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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그리고 농어업 ③ 기후위기 ‘함께’ 극복하자 <끝>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2024 12. 10
기후는 식량과 직결된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농수산물 생산량이 감소한다. 품종과 어종도 달라진다. 수 천 년간 우리의 밥상을 책임졌던 주식을 기후변화에 맞춰 새로운 농수산물로 대체할 수도 없다.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 부족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기후가 변하는 속도를 최대한 줄이고, 이런 기후에 적응하며 식량 생산을 지속하는 일, 바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함께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물론, 농어업인을 포함한 국민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 ‘거버넌스’가 핵심
농어업 기후변화 대응 위해
‘탄녹위’ 역할 중요한데
정부위원에 농진청 빠지고
민간위원 농업계도 한 명 뿐
농경연 ‘기후거버넌스’ 제안
농식품부 조직 강화 목소리도
환경부 ‘기후환경부’로 격상
장관은 부총리 임명 법안도 나와
우리나라 탄소중립·녹색성장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2022년에 출범한 탄녹위는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이행을 위한 중요 정책과 계획 등을 심의·의결한다. 최근 농어업분야에서 수행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도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위한 행보다. 때문에, 이런 농어업의 기후변화 대응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탄녹위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힘이 다소 약해보인다. 탄녹위는 국무총리와 한화진 전 환경부 장관을 공동위원장으로, 정부위원 21명이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위원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산림청장이 활동하고 있지만, 농촌진흥청장은 제외돼 있다. 지난 11월 말 농진청은 ‘정책 지원 현안 해결 10대 프로젝트’를 발표, ‘세계 최초 저메탄 벼 품종 출원’과 ‘저메탄 사료 소재 선발, 국내화 추진’, ‘바이오차 적정 사용기술 확산’ 등을 포함한 ‘탄소감축 실천기술 개발’을 강조했다. 이처럼 농진청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농업분야 R&D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도, 탄녹위 정부위원엔 빠져 있다. 또 민간위원 29명 중에도 농업계 인사는 최우정 전남대 교수(기후변화대응농생명연구소 소장)가 유일하다.
남재철 서울대 연구교수(전 기상청장)은 “기상청장을 할 때 기후 관련 위원회에서 얘기를 해보면, 기후변화로 인해서 가장 피해는 보는 곳이 농업이라고 얘기하지만,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의 3%밖에 안된다고 하면서 기후변화 정책 논의 선상에서 소외시킨다”며 “그 증거 중의 하나가 탄녹위 정부위원에 기후변화에 적응할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등의 중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농진청이 빠져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협 초대 탄녹위 위원장도 지난해 11월 산림청과 함께 진행한 ‘산림의 탄소흡수능력 강화 컨퍼런스’에서 탄소중립 녹색성장 시대에 앞으로 산림청과 기상청,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고견을 경청해 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만큼 기후변화 시대에 농진청의 임무를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정부위원 명단에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후거버넌스’를 제안하기도 했다. 올해 농업전망에서 정학균 선임연구위원과 임영아 연구위원은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국가 대표기관으로 전 산업을 아울러야 하므로, 충분한 수의 농업부문 위원과 전문가가 참여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기후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들은 “예를 들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시행규칙 제6조에서 명시한 ‘농업·농촌 기후영향평가 자문위원회’ 기구를 완화 및 적응 대책 수립을 돕기 위한 자문기구로 활용한다면 기후위험평가 방법론 검토나 농식품 분야 적응대책 적절성 검토 등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의 조직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농식품부는 농촌탄소중립정책과가 동물복지환경정책관 산하에 있다. 동물복지환경정책관엔 농촌탄소중립정책과 외에 동물복지정책과, 반려산업동물의료팀, 개식용종식추진단이 함께 있다. 환경부는 2021년 기후탄소정책실을 신설했다. 이곳에선 기후변화 대응 정책 등을 총괄한다. 산하엔 기후변화정책관과 기후전략과·기후경제과·기후적응과·국제협력과 등이 있다.
더욱이 김소희 국민의힘(비례) 의원은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변경하고, 기후환경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다. 농식품부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볼 땐 농식품부의 조직을 정비하고 확대하는 부분은 향후 검토해 볼 만 사안이다.
기후변화 시대엔 농업용수 공급이 화두가 될 수 있다. 농업용 저수지 등 농업기반시설이 제 기능을 못한다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들도 의미가 없다. 그래서 농업용수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도 요구된다. 맹승진 한국농공학회장(충북대 교수)은 “농공학회는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농업용수 관리를 위한 최적의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법 제·개정 등을 건의하는 전문가 집단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농업용수를 사용하는 농업인과의 소통도 강화해서 기후변화 시대에 모두가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식량안보, ‘법제화’ 필요하다
서삼석 의원 ‘식량안보법’ 추진
법 개정 관련 의견도 잇따라
최근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선 법을 제·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일본은 올해 식량안보에 초점을 두고 ‘식료·농업·농촌 기본법’을 개정했다. 또, 중국은 ‘식량안보보장법’을 제정, 경지보호와 함께 식량 생산·비축·유통·가공·응급 등의 조치를 법제화했다. 미국은 올해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농업법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영암·무안·신안)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기상이변으로 인한 주요 곡물 수출국의 작황 악화, 코로나19 발생,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분쟁 등에 따른 곡물수출 제한 조치 등으로 식량의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져 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대한민국의 식량안보에 대한 정의가 규정돼 있지 않아, 기후위기로 급변하는 국제 정세 대응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전언, ‘(가칭)식량안보법’ 제정을 촉구했다.
문한필 전남대 교수도 지난 10월 GS&J인스티튜트 등이 진행한 ‘농업·농촌의 길 2024’에서 “경제안보를 위한 산업분야의 ‘공급망 3법’ 같은 농업분야의 ‘식량안보(가칭)’ 제정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여기서 공급망 3법은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공급망 안정화법’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별법’, ‘국가자원안보특별법’ 등이다. 문 의원은 “국내에서 식량안보법을 제정하고, 여기에 기반해 정량한 목표, 세부 정책수단, 인력·조직 등 추진주체, 중장기 식량안보 로드맵 등이 설정되면, 그동안 구체성이 결여됐던 식량안보의 실천이 체계적으로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 제정보단 개정에 무게를 두는 입장도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의 박기선 부연구위원은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글로벌 규범 동향과 법제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식량위기는 공급망 위기, 기후 위기, 탄소중립 이행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과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할 때 글로벌 위기로 인해 식량 공급망이 언제든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식량의 양적 확보가 아니라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식량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식량안보 관련 현행 법률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현시점에서는 개별 법률 중심의 대응방안이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일례로, 식량위기 발생 시 사후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이런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식량위기를 사전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상시 모니터링을 위한 정보 수집 등의 근거를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담는다. 또, 식량안보의 기본은 적절한 품질의 식량을 충분하게 공급받는 상태가 실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농지법’에 적정 농지 목표 설정·관리 및 우량 농지를 위한 지원 등의 근거를 마련하는 식이다.
# 인터뷰/장태평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내년 농어업위 주요 테마로…기후변화 중요하게 다룰 것”
“‘기후변화’를 내년 우리 위원회의 주요 테마로 하려고 합니다.”
장태평 위원장은 2025년 농어업위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내년에 농어업위에서 기후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다. 그만큼 기후변화가 가져올 식량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장 위원장. 장 위원장은 “내년에 ‘농식품산업 수출 1000억달러 산업으로 육성’과 함께 기후변화를 중요 의제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가 변하니까 우리나라 남해안 지역에서 오렌지가 생산되고 있고, 사과 주산지가 강원도까지 북상하는 등 생태적 조건이 다 변하고 있다”며 “어떤 곳은 배추 100줄 중에 단 3줄만 우박 피해를 봤다고 하고, 또 다른 곳에선 비가 일시에 쏟아져서 밭의 절반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와 다른 돌발적 피해가 발생한 상황으로 이런 기후 피해는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기후변화’를 비롯해 농업계가 함께 준비해야 할 미래 문제를 논의하는 ‘(가칭)전략대화위원회’의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과제로 기후변화에 강하게 견딜 수 있는 품종을 만들거나,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보험을 통해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의견을 제시해왔다. 또,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바이오기술을 농축수산업에 적용해 바이오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안도 관심갖고 있다. (가칭)전략대화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하자는 구상이다.
장 위원장은 무엇보다 ‘사회적 수용성’을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농어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들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등을 농어업인을 포함한 국민들이 인지해야 비로소 기후변화 대응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지난 11월 농어업위가 주최한 ‘바이오경제특별위원회 특별세미나’에서 윤혜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바이오경제는 합성생물학 등 첨단 바이오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소한 영역이어서 농축수산 바이오경제를 발전시키려면 투명한 정보공개, 이해관계자 참여, 윤리적 가치 존중 등을 통한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힌 의견과 비슷한 맥락이다.
장 위원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가는 과정에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바이오기술처럼 기후변화에도 첨단 기술들이 적용될텐데, 이 또한 (가칭)전략대화위원회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서로 툭 터놓고 얘기해볼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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