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등 출하 앞두고 당도 저하·착색 미흡 걱정
일부 과채류 생산량 줄고 나물류도 상품성 떨어져
너무도 많이, 그리고 자주 오는 가을장마가 추석 대목을 앞둔 농가들에게 불청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과와 배 등 제수용 과일을 비롯해 채소류와 저장 물량 등 농산물 생산, 수급에 총체적인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8월 중순 이후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비를 뿌리고 있는 일명 가을장마. 이 가을장마로 인해 우선 사과와 배 등 제수용 과일 생산·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출하를 앞두고 막바지 당도와 착색을 받아야 할 과일 생육에 연일 계속되는 비와 흐린 날씨가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
전남 나주의 배 재배농가 김모(41)씨는 “배가 익으려면 햇빛을 많이 봐야 하는데 날씨가 흐리다보니 큰 문제”라며 “수확기를 앞두고 비가 오면 보통 당도가 1브릭스 정도 떨어진다”고 걱정했다. 그는 덧붙여 “추석이 평년처럼 9월 중하순 이후라면 전혀 문제될 게 없지만 지금은 시기상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우려했다.
과일 출하에도 가을장마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른 추석으로 인해 8월 넷째 주 중반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출하가 이뤄져야 하지만 가을장마로 인해 출하를 늦추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 자칫 대목 직전에 출하가 몰려 대목시장에 나오지 못할 물량도 생겨날까 우려스럽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이다.
지역의 한 사과 apc(산지유통센터) 관계자는 “사과의 경우 20일부터 물량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로 했는데 비가 온 상황에서 수확작업을 하면 사과에 멍이 들기도 해 수확이 늦춰지면서 출하도 덩달아 늦어지고 있다”며 “이른 추석이라고 해도 품질도 좋고 물량도 충분했는데 비로 인해 이 물량이 대목 직전에 몰려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채소류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과채류는 생산량이 줄어드는 품목이 나오는가 하면 나물류의 경우 짓물러지는 등 품질에 문제가 생길 우려도 크다. 특히 강원도 고랭지 지역의 경우 배추 등은 조기 숙성되는 경향이 나타나는가 하면 일부 품목에선 수정에 차질을 빚고 있기도 하다.
저장 물량도 가을장마 피해를 받고 있다. 현재 80% 이상이 저장물량인 양파의 경우 습기로 인해 저장상태가 좋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 여기에 조금만 햇볕이 나면 물량이 썩을 우려도 내재해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주가 될 수 있다. 본격적인 추석 대목시장이 형성될 8월 마지막 주에도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예보돼 있기 때문. 산지에서 물량이 나와 추석 대목시장 소비지까지 가기 위해선 적어도 다음달 1~3일전에 유통센터 등으로 출하가 마무리돼야 하지만 이번 주에 비가 계속해서 내리면 이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 도매시장의 한 관계자는 “개학과 추석 시즌이 맞물려 모처럼만에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다행히 그동안 작황상태도 좋아 대부분의 농산물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는데 추석 대목을 앞두고 찾아온 가을장마로 인해 생산 과정에서의 문제는 물론 시장에선 출하량이 급격히 몰리거나 줄어드는 등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산지에선 어렵겠지만 그래도 분산출하를 유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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