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지역 시설재배 농업인
일본 업체와 품질 법정 다툼
최근 승소 가능성 ‘파란불’
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2024. 12. 10
일본산 PO필름을 판매하는 A업체와 품질 문제로 법정 다툼을 해온 충남 지역 시설재배 농업인은 최근 승소 가능성에 파란불이 켜졌다. 필름에 하자가 있다는 점을 증명코자 규명에 발 벗고 나섰고, 법원이 해당 자료를 인정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농업인은 “이제 와서 업체가 부랴부랴 합의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농업인을 ‘봉’으로 보는 태도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품질보증기간이 지나기 전에 훼손되는 일부 외국산 PO필름을 두고 업체와 농업인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해당 사례는 농가의 손을 들어준 선례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도 미비로 이 같은 일이 다른 시설 농가에서 재연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제도 개선이 요구되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초 관련 정책 제안에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제기된다.
# PO필름에 기재된 ‘로트번호’ 분류 통해 문제 입증
업계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농가가 문제 해결의 단초로 삼은 건 ‘로트번호’다. 필름에 기재돼 있던 여러 수의 로트번호를 드론으로 촬영하고 취합해 정상 제품과 비정상 제품을 분류해 냈기 때문이다.
이어 공사기술 의견서와 감정원에서 받은 파단필름 분석자료 등을 통해 농가에 문제가 없음을 입증했다. 로트번호는 생산연월과 생산 장소 등이 특정 글자로 암호화돼 있는 것을 뜻한다.
필름 연구 업무를 해 온 김진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사는 “각지에서 PO필름 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시간·비용 부담이 크다보니 농업인으로선 그동안 업체로부터 울며 겨자 먹기로 적은 피해보상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같은 지역에서 다수 농가가 피해를 입으면 간혹 지역농협으로부터 돌풍 등의 피해로 인식돼 재해보상을 일부 받는 웃지 못 할 촌극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PO필름 분쟁 관련해 농가가 승소한다면 유의미한 결과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시간·비용 많이 들고 제도 미비, 재연 가능성 적어
하지만 다른 농업인이 이런 사례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시간·비용을 쏟기 어려울 뿐더러 해당 농업인과 달리 로트번호는 통상 제거된 채 유통되는 탓이다.
김 연구사는 “원칙적으로 로트넘버를 공산품 기준으로 표기해서 유통해야 되는데, 관련된 규정이 없다보니 이를 지운 채 들어오고 있다”면서 “농업용 자재 중 많이 쓰이는 게 철제 파이프랑 비닐이지만 결론적으로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분쟁에 있어 농업인이 속앓이에 그치고 있는 것은 필름이 관리·감독 공백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농약이나 비료는 농약관리법이나 비료관리법에 따라 관리되고 있지만, 피해민원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농업용 필름은 이렇다 할 규정이나 법령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박종석 충남대 원예학과 교수는 “인건비가 비싸지다 보니까, 2~3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는 기존 PE필름을 대신해 5년 이상 품질 보증해 준다고 하는 PO필름을 농가가 선호하는 추세”라면서 “외국산 PO필름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품질 기준 이하인 제품들은 수입이 안 되게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가와 업체 사이에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관행적으로 농민이 무조건 입증하도록 돼있다”면서 “이런 부분은 정부가 깊이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 생산이력추적제 도입 요구에 농식품부 “담당 부서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비닐을 법상 농자재에 포함하거나, 로트번호 표기 의무화로 생산이력추적제가 요구되지만 농식품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올 2월 해당 내용을 골자로 한 정책 제안이 내부적으로 이뤄졌지만, “담당 부서가 없어서 추진할 사람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닐이나 파이프는 스마트팜에 속하지 않다거나, 법상 농자재에 속하지 않는다, 비닐 관련해선 지원 사업만 담당하고 있다는 식이다.
정책 제안 관련 관계자는 “법상 농자재의 범주에 농업용 비닐을 포함하거나 분쟁 발생시 활용할 수 있는 생산일련 번호 의무화(생산이력추적제)는 필요한 상황인데 주무부처에서 담당자가 담당 부서가 없다는 이유로 깔고 앉아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필름업계도 외국산 필름으로 인한 농업인 애로 해소를 위해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 한국농업용PO필름연구조합 관계자는 “외국산 PO필름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이 많은 만큼, 제조일시와 두께 등을 기록하는 ‘생산일련번호의무화’ 등에 대해 국내 업체들은 모두 할 용의가 있다”며 “다만 국내 업체만 이뤄질 경우 역차별인 만큼 표기하지 외국 업체엔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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