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체 정의, 이대로 괜찮나] (하) 대안은
농어업위, 현장 등 의견 수렴
구체적 방안 내놔 눈길 끌어
기초·일반·전문으로 세분화
규모있는 농가 등 집중 육성
‘예비’ ‘은퇴 준비’ 개념 신설
각 주기 맞춰 체계적 뒷받침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4. 12. 12
각종 농림사업의 대상이 되는 농업경영체 등록 기준을 지금보다 3배 높이자는 제안이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로부터 나와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한정된 농정 역량을 규모 있는 농가 등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농업계의 오랜 과제에 농어업위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향후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최근 농어업위는 국회 토론회를 통해 농업경영체를 기초·일반·전문으로 세분화하고 각종 농림사업을 일반 이상 농업경영체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관심을 모은 건 일반 농업경영체 등록 기준을 현재보다 3배 높이자는 아이디어였다. 현재는 1000㎡ 이상 농지를 직접 경작하거나 연간 농산물 판매금액이 120만원 이상이면 농업경영체에 등록할 수 있는데, 농어업위 구상에 따르면 경작 면적이 3000㎡ 이상이거나 연간 농작물 판매금액이 360만원 이상이어야 일반 농업경영체로 등록시키자는 것이다.
특히 농어업위는 일반 농업경영체 중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할 지원에 ‘5개년 영농 계획’을 제출해 승인을 받은 경우 전문 농업경영체로 전환하게 하고, 이들에게 경영 안정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을 집중하자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농업경영 개선계획을 제출한 ‘인정농업인’에게 각종 혜택을 집중 제공하는 일본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번 제안은 농어업위가 지난해부터 농업경영체 재정의를 위해 농촌 현장,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농업경영체에 등록하면 각종 정책 혜택의 대상이 되는데, 문턱이 낮아 취미·부업 수준으로 농사짓는 이들까지도 농업경영체에 등록하며 농정 역량이 분산된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었다. 이은영 농어업위 농어업정책팀장은 “농업경영체 기준을 개편해 미래농업을 책임질 수 있는 전문 농업경영체를 육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다.
기준을 3배로 높인 건 현장 의견과 해외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농어업위가 지난해 농업인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가장 많은 35.9%가 농업경영체 면적 기준으로 ‘1000평(3300㎡) 이상’을 꼽았다. 또 일본의 경우 농업경영체 면적 기준은 3000㎡ 이상, 농산물 연간 판매액 기준은 50만엔(472만원) 이상으로 두고 있다.
다만 농어업위는 영농 형태별로 단위면적당 소득이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해 3000㎡보다 작은 면적으로도 농업경영체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을 내놨다. 밭·과수원은 2000㎡ 이상, 시설은 1000㎡ 이상을 기준으로 하되 ‘연간 매출액 360만원 이상’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도록 했다.
상향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농가는 기초 농업경영체로 분류된다. 이들은 농업의 산업화를 위한 정책에선 배제되지만 여전히 농업인으로서 조합원 가입, 농민수당 지급,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지원, 8년 이상 자경 때 농지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만 농어업위는 일정 유예 기간을 두고 그 이후부터는 기초 농업경영체로 신규 등록은 받지 말자고 했다.
‘예비농업경영체’ 개념도 제안했다. 영농 기반이 없어도 향후 농업경영체에 등록할 목적으로 의무 교육 등을 이행하는 예비농에게 농업경영체와 동일한 제도적 혜택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청년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등의 혜택을 보려면 농업경영체에 등록돼 있어야 한다. 아울러 10년 이상 영농에 종사했다 농지이양은퇴직불제에 참여하는 이들을 ‘은퇴준비농업경영체’로 구분할 것도 건의했다. 이런 방안을 통해 농업에 진출하고 은퇴하기까지 각 주기에 맞춰 정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자는 제안이다.
농어업위는 이달 안에 본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번 방안을 확정하고 관련 부처로 안건을 송부한다는 구상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선 문제의식엔 공감하면서도 농업경영체를 기초·일반·전문 등으로 구분하는 데는 신중한 의견을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도 정책사업마다 지원 대상이 세밀하게 설계돼 있다”면서 “사업별로 어떤 경영체를 참여시킬지 일일이 정할 경우 복잡한 고민이 수반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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