공선회에 대한 농가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2008년 97개 농가와 함께 시작한 공선회는 영주농협의 지원 속에 2021년에는 회원 수가 203개 농가까지 늘었으며,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 이후 더욱 증가해 현재 248개 농가가 공선회에 참여하고 있다. 소득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여기에는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을 통해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과 컨설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업 기간 동안 영주농협은 농가 조직화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공선회 농가들을 대상으로 ‘농가조직화 교육’을 실시했고, 아울러 개화기·착색기·고온기 등 시기별 사과원 관리 및 재배기술 교육과 컨설팅도 병행했다. 특히 기후변화가 농산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과 이상기후에 대비한 과수원 관리기술에 대한 교육도 실시하는 등 공선회 농가들의 역량 강화에도 힘썼다. 최재영 영주농협공선회 총무는 “영주농협이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을 바탕으로 시설을 개선하면서 농가 소득이 늘어나게 됐는데, 농가 입장에선 그보다 좋은 것이 없다”라며 “교육에 있어서도 사과 재배기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등 농가들이 농업 환경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교육까지 함께 진행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렇게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 추진 이후 농가 소득은 물론 농가 역량 강화에 대한 부분까지 보다 세심하게 챙길 수 있게 되면서 영주농협에 대한 농가 신뢰도가 더욱 높아졌고, 이상기후와 냉해 등의 여파로 사과 생산량이 급감했던 지난해에도 공선회 농가들은 이탈 없이 수확한 사과를 농협으로 보내게 됐다. 올해도 여름철 폭염과 가을장마로 인해 일소·열과 피해를 입은 농가가 많았으나, 공선회 참여 농가수가 늘어나면서 공선회 출하 물량은 2022년 수준을 회복하게 됐다. 박소설 팀장은 “공선회 농가들이 출하한 사과 취급액이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 선정 이후 꾸준하게 증가해 2021년 51억6100만원에서 지난해는 사과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86억1400만원까지 확대됐다”라며 “올해는 취급 물량이 2022년 2001톤 수준을 회복해 취급액이 지난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성과를 내기까지는 영주시와 농협, 생산자단체, 사과발전연구회 등 관계기관과 사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운영한 ‘주산지협의체’의 지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주산지협의체에서는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전체적인 사업 추진 방향을 챙겼고, 사과 수급 및 시장 전망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영주농협 관계자들은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사과 생산·공급 체계 구축 여건을 마련해 준 농식품부와 aT에 감사드린다”면서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을 통해 닦아 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우수한 품질의 사과를 생산·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인터뷰 / 남정순 영주농협 조합장
“농가 조직화…노동력 줄이고 소득 높여”
공동 수거·저장·판매, 정산까지
저장고·선별시설 확충·개선
절감한 비용은 농가에 돌아가
“농민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그건 무조건 해야지요.”
지난 2022~2023년 추진한 ‘밭작물공동경영체육성지원사업’ 기간 동안 농협 자부담액 외에도 30억원에 가까운 자체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우수한 성과를 낸 남정순 영주농협 조합장은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남정순 조합장은 적극적인 투자에 대해 “농협의 기본 목적이 농업 소득 증대를 통한 농민 삶의 질 향상”이라며 “농민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그건 농협에서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밭작물공동경영체육성지원사업을 사과 농가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인식한 남정순 조합장은 직원들에게만 일을 맡기지 않고, 사업 대상자 선정 단계부터 직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남 조합장은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은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직접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라며 “고령화된 농촌에서 농가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농협이 더 적극적으로 하려는 게 이번 사업의 목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영주농협은 이 사업을 통해 사과 농가를 조직화하고, 사과 저장 및 선별시설을 확충·개선하는 등 농가 노동력 절감과 소득 증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다. 남정순 조합장은 “저장고와 선별기 모두 농가에 도움이 되는 시설로, 시설을 개선하는 김에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해 투자를 크게 했다”라며 “농가 조직화를 통해 사과를 공동으로 수거·저장·판매하고, 정산도 공동으로 하는데, 저장고와 선별시설 확충·개선으로 절감한 비용이 농가에 돌아가게 되면서 농가 만족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 농협에 대한 신뢰도 더 쌓이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남정순 조합장은 그러면서 “농협이 농가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라며 “밭작물경영체지원사업처럼 농산물 산지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예산지원 사업이 더 확대됐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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