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선정 인구감소지역 허점
시·군·구 전체 인구 줄어야 고려
문제 제기…법 개정 논의 안돼
농촌소멸 고위험지역 지정 차질
농민신문 하지혜 기자 2024. 12. 9
읍·면 단위의 지역소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탓에 개선방안 마련은 해를 넘기게 됐다.
심의수 충남 당진시의원은 최근 열린 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에 관한 건의안을 제출했다. 건의안에는 농촌지역의 심각한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읍·면·동 단위까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해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심 의원은 “정부의 기존 균형발전 정책과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진시는 농촌지역 읍·면·동에서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함에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일부 수도권과 광역시 자치구·군은 지정됐다”며 “농촌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지표를 마련하고, 읍·면·동 단위까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해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가 시·군·구 단위로 선정하는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인구감소지역은 사회간접자본 정비, 주택 건설, 산업단지 지정 등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지방교부세 특별 지원에 대한 혜택뿐 아니라 육아·보육·의료·주거 등 다방면으로 특례 지원을 받는다.
현행법상 인구감소지역은 시·군·구를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 14세 이하 유소년인구, 생산가능인구 등을 고려해 지정된다. 이 때문에 농촌지역인 읍·면 단위에선 심각한 인구감소가 발생하더라도 시·군·구 전체 인구가 줄지 않으면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되기 어렵다. 충북 증평군의 경우 매년 인구가 증가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증평군 도안면의 인구는 2005년 2409명에서 올해 1684명으로 30% 감소했다. 당진시 역시 시내로 인구가 집중되고 읍·면 지역은 인구가 크게 감소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역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국회에도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은 7월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할 때 읍·면·동 단위의 인구감소를 고려해 급속하게 인구가 주는 농촌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하도록 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임 의원은 “지방소멸 위기를 가장 크게 체감하는 곳은 면 단위 농촌지역이지만, 현행법상 인구감소지역은 농촌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읍·면의 소멸위험 수준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3월 ‘농촌소멸 대응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읍·면의 인구구조, 농업·농촌 경제지표 등을 고려해 농촌 소멸 위험도를 세분화하고 선택적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인구감소지역과 별개로 지정 예정인 농촌소멸 고위험지역에 ‘자율규제혁신지구’를 도입해 농지에 대한 규제특례를 적용하고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하는 계획 등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장관이 인구감소지역과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 중에서 지역경제·공동체성 약화 등으로 소멸이 우려되는 농촌을 ‘농촌구조전환우선지역’으로 지정하고 차별화된 정책을 추진하는 내용의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개정안’이 8월 국회에 발의됐다.
농식품부는 여야의 의견이 크게 부딪치는 사안이 아닌 만큼 연내 처리를 희망했지만 논의는 답보 상태다. 더군다나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국회가 마비되면서 법안 처리는 더 요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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