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저녁 서울 가락시장 채소2동에서 도매시장법인 대아청과가 채소2동 입주와 영업 개시를 기념하는 초매식을 하고 있다.
무·배추·대파 등 11개품목 경매
정온시설 갖춰 신선도 유지 가능
유통인, 거래 서비스 개선 기대감
농민신문 서효상 기자 2024. 12. 16
“눈비 맞으면서 거래하던 지난날은 갔습니다. 맹추위와 찜통더위 속에서 살아낸 애환의 시간은 뒤로하고 새로운 공간에서 활기차게 영업을 시작해봅시다!”
어둠과 고요가 내려앉은 일요일 저녁. 서울 가락시장 채소2동에선 환한 조명과 함께 새 출발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상용 대아청과 대표는 15일 오후 6시부터 진행된 대아청과 채소2동 입주 기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가락시장 채소2동이 첫 경매를 개시했다. 2021년 2월 공사 첫 삽을 뜬 지 3년10개월 만이고 2016년 해당 동에 대한 신축 논의가 나온 지 8년 만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채소2동에 투입된 사업비는 총 1305억원.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 규모로 연면적만 축구장 8개를 합친 크기인 5만7067㎡(1만7263평)에 달한다. 이곳에선 그동안 천막이 쳐진 야외 공간에서 거래하던 무·배추·양배추·총각무·양파·대파·쪽파·마늘·옥수수·생강·건고추 등 11개 품목이 경매에 부쳐진다.
◆ 무사고 기원…안전기원제 진행
유통인들의 기대감을 반영하듯 대아청과의 ‘입주 기념식 및 안전기원제’가 열린 이곳엔 찬 바람을 뚫고 유통인·산지관계자 60여명이 낮부터 북적였다. 임춘진 대아청과중도매인조합장, 심상길 서경항운노조대아분회장,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시갑 강원고랭지무배추공동출하협의회장, 김휴동 전국총각무생산자협회장 등 농가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채소류를 많이 취급하는 주요 도매법인들도 이같은 분위기를 돋웠다. 대아청과 측에서는 무사고를 기원하는 의미로 중도매인·하역노조에 안전화를 전달했고, 한국청과도 채소2동 경매장 안에서 입주 축하와 함께 안전 영업을 기원하는 고사를 별도로 지냈다.
◆ 무·배추 초매식…박수·함성 나와
기념식 이후 경매장 앞으로 무·배추·대파 등을 가득 실은 윙바디 트럭이 도착하자 현장 관계자들의 눈길이 쏠렸다. 채소2동은 경매장 안으로 트럭 등 화물차량이 직접 진입할 수 없게 설계됐다.
윙바디 차량 기사는 반입장 앞에 그어진 주차선을 따라 차량을 주차했고, 이어 운전대에서 내린 후 적재함 덮개를 열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대기하던 지게차가 트럭 양옆으로 가까이 붙어 팰릿째 적재한 배추 망포장품을 순서대로 내려 경매장 안으로 옮겼다. 지게차가 운송을 끝내자 빈 트럭은 자리를 빠져나갔다.
몇몇 트럭이 채소1동 경매장에서 하던 대로 경매장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서울시공사 직원들의 신속한 교통 정리로 큰 혼잡은 없었다.
이날 초매식엔 배추가 10㎏ 상품 기준 2만5000원이란 비교적 높은 가격에 거래됐고 유통인들은 ‘와’ 하고 박수를 치면서 함성을 질렀다. 전날(14일) 상품 평균 경락값은 9397원이었다.
◆ 국내 최초 정온시설 도입…후끈한 경매장
채소2동 개장으로 가락시장의 도매유통 분야 첫 시설현대화는 마무리됐다. 특히 이곳은 국내 최초로 정온시설이 도입된 현대식 경매장이란 타이틀을 쥐게 됐다.
물건 반입 후 반입·반출장 문을 닫으면 겨울철엔 5℃ 이상, 여름철엔 26℃ 이하로 온도가 유지된다. 실제로 서울 기준 최저 영하 2℃로 내려갔던 15일 밤에도 반입·반출장 문을 닫자 경매장 안은 패딩을 벗어도 될 정도로 후끈했다.
유통인들은 농산물 거래 서비스가 한층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상대적으로 좁은 통로에 따른 지게차 운행의 어려움도 피력했다. 대파 첫 경매에 참여한 한 중도매인은 “경매장과 중도매인 점포 사이 통로가 좁아 당분간 지게차 운행에 혼선이 빚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공사는 채소2동 정상 운영을 위해 12월 셋째주를 ‘특별 근무 기간’으로 정해 야간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강민규 공사 유통본부장은 “채소2동 영업 활성화를 위해 공사도 부지런히 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