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목(地目)이 ‘임야’로 된 땅에서 호박과 들깨 농사를 지어온 농가가 농업경영체 등록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농업경영체는 ‘농지’에서 농작물을 재배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여기다 해당 농가는 임업경영체 등록도 불가능하다. 호박과 들깨는 임산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오직 법과 행정 편의주의에 기댄 농업경영체 운용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작은 사례 가운데 하나다.
농업경영체는 말 그대로 ‘농업’을 ‘경영’하는 주체인 만큼 경영에 방점을 둬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경영체가 아니라 ‘농업인’이라는 자격을 입증하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목과 품목을 따지고, 임야에서 농산물을 생산했다는 이유로 농업경영체 자격을 박탈한다는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업경영체는 2008년 정책 대상의 발전단계에 맞춘 차별적인 정책을 지원하는 ‘맞춤형 농정’ 수단으로 도입됐다. 맞춤형 농정은 농가의 유형화가 선행돼야 하는데 그 기초자료가 농업경영체 등록이다. 농가들은 유형화에 필요한 수십가지에 달하는 등록정보를 입력해 경영체로 등록했다. 하지만 농가경영 유형화와 여기에 맞춘 정책 지원은 구호에 그치고 실상은 직불금 대상자, 즉 농민 자격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농가는 줄어드는데 농업경영체는 늘어나는 기현상도 여기서 비롯됐다. 농업경영체 등록이 농업인 자격 획득과 직불금 수령 등의 농업경영 이외의 목적으로 전용되고 있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농어업경영체를 육성하고 농어업의 공동경영을 활성화해 국민에게 안전한 농수산물과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나아가 농어촌사회의 안정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조의 목적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보다 3년 먼저 시작한 일본의 농업경영체 제도는 농가경영 유형화와 맞춤 정책 취지에 근접해 운영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도 농가 유형별로 차등 지원과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라고 못할 것은 없다. ‘농업인이 곧 농업경영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 입법 취지에 맞춰 농업경영체의 등록 기준을 강화하고 대상을 세분화해 정책 지원을 차등화하면 가능하다. 농업경영체 전반을 맞춤형 농정 도입 목적에 투영해볼 때다.
[농민신문] 새만금 ‘복합곡물전문생산단지’ 시범 운영 
[농민신문] 중, DAP 수출 통제…국내 비료업계 발동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