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내년 제도 개편
가격 높아 농가소득 향상 도움
온실가스 저감까지 ‘일석이조’
6년새 매출액 두배 이상 증가
선착순, 기회놓치는 사례 많아
감축량·의지 반영한 기준 도입
인증 컨설팅 제공해 대상 확대
농민신문 하지혜 기자 2024. 12. 8
폭염·폭우·폭설 등으로 피해가 빈번해지면서 온실가스 감축 같은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농업분야도 농산물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다. 저탄소 인증을 받은 농산물은 환경에 이로울 뿐 아니라 일반 농산물보다 높은 값에 거래돼 농가소득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탄소 농산물 인증 취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내년 제도 개편에 나선다.
◆인증 취득 수요 증가…농가·유통사 ‘윈윈’=2012년 도입된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는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농산물을 인증하는 제도다. 친환경·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농가가 저탄소 농업기술을 활용해 생산의 모든 과정에서 품목별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적은 양을 배출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대상 품목은 식량작물·채소·과수·특용작물·임산물 등 65개다. 저탄소 농업기술로는 비료와 작물보호제 사용을 줄이고 농기계·난방 에너지를 절감하는 기술 등 18가지가 등록돼 있다.
농식품부는 저탄소 농산물 인증사업을 통해 농가의 인증 취득을 지원한다. 사업을 신청한 농가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보고서 작성(인증 컨설팅), 인증 심사 등에 필요한 비용 전액을 국비로 지원받는다.
저탄소 농산물 인증 농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2년 60농가에서 지난해 9085농가로 늘었고, 올해는 1만500농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증제 시행을 통한 탄소 감축량은 2012년 311tCO(이산화탄소환산톤)에서 지난해 9만9875tCO으로 뛰었다.
인증제에 대한 농가의 호응이 높은 건 저탄소 농산물 판매가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통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저탄소 농산물을 일반 농산물보다 20%가량 높은 가격에 매입하고, 농가들에게도 인증 취득을 독려한다”며 “친환경·GAP 인증 농산물이 저탄소 인증까지 취득하면 건강한 먹거리로 인식돼 높은 값에 팔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통사들은 ESG 경영 경향에 따라 저탄소 농산물 유통을 확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저탄소 농산물 매출액이 2017년 352억원에서 지난해 828억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인증 농가 ‘선착순 모집’에서 ‘선발제’로=농식품부는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난 만큼 내년에 제도를 개편해 미비점을 보완하고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먼저 인증 농가 선발 방식을 선착순 모집에서 선발제로 바꾼다. 기존에는 선발 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저탄소 농산물 인증사업을 선착순으로 신청한 농가 가운데 인증 요건을 충족한 농산물에 인증을 부여했다. 이러다보니 우편·이메일·팩스 등을 잘 활용하지 못해 사업 신청에 늦은 농가들은 인증 취득 기회를 놓치는 일이 잦았다. 올해 상반기 사업 신청도 시작 15분 만에 마감됐다.
따라서 내년부터 농가의 온실가스 감축량과 감축 의지를 반영한 선발 기준을 도입한다. ▲저탄소농업 교육 이수 여부 ▲단체 참여 ▲탄소중립 프로그램 등 다른 온실가스 감축사업 참여도 ▲저탄소 농업기술수에 따라 가점을 부여한다.
인증 요건도 정비한다. 2012년부터 유지해온 품목별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내년에 새롭게 설정하고, 5년마다 기준을 갱신할 예정이다. 인증 기준 변화로 2년마다 진행하는 인증 갱신에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농가에는 인증 컨설팅을 제공한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저탄소 농산물 인증사업 대상자를 늘릴 수 있도록 인증 컨설팅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특히 인증 갱신절차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보고서 작성을 면제하는 대신 기존 대비 변동사항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일 계획이다.
아울러 저탄소농업 방법과 필요성에 대한 현장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농가 교육을 신설한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내년 3월 저탄소 농산물 인증사업 1차 신청을 앞두고 1∼2월 9개도에서 ‘저탄소 농산물 인증 교육’을 개최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교육 신청은 수요 조사를 거쳐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받을 예정”이라며 “교육 이수 가점이 저탄소 농산물 인증사업 대상자 선발에 주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교육을 듣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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