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아청과 취급품목 확대 ‘지지부진’…갈 길 먼 유통구조 개선대책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4. 12. 06
서울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대아청과의 취급품목 확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무·배추 등 8개 품목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미나리·부추·생강·양채류 등 4개 품목 취급을 추가로 허용하는 방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는 올해 5월 발표된 범부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의 일환으로 법인 간 경쟁 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4개 품목 확대 이후의 후속 조치는 추진 동력 약화 등으로 불투명해 ‘품목 제한 해제’를 통한 도매시장 내 경쟁 유도라는 정책 목표가 변죽만 울리다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 ‘미나리·부추·생강·양채류’ 추가 허용 검토…단계적 ‘품목 제한 해제’ 추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는 최근 가락시장 관계자들에게 ‘대아청과 지정조건 변경 추진사항’을 설명하며, 기존 8개 품목으로 제한된 대아청과의 취급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사는 연구용역을 통해 ‘대아청과 품목 제한 해제’에 대한 타당성 등을 검토했으며, 이 자리에서 연구용역 내용을 바탕으로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공사는 대아청과의 ‘품목 제한 해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할 방침으로, 우선 미나리·부추·생강·양채류 등 4개 품목을 추가로 허용하는 부분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가락시장에서 기존 8개 품목(무·배추·양배추·대파·쪽파·마늘·총각무·옥수수) 취급만 가능했던 대아청과의 취급품목은 12개로 늘어나게 된다. 단, 무·배추·양배추 등 3개 품목에 대한 최소 반입량(5개년 평균 85% 수준)을 유지하는 조건에서 허용할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대아청과의 품목 제한 해제와 관련해 대아청과가 기존 품목의 취급을 축소할 것이라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어 대아청과 거래 비중이 높은 무·배추·양배추 등 3개 품목에 대해서는 최소 반입량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연구용역 내용을 반영해 이를 지정조건에 명시하는 쪽으로 품목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시기는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2025년 중 시행이 예상된다. “2025년 중 시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공사 관계자들의 얘기를 감안하면, 빠르면 범부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 발표 1주년 이전인 내년 상반기 내 시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를 위해 공사는 서울시에 지정조건 변경을 요청하고, 서울시 검토 및 승인을 거칠 계획이다.
# 7개월 전 ‘확대 발표’ 후 농식품부 기류 변화…추진 속도 기대 못 미쳐
대아청과의 ‘품목 제한 해제’는 법인 간 경쟁 촉진과 출하자의 선택권 확대라는 장점이 크고, 법 개정 없이 시장 개설자와의 협의만으로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았다. ▶관련기사 상단 참조
하지만 발표 7개월이 지난 현재, 추진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공사가 4개 품목 확대를 검토하는 가운데 큰 틀에서 ‘품목 확대’라는 방향은 유지되는 모습이지만, 4개 품목 확대 이후 ‘품목 제한 해제’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먼저 중앙정부인 농림축산식품부의 기류가 대책 발표 초반과는 바뀐 분위기다. 농식품부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된 금사과, 금대파 사태로 촉발된 농산물 유통구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5월 1일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곧바로 대아청과의 ‘품목 제한 해제’와 관련한 권고 공문을 서울시에 전달하는 등 ‘전면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국정과제로 추진된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목표 달성에 집중하면서, 대아청과의 품목 제한 해제 부분은 서울시(공사)의 단계적 추진 계획을 지켜보는 쪽으로 바뀐 분위기다.
강혜영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과장은 “정부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에서 품목 확대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던 것이고, 구체적인 세부 이행 부분은 서울시와 협의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시설현대화 여건 등 시장 내부 상황과 연결돼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을 고려한 추진이 필요하다는 개설자(서울시) 의견에 충분히 공감하고 개설자 주도 하에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며 “애초 정부의 정책 목표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후속 논의에 2~3년 소요 전망…추진 일정·모멘텀 부재로 동력 약화될 듯
4개 품목 확대 이후 후속 품목 확대 또는 품목 제한 해제 논의로 갈 수 있는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품목 확대’라는 방향성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시행 일정이나 시기를 정해놓지 않아 현재로선 4개 품목을 늘리는 것 외에는 확실한 것이 없는 실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4개 품목 확대 이후 후속 조치 부분은 현재로선 검토되는 것이 없다. 연구용역에서 나온 단계적 품목 확대 시나리오는 가이드라인 차원에서 참고하겠다는 것이지 이후 어떤 품목을 확대할 것이냐 등의 부분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연구용역에서 제시된 단계별 대아청과 품목 확대 방안은 1단계 12개(기존 8개 품목+미나리·부추·생강·양채류 4개 추가), 2단계 13개(양파 추가), 3단계 전품목(193개)으로 돼 있다.
이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곧 개장 예정인 채소2동의 안정화가 최우선 과제로, 채소2동 거래 안정화 기간인 최소 1~2년, 더 길게는 2~3년 이후에야 당시 시장 여건을 지켜본 뒤 추가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4개 품목 확대 이후 다음 단계 논의까지는 2~3년 이상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공사의 내부 추진 동력 약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아청과의 4개 품목 추가 확대 부분은 기존부터 시장 일각에서 요구됐던 부분이다. 대아청과와 주로 거래하는 ‘특수품목’ 중도매인들이 12개 품목을 취급하는 여건에 맞춰 대아청과의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그것인데, 공사 입장에서는 이들 중도매인의 영업 활성화 효과와 ‘품목 확대’라는 정부 정책 방향 모두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4개 품목 확대 조치로 이 상황을 충분히 활용한다고 볼 때 이후 내부 동력은 지금보다 떨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시각이 있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대아청과의 4개 품목 확대라는 부분은 공사 입장에서는 범부처 대책이라는 명분 아래 특수품목 중도매인의 목소리도 반영할 수 있고, ‘품목 확대’라는 정부 정책 방향도 이행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여지가 있다. 다만 이후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인 만큼 특별한 ‘모멘텀’이 없다면 추진동력은 약화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대아청과 품목 제한을 풀어 도매시장 내 법인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정부 목표가 변죽만 울리다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시장 중도매인들의 반발은 과거나 지금, 앞으로도 똑같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볼 때 중장기적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공사 입장을 보면 대아청과의 품목 제한 해제가 훨씬 더 늦어지거나 아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품목 전면 확대로 인한 혼란과 갈등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추진 시기를 기약 없이 마냥 늦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꼼꼼한 사전 준비와 추진 로드맵을 세워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4개 품목 확대 조치가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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