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매시장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지자체 인구감소, 농업인 고령화, 이상기온 심화로 인한 출하량 감소 등 안팎의 위기로 인해 이중고, 삼중고의 고충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창원 내서농산물도매시장 지정도매법인 (주)마산청과시장 안성진 대표는“위기에 직면한 지방도매시장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지난 2003년 마산청과 대표에 취임한 안성진 대표는 농업인(출하주)들과 소통을 강화하며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방도매시장의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지방도매시장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졌고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 기대기보다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 대표는“마산청과는 전통적으로 개인 출하자들의 비중이 높아 요즘처럼 이상기온이 요동치는 현실에서는 출하량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특히 초고령화에 접어든 농가들이 농사마저 포기하는 사례까지 증가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마산청과의 고민거리는 또 있다. 출하주와 함께 도매시장의 큰 축을 맡고 있는 경매사와 중도매인들이 세대교체시기를 놓쳐 고령화에 진입해 도매시장이 생동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자체 인구 감소는 도매시장의 거래물량, 금액과 직결되고 여기다 경기 위축까지 가중된다면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쳐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더욱이 인구 100만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창원시에 내서, 팔용 등 도매시장이 2곳에다 지정도매법인 4곳이 한정적인 유통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도 고민거리다.
안 대표는“이대로는 버틸 재간이 없다는 위기감에 전체 임직원들과‘앞으로의 마산청과’주제를 두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면서 “이를 계기로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수평적 조직문화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수평적 조직문화는 단순히 다양한 의견 개진에 그친 것이 아니라 마산청과의 오래된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데다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산청과의 조직문화 변화는 경영성과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 거래금액 500억원을 돌파하는 경사를 누린데 이어 올해는 가뿐하게 600억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지방도매시장 위기’라는 곡소리가 요란했던 것과 비교하면 마산청과의 경영성과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안 대표는 마산청과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임직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함께 수렴된 의견은 반드시 현장에 반영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령화된 중도매인들을 대신해 자녀가 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신규 중도매인 영입을 위해 문턱을 낮추고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젊은 인력의 경매사를 채용해 활력을 불어넣은 것도 신의 한수 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중도매인들의 안정적인 경영 유지를 위해 마산청과가 신규 및 대형 거래처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또 경매사를 비롯한 전체 임직원들이 산지에 투입돼 출하물량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도 한몫했다.
안 대표는 “결국은 임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일 때 경영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면서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마산청과를 찾는 출하주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이 언제나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도매시장을 만들어 가자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게 됐다” 고 말했다.
안 대표는 “내서도매시장은 개장한지 24년을 넘어서 노후화가 심각해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한 상황인데다 마산청과의 미래를 대비한다면 안동이나 원주도매시장처럼 차별화된 품목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 될 것” 이라며 “마산청과는 현재 주어진 미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급변하는 농산물유통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나가겠다” 고 말했다.
한편 마산청과는 창원시 내서읍에 위치한 농산물도매시장으로, 일제강점기 시절인 지난 1922년 개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 대표는 지역사회에서 왕성한 봉사·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어 칭송이 자자하다. 최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고액기부자 모임인‘그린노블클럽’에 가입해 1억원의 후원금을 약정한데 이어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이사장에 선출돼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