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몸집·사업 확장에만 치중…조직규모 비대 눈살
친환경 식재료 공급·정산회사 설립 방식 등 도마위
가락시장 위상은 되레 위축…본연 임무에 충실해야
가락시장 경쟁력 강화를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오히려 가락시장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락시장의 유통기능 고도화보다는 공사 자신의 사업 확장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락시장의 미래를 위해서는 서울시공사가 가락시장의 유통기능 고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체성 흔들리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정체성을 잃고 있습니다”, “가락시장은 전국구인데, 서울시에서 관리 운영하다보니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대한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가락시장에서 우선적으로 개혁해야 할 대상은 바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라는 여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설립 취지인 도매시장 관리 육성이라는 근본적인 역할보다는 공사의 몸집과 사업 확장에 더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안법에서 도매시장 관리는 관리사무소, 지방공사, 공공출자법인 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시행규칙에서 도매시장의 관리업무는 △시설물의 관리 및 운영 △거래질서 유지 △도매시장법인, 시장도매인, 중도매인, 유통업무 종사자에 대한 지도 감독 △도매시장법인 또는 시장도매인이 납부 또는 제공한 보증금·담보물 관리 △정산창구에 대한 관리·감독 △도매시장사용료·부수시설 사용료의 징수 △도매시장 개설자가 도매시장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업무규정으로 정하는 사항의 시행 등으로 규정돼 있다.
이처럼 농안법에 의거해 설립된 조직이 바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고, 농안법에서 부여한 도매시장 관리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농안법에 규정돼 있는 관리업무를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락시장 유통인들은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등 현장에서 소통하는 서울시공사의 모습을 언제부턴가 찾아 볼 수 없다”며 “가락시장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비전 없이 단기의 가시적 성과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최근 들어 상명하복 식으로 권위만 더욱 세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어발식 사업확장 시작인가 = 서울시공사는 2실, 5본부, 1센터, 1지사, 27팀 등으로 조직돼 있고 현재 총 262명이(2014년 2월 기준) 재직하고 있다. 매출액은 2010년 608억5000만원(당기순이익 93억원), 2011년 614억원(당기순이익 85억4000만원), 2012년 616억원(당기순이익 146억8500만원), 2013년 646억원(당기순이익 119억7000만원) 등으로 가락시장내 최대 조직이자 최고수익을 올리는 최대 규모의 조직이다.
높은 순이익에 대해 서울시공사는 시설현대화 등의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3000억원이나 투입되는 시설현대화 1단계사업은 사옥건축과 임대점포 등으로 서울시공사의 임대사업을 위한 시설현대화라는 의구심이 앞선다.
서울시공사의 학교급식 식재료 유통사업도 시행 주체로 적합한지 검토해야 한다. 안전하고 우수한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공사가 시장내 유통주체들과 경쟁이 되는 농산물 유통을 직접하면서 유통주체들과 갈등·충돌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설립된 가락시장정산주식회사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서울시공사와 상장예외품목 취급 중도매인이 각각 15억원씩 30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하고, 농식품부로부터 100억원의 운영자금을 무이자로 지원받아 지난해 11월 설립했다. 농산물 출하대금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정산조직 설립 방식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 중도매인들의 정산조직은 중도매인들이 조합방식으로 결집해 자체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 물론 일본의 정산조직은 도매법인과 중도매인간 거래금액을 정산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도 공공예산의 투입 없이 중도매인들의 자금력 결집으로 정산조직을 세울만한 충분한 여력이 된다. 서울시공사가 정산회사까지 세력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주식회사 형태가 필요했던 것이다.
특히 공사조직 규모도 일본과 비교해 과도하게 거대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도쿄도의 중앙도매시장국에는 3개 부서에 136명의 공무원이 있으며, 11개의 중앙도매시장에는 총 462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어 도매시장당 평균 42명의 직원이 배치돼 있다.
일본의 도매시장 운영사례에 비춰볼 때 서울시공사는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보다는 도매시장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분야는 별도의 기관이나 조직으로 분리하고 시장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본연의 역할은 무엇인가 = 급진전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해 가락시장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공사 자신은 공룡처럼 몸집이 커지고 있지만 가락시장의 위상은 예전만 못한 게 현실이다. 유통주체들의 자구노력 부족에다 서울시공사 또한 가락시장의 유통기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지 못한 결과 오늘의 현실에 처한 것이다.
가락시장은 농산물 기준가격을 발견하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지만 서울시공사의 상장매매 운영 고도화를 위한 대책은 전무하다. 농산물 유통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인데 이에 대해 매우 소홀한 것이다. 따라서 가락시장의 상장매매 고도화에 서울시공사가 전사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뢰성 높은 유통정보 수집·분석과 전파에 대한 기능도 퇴보된 상태이다. 서울시공사에서는 가락시장 상장매매 농산물의 가격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품목별 정보는 반입물량, 상-중-하 평균가격 게시 등 단편적이다. 실제 가락시장 경매사들에 따르면 서울시공사의 유통정보는 단순히 시세 등락의 추이만을 나타내는 낙후된 정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권승구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서울시공사의 역할은 도매시장 활성화라는 임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그럼에도 방대한 조직과 관리업무의 포기 경향 등 설립 취지를 망각하고 있어 관리기구도 제대로 못하면 퇴출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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