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한 시설건립 앞다퉈 나서
불필요한 투자·혈세낭비 우려
이용저조로 운영 중단 사례도
사전검토·통계구축 노력 필요
농민신문 무안= 이시내 기자 2024. 12. 15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1200만명을 넘어서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지역별로 유사한 테마파크가 경쟁적으로 조성되면서 불필요한 투자와 혈세 낭비 우려가 나온다.
반려동물 테마파크 사업은 놀이터·수영장·공연장·숙박시설 등 관광과 여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부산, 경기 동두천과 연천, 강원 삼척, 광주광역시, 전남 나주와 해남, 경북 경주와 구미 등 주요 지자체들이 많게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에 나섰다.
부산시는 총 355억원을 투입해 24만1000㎡(7만2902평) 규모의 ‘반려문화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놀이터와 교육장 등 반려문화 관련 편의, 교육훈련, 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경기도는 동두천시에 150억원을 들여 2026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경기지역에서 여주·화성·오산에 이은 네번째 반려동물 테마파크다. 서울시는 연천군과 협력해 임진강 유원지 인근에서 유사한 사업을 추진한다.
전남 나주시는 110억원을 투입해 2만2000㎡(6655평) 규모의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2025년에 착공할 예정이며, 해남군은 75억원을 들여 복합문화시설을 준공한다. 이외에 광주광역시, 강원 삼척시, 경북 경주시와 구미시도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대전시, 전북 임실군, 강원 춘천시, 경북 의성군 등에선 유사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새로운 지자체들이 진입하면서 지역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다.
건축공간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 테마파크와 놀이터 등 관련 시설은 2012년에 처음 조성되기 시작해 2018년부터는 매년 10개 이상의 신규 시설이 생겨난다.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123개 시설 중 2000㎡(605평) 이상의 일정 규모를 갖춘 시설은 37곳으로, 전체 반려동물 공공 공간의 30.1%를 차지한다. 1만㎡(3025평) 이상의 대규모 반려동물 특화공원도 현재 8곳으로, 2020년부터 증가 추세에 있다고 건축공간연구원은 분석했다.
하지만 자칫 과도한 투자와 무분별한 테마파크 조성이 오히려 지자체의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실제 성장하는 시장과 달리 운영에 난항을 겪는 사례가 있어서다.
오산시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2021년 개장 이후 저조한 이용률로 재정난을 겪었다. 결국 올초부터 운영 전반을 민간에 위탁했다. 오산시청 관계자는 “10월 한달 동안 입장료 수익이 350만원 수준인 반면, 업체에 지출되는 위탁비는 7억원가량”이라고 밝혔다. 울산 중구도 2021년 6월부터 소규모 반려동물 전용공원을 조성해 운영했지만, 저조한 이용률 탓에 현재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에 신중한 접근을 촉구한다. 김동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려동물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테마파크 조성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충분한 사전 검토와 반려동물산업 통계의 면밀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옥 전주대학교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도 “대규모 관광객 유치보다는 지역 내 반려동물 양육 주민들의 수요를 충족하는 효율적인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반려동물산업 운영을 위해 각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견해도 있다. 유예슬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원은 “현재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지만, 시설 설계와 운영 과정에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해 각개전투를 벌이는 상황”이라며 “예를 들어 반려동물이 뛰어놀 수 있는 녹지공간의 적정 규모나 견주들간 갈등 관리 방안 등에 대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반려동물 시설을 파악할 수 있는 전국 현황 자료가 없는데 지자체가 사업 사전검토 단계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 통계도 잘 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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