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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 [Issue+] 기후변화 시대, 농산물 수급 안정 방안은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12-11 조회 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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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가 당장의 현실로 닥쳐오면서 농업 현장에서는 변한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이 요청되고 있다. 이에 기체조절(CA) 저장기술, 기후적응 맞춤형 품종 개발, 스마트농업 등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사진은 올해 수확을 앞둔 가을배추




         근본적으로 생산 안정돼야...고품질 장기저장 위한 기체조절(CA) 저장기술 주목

         CA저장기술 효과는 인정하지만

         효율적 운용 위해선 비싼 설치·운영비에 대한 지원과 하께 과학적 운영 노하우 필요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내생산기반 확충과 자급률이 가장 기초

         스마트농업과 기후적응형 품종 육성이 수급안정 기후적응 방책될 수 있어



                                                                                                                             농수축산신문  박세준 기자  2024. 12. 10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이제 지구 끝에 있는 북극곰이 아니라 바로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극한호우, 극한폭염 등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극단적인 기상현상으로 전 사회가 피해를 입은 가운데 농업은 자연환경과 가장 밀착한 산업으로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과 함께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 안정적인 농산물 수급을 위한 과제와 현황을 살펴봤다.

 

  # 이제는 과잉생산이 아니라 과소생산이 문제

기후변화는 단순히 극한호우 같은 극한기상현상으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농업 달력을 바꾸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12~1940년과 1991~2020년을 비교하면 최근 30년이 과거 30년보다 평균기온이 올라가면서 봄 절기와 여름 절기 시작은 각각 17일, 11일 빨라졌고 가을 절기와 겨울 절기의 시작은 9일, 5일이 늦어졌다.

이에 봄철에는 과수의 개화기가 빨라지면서 저온피해와 수정불량 피해가 늘어나고 있으며 여름철에도 채소와 과일의 정식기·수확기의 고온다습 피해, 결구, 착색불량 등의 피해가 증가하는 추세다. 또 온도 상승으로 토양에 있던 균이 활성화되면서 무름병 등 병해충 피해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디.

실제로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따르면 2001년 기후변화 등이 원인이 돼 지급된 농업재해보험액은 2001년 30억1600만 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35배 늘어난 1조101억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지급액 중 과수와 채소 분야에 지급된 금액은 5464억4700만 원으로 전체 54.1%를 차지했다.

기후변화와 극한기상현상으로 생산이 악영향을 받으면서 이제 농산물 수급의 주요 문제는 과잉생산이 아니라 과소생산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허장행 농협경제지주 채소사업국장은 “약 22년 동안 채소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2020년을 기점으로 이전에는 공급과잉 시대였지만 이제는 공급부족의 시대라는 것”이라 피력했다.

실제로 올해 초 사과가 ‘금사과’가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이례적인 폭염이 원인이 돼 생산량이 급감한 사실을 지목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당시 사과는 개화기 서리피해와 생육기 이상고온, 여름철 집중호우, 수확기 탄저병 등 악재가 연이어 겹치면서 전년 대비 생산량이 30%나 줄었다. 이로 인해 지난 2월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사과 물가지수는 71% 증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장철을 앞두고 ‘금배추’라는 말도 언론지상에서 등장했다.

여름에 수확하는 강원지역 고랭지 배추가 연작피해와 장마 후 폭염의 여파로 재배적지가 감소하고 무름병 등 병해충이 기승을 부려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사전에 수매·비축한 봄배추 9000톤을 시장에 풀긴 했지만 가을배추가 출하되기 전까지 배추값이 요동쳐 관계자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 CA저장기술, 기후적응 위한 기술로 각광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탄소중립 등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방법이 필요하지만 당장 변한 기후에 맞춰 생산·유통 부문에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마련·적용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유통 부문에서는 기체조절(CA)저장기술이 주목받으며 현장에 보급되고 있다.

CA저장기술은 농식품을 저장할 때 산소, 이산화탄소, 질소 등의 기체 조성 비율을 조절해 보존하는 기술로 보존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려 주목받고 있다.

채소, 과일 등은 수확 이후에도 호흡을 하며 내부성분을 분해해 부패에 이르게 된다. CA저장기술은 밀폐된 저장고 내 산소농도를 극적으로 줄여 저장고 내 농산물의 호흡을 강력하게 억제함으로써 기존 저온저장기술보다 더 오랫동안 고품질 장기저장을 가능하게 한다.

국내에선 농촌진흥청이 2016년 5평 규모의 1세대 한국형 CA저장고를 처음 개발한 뒤 조금씩 저장면적을 확장해 현재 30평까지 안정적인 CA저장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북 장수 신농조합, 무주친화경유통사업단 등에서 97대의 한국형 CA저장고가 도입·운영 중이며 충북 보은농협이 내년 30평 CA저장고 2대를 도입하기 위해 신규지원사업을 신청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도 내년 강원 강릉에 지어질 비축기지에 CA저장고를 건립할 계획이다.

다만 완전 밀폐와 섬세한 기체조절이 필요한 CA저장고의 특성상 설치비용이 기존 저온저장고보다 3배가량 비싸기 때문에 경제성 있는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과 현장 종사자들의 지적이다.

이에 손재용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장은 지난달 29일 김선교 의원(국민의힘, 여주·양평)이 주최하고 농식품부·aT가 주관한 ‘기후변화 대응 농산물 수급안정 방안’ 공청회에서 CA저장고를 이용한 연중유통체계 모델을 설명하면서 주목받았다.

특히 최근 김장철 불안정한 수급으로 화제가 됐던 배추의 경우 6월 말부터 9월까지 3개월 저장을 위해 CA저장고를 사용하는 건 경제성에 의문이 갈 수 있지만 손 과장에 따르면 봄배추 단일 품목만으로도 경제성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손 과장의 계산에 따르면 30평형 중대형 CA저장고 기준 10년간 초기투자비를 포함해 총투입비용은 14억1121만 원이고 총수입은 19억7738만 원으로 6년이면 초기투자비를 회수하고 10년간 약 5억6617만 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1월 저장하고 이듬해 7월 아오리가 수확되는 사과, 만감류 등과 연계해 운영하면 경제성은 충분히 높다는 분석이다.

손 과장은 “기존에는 봄배추를 9월까지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지만 CA저장고를 통해 9월까지 봄배추를 저장·출하할 수 있어 불안정한 수급에 대응할 수 있게됐다”며 “여름배추 수급안정을 위해 농산물수급관리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비축을 위해 봄배추 1만6000~1만7000톤 정도가 소요되며 이에 저장을 위한 배추 수요량 증가로 5월 배추값은 8.6% 상승하고 9월 배추값은 대량으로 시장 공급이 가능해 28% 하락하면서 가격 안정화의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통 현장에서도 CA저장기술의 효과는 인정하지만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선 비싼 설치·운영비에 대한 지원과 함께 과학적인 운영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전언이다.

허장행 국장은 “CA저장고의 경우 해당 품종에 맞는 공기구성비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연구 성과가 거의 없어 충북 산지농산물유통센터(APC)도 일본에서 설비를 들였지만 품목 데이터를 얻지 못해 5년의 실험 끝에 이제 정착된 단계다”며 “정부의 실증연구와 함께 예산지원을 해준다면 농협도 CA저장고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 근본은 생산안정, 기후적응 품종 육성·스마트농업으로 돌파

농산물 수급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생산이 안정돼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강조점이다.

이보균 순천대 석좌교수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보면 국내생산과 해외수입 재고율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 식량낭비를 감소시키는 것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자급률만큼 기초적인 건 없다”며 “글로벌 곡물 수급에서도 수출국에 대한 식량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서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기후적응형 품종 육성과 재배환경을 통제하는 스마트농업이 수급안정을 위한 기후적응 방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진청은 기후적응형 품종 육성을 꾸준히 하면서 현재 사과, 배추 등 337종을 개발한 상태지만 판로확보, 마케팅 부족 등의 문제로 실용화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생산 측면에선 농식품부와 농진청이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 등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계약재배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생산된 물량에 대한 유통과 소비가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박정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은 “신품종의 수급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뉴질랜드 제스프리를 벤치마킹해 품목별 협회와 같은 신품종 생산·유통 사업단 구성을 통해 신품종에 대한 산지 규모화, 조직화, 교육, 컨설팅, 판촉, 홍보 등을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며 “신품종의 시장 정착과 안정적인 판매를 위한 채널 확보 차원에서 aT에서도 정책적으로 수매·저장시설 등을 지원해 비축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고 온라인 유통망 활용, 판매, 수출 등의 지원을 해준다면 훨씬 기후적응 품종의 안정생산을 뒷받침하는 채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스마트농업도 지속적으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력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훈 순천대 교수는 “수직농장은 과연 농업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 많았지만 외국에서 다양하게 연구개발(R&D)이 진행되면서 엽채류뿐만 아니라 작물 다변화가 이뤄지면서 점차 수지타산이 맞춰지고 있다”며 “국내에선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입주한 기업이 지난해 실내 수경재배한 무가 노지 재배 무와 같은 식감을 보이는 등 관능 평가가 우수했으며 흙 없이 자라 상품성도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이어 이 교수는 “만약 2만8800평의 노지에서 일반무를 재배할 시 1년에 864톤을 생산할 수 있지만 스마트팜 1000평에서 밀식재배할 경우 친환경 무농약 무·무청을 972톤을 생산할 수 있다”며 스마트농업의 월등한 생산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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