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인을 끌어들이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유치에 더해 ‘역귀농’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촌에 이주했다가 도시로 되돌아오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을 ‘귀농·귀촌 인구 유치’로 저지하려는 지자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남도는 최근 장성에 8번째 ‘귀농귀촌 체류형 지원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예비 귀농인은 6개월간 지원센터에 숙박하며 영농 이론부터 실습까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핀셋 정책을 펼치는 지자체도 있다. 경남 하동군은 귀향인을 주요 타깃으로 ‘귀향인 특별 지원 조례’를 제정하며 귀촌 정책을 정교하게 펼치고 있다. 중장년 은퇴자를 대상으로 ‘4060+(플러스) 케이(K)-산촌 드림’ 추진 전략을 내놓은 경북도도 주목받는다. 중장년에게 다양한 정착 모델을 제시하고 실제로 생활해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구 유치에서 한발 나아가 ‘역귀농·귀촌’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촌진흥청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귀농·귀촌인 1039명을 대상으로 ‘정착 실태 장기 추적조사’를 펼친 결과 8.6%가 다시 도시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실제 역귀농률이 더 높으리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특히 연고 없이 온 사람은 절반 가까이 돌아간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귀농·귀촌인은 농촌 정착의 주된 어려움으로 ‘소득’ ‘지역 인프라 부족’ ‘지역주민과의 관계’ 등을 꼽는다.
현장에서는 낮은 소득 문제가 그나마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지역주민과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고 본다. 기존 농촌 주민과 갈등이 생겨 귀농·귀촌인이 떠나는 문제가 반복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귀농을 결심한 A씨는 스마트팜을 짓고자 대출받아 농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격렬히 반대해 첫 삽도 뜨지 못하고 대출 이자만 갚고 있다. A씨는 주민들에게 반대 이유를 묻고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묻지마 반대’가 계속됐다. 먼저 귀농한 지인은 ‘마을발전기금’을 내라고 조언했지만 3000만원을 내고 마을에 들어온 선례가 있어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귀농·귀촌인과 주민 간에 생기는 갈등을 더이상 개인이 해결할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며 “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재 기구를 조성해서 서로 오해하는 부분이 무엇이고, 이견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는지 등을 의논할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을 탐색할 수 있는 귀농·귀촌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진다. 귀농 7년차인 B씨(38)는 “단순히 농지·작목·지역만 고려해서는 성공적으로 귀농하기 어렵다”며 “지역에 어떤 사람들이 체류하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지역민을 직접 만나서 소통·탐색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외지인에게 배타적인 농촌 마을도 있지만 이장이 주도해 귀농·귀촌인이 들어올 때마다 현수막을 걸고 환영하는 마을도 많다”며 “적어도 이장 등을 대상으로 귀농·귀촌인이 왜 필요한지 인식 개선 교육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