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도매시장 물류 기능 중심 탈바꿈 필요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위한 제도 정비 시급
한국농업신문 박현욱 기자 2024. 12. 15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조경태 국회의원 주최,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주관으로 지난 12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년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공청회''가 개최됐다.
이날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가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첫 번째 주제발표를, 주신애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실장이 ‘농산물 직거래장터 및 직매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두 번째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윤병선 건국대학교 경영경제학부 교수가 좌장을 김수현 전북대학교 교수, 김영헌 삼성웰스토리 MD,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송정환 농제연 대표, 박기범 만인산농협 상무,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김주연 임팩트마켓사회적협동조합 이사, 강혜영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한국농업신문은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회에서 나온 주목할 만한 내용을 인물별로 정리했다.
[강혜영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경쟁력 있는 산지 규모화 유도 핵심”
전자송품장 예측 가능성 높일 것
사과 대란 후 농산물 ‘부족’ 초점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에 가장 핵심은 산지를 어떻게 하면 경쟁력 있게 규모화하는 것이냐다. 산지가 경쟁력을 갖게 되면 농산물 유통 경로가 굉장히 단순화될 것이며 직거래도 활발해진다. 마케팅 능력이 있는 산지를 많이 길러내야 한다.”
강혜영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국내 농산물유통구조 개선의 핵심으로 ‘산지 규모화’를 지목했다. 현재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온라인도매시장에도 농협이나 농업법인 등이 산지를 규합해 참여하기를 유도하고 있으며, 스마트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정부가 지원하고 마케팅 있는 산지 조직을 길러내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라는 게 강 과장의 설명이다.
보통 산지와 소비지가 대형화되면 중간 유통의 볼륨은 줄어든다. 산지의 교섭력, 소비지의 교섭력이 커지고 물량이 뒷받침되면서 산지·소비지가 직접 교섭해 유통비용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단순히 유통 단계를 줄이는 게 아닌 산지 규모화를 유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강 과장은 “온라인도매시장도 (산지가 규모화된다면) 유통경로 단순화를 구현해 낼 수 있을 것이며 직거래, 계약재배 활성화 등을 통해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도매시장의 전자송품장, 정가수의매매 확대 방침도 명확히 했다. 강 과장은 “시장의 가격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를 완화할 수 있도록 정가수의매매, 전자송품장을 많이 활용해 사전에 반입 물량을 예측할 수 있는 노력을 산지와 함께 할 것”이라면서 “정부도 도매시장법인·산지와 출하자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도 설명했다. 그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이슈 중 하나는 수급불안이다. 수급 불안은 가격 불안정을 야기한다. 그동안 농산물 수급관리를 과잉생산에만 초점을 맞춰 왔었다”면서 “앞으로 기후변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되는 만큼 ‘부족’에 초점을 맞추고 생산물량 유지방안과 관련 지자체, 농업기술센터, 농협과의 협업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32개 공영도매시장 물류기지로 활용해야”
온라인도매시장 농산물 유통 새 축 자리매김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을 물류 기지로 활용해 일본처럼 물류 중심의 유통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김병률 박사는 국내 농산물유통구조개선에 대해 국내 32개 공영도매시장을 물류 중심의 기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통구조 개선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물류 시스템”이라면서 “국내 도매시장에 물류 지원 체계를 확실하게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본도 이미 물류 기능 중심으로 도매시장이 바뀌고 있다”면서 “시설현대화 사업을 통해 국내 도매시장도 물류 기능 중심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도매시장의 주요 과제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제시한 내용은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법 제정 : 법적 기반 마련으로 안정적 운영 보장 ▲거래 방식 다양화 : 입찰, 정가 거래, 예약 거래 활성화를 통한 효율성 증대 ▲판매자·구매자 확대 : 산지 유통조직과 도매시장 법인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 ▲물류 시스템 개선 : 도매시장 물류 기능 현대화 및 전국적 물류 체계 구축 ▲온라인 특화 상품 개발 : 온라인 거래에 적합한 전용 상품의 개발과 홍보 등 다섯 가지다.
김 박사는 “온라인도매시장은 2027년까지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포함 5조 원 거래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이는 가락시장 전체 거래 규모에 맞먹는 수준”이라며 “온라인도매시장이 농산물 유통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법적·제도적 기반의 부족과 물류 시스템의 한계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도매시장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며, 물류 시스템과 관련된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신애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실장]
“신뢰받는 직거래 유통 체계 구축해야”
유통비용 절감 가장 큰 성과 33%P ↓
“직거래 유통은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 이익을 제공하는 중요한 유통구조다. 정부와 지자체, 농업인 간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신뢰받는 직거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직거래 유통의 가장 큰 성과는 유통비용 절감이다. 주신애 실장은 로컬푸드 직매장과 직거래 장터의 유통 비용률을 각각 18.1%와 15.4%로 제시하며, 일반 유통 경로(49.7%)에 비해 약 32.9%포인트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거래 유통 활성화를 위한 세 가지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운영 주체와 이용자의 책임 강화 ▲가격 적정화와 소비자 신뢰 확보 ▲직거래 장터의 체계적 운영과 새로운 모델 개발 등이다.
그는 “직매장과 장터의 운영 주체가 기준을 준수하고 품질 및 가격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인과 운영 주체의 인식 개선 및 책임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면서 “생산자가 직접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또한 농업인 확보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 농협 간 협업 체계가 필요하며, 도심 주요 공간을 활용한 장터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나아가 젊은 소비자층을 유입하기 위해 직거래 장터를 문화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가공식품 및 현장 체험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현 전북대학교 교수]
“온라인도매시시장 생산자 진입장벽 낮춰야”
직거래 익숙한 농가 온라인 흡수 필요
“현재 온라인도매시장이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대형 플랫폼에 밀리지 않으려면 생산자 중심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수현 교수는 온라인도매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생산자 중심의 플랫폼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농가의 농축산물 판매처별 비중 데이터를 살펴보면 ‘직접 판매’가 2010년 19.9%에서 2020년 29%로 큰 폭으로 증가한 만큼 이들을 흡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농업 법인, 스마트팜 대형 농가,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생산자들이 온라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지역 기반 농산물 플랫폼인 마켓 외관처럼 생산자들이 직접 판매하고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체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직거래에 익숙한 농가들을 온라인 도매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만인산농협 상무]
온라인도매시장 맞춤형 상품화 성공 관건
맞춤형 전용 상품화 물류 효율화 필요
“온라인도매시장은 양파와 마늘 같은 특정 품목에 치우쳐 있지만, 만인산농협은 깻잎 등 엽채류와 쌈채류 품목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맞춤형 전용 상품화가 필요하다. 또한 온라인도매시장이 매력적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판매자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박기범 상무는 “소비자와 구매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맞춤형 상품 개발이 중요하며, 이를 억지로 활성화시킬 수는 없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온라인도매시장의 판매자 자격 요건과 사업 방식을 한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판매자 자격 요건을 완화해 상품 구색을 늘려 더 많은 구매를 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기준 완화를 통해 플랫폼의 탄력성과 융통성을 확보함으로써, 더 많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온라인 도매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지 입장에서 과감한 정책적 접근을 제안했다. 박 상무는 “산지의 목소리를 반영한 맞춤형 상품화와 물류 효율화가 온라인도매시장의 성공에 핵심”이라며 “한시적 기준 완화와 정책적 융통성으로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온라인도매시장 정체성 불명확 방향설정 필요
aT 5대 기능 밸류 체인별 연결 고도화해야
“온라인도매시장이 종합 쇼핑몰로 발전할지, 특정 유통 기능을 강화할지 등 명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최병옥 박사는 현재 온라인 도매시장이 다양한 품목과 기능을 포함하고 있지만, 목표와 정체성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종합 쇼핑몰인지, 도매 중심인지, 유통 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도매시장이 지속 가능한 유통 구조의 한 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복잡한 법률 체계를 간소화하고, 유통 구조 개선과 연계된 자원 활용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보유한 산지 유통, 도매시장 관리, 수급 안정, 비축 사업 등 5대 기능을 밸류 체인별로 연계하고, 이를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고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유통 구조 개선, 수급 안정, 물류 효율화 등 다양한 목표를 체계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헌 삼성웰스토리 MD]
온라인도매시장 정보 제공 개선 필요
동영상 자료 산지 추가 정보 제공해야
“온라인도매시장을 직접 사용해 본 결과 온라인에서의 정보 제공에 신뢰를 하기 어려웠다. 농산물 품질은 가격만큼 중요한 요소로 사진이나 간단 정보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김영헌 MD는 온라인도매시장 사용 중 느낀 한계를 지적하며, 정보 제공의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 온라인도매시장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사진 몇 장에 불과하며, 매일 비슷한 사진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구매자 입장에서 품질을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동영상 자료나 산지의 추가 정보를 제공해 품질을 더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지 APC에서 충분한 정보가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아쉽다”며 산지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정보 제공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농산물 유통이 대규모 중심에서 소형화·택배화되는 흐름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에 맞춰 aT의 온라인도매시장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송정환 ㈜농제연 대표]
“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 시급”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와의 연계 부족
송정환 대표는 직거래 활성화를 위해 법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도매시장 관련 법령 작업 경험을 언급하며, 직거래와 로컬푸드 정책이 질적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송 대표는 “직거래 장터와 로컬푸드 직매장이 직거래 정책의 핵심”이라며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가의 높은 호응 속에서 성공적인 정책으로 자리잡았지만, 포화 상태에 근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직거래 장터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며, 실태 파악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직거래 활성화를 위해 “직거래 관련 법·제도 간 분산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식품부의 직거래 육성법에 포함되지만, 지자체 조례는 관리법 중심으로 운영돼 제도적 부조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식품부, aT, 농협, 지자체 간 법률 연계성을 강화하고, 직거래 활성화 방안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와의 연계 부족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를 보완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주연 임팩트마켓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직거래 장터 방문자, 문화 소비자로 전환
공공 인프라 활용 법적 예외 조항 필요
김지현 임팩트마켓 이사는 바로마켓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직거래 장터 모델의 필요성과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김 이사는 “기존 직거래 장터는 주로 농산물 판매에 초점을 맞췄고, 매출을 중심으로 평가됐다”며, 고령화된 소비층과 한정된 운영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직거래 장터를 단순 농산물 시장으로 운영하기보다는 방문자를 여가와 문화 소비자로 전환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장터를 농산물 홍보와 관광 콘텐츠의 중심지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원, 철도, 여객 공간 등 다양한 공공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시군구, 국민체육진흥공단, 코레일 등과의 MOU 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법령에 의해 금지된 공원 부지 내 상행위에 대한 법적 예외 조항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로컬푸드 종합 플랫폼 구축 필요
품질 보답하면 소비자 만족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본 농산물 직거래와 로컬푸드의 현황과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윤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은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와 직접 연결되고, 농가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소비자들은 가격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가치와 신선도를 중요시하며, 직거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다시 구매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로컬푸드 직매장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지역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도시 소비자를 소외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별 직매장이 각각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기보다는, 로컬푸드 참여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할 종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비자들은 직매장의 가격이 저렴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구매 후에는 품질과 신선도에 만족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직거래에서 가격이 싸야 한다는 인식보다는 품질로 보답한다면 충분히 소비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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