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근 등 주요 겨울채소류 가격이 전년·평년 대비 2∼3배 높게 형성됐다. 올여름 이상고온으로 생육이 부진해 출하가 평소보다 열흘 이상 늦어졌고 11월 하순 무 주산지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수확작업에 차질을 빚은 여파로 풀이된다. 시세는 이달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조금 내리겠으나 비교적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8∼9월 이상고온 여파로 겨울무 시장 ‘출렁’
4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무는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3만2449원에 거래됐다. 전년 12월 평균(1만368원)보다 213.0%, 평년 12월(1만1552원)보다 180.9% 높다.
최근 한달간 가락시장에서는 무 경락값이 크게 상승했다. 11월 첫째주(1∼8일) 평균 1만9000원대를 유지하던 경락값은 셋째주(15∼22일)에 들어서면서 2만3000원대로 올랐다. 11월 넷째주에는 28일 기준 3만9813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12월로 접어들면서 시세는 3만원대 초반으로 소폭 내렸다.
요인은 기상 악화에 따른 공급량 감소다. 통상적으로 11월말에는 전북 고창·부안, 전남 영암에서 출하하는 가을무와 제주 겨울무가 겹쳐 시장에 나온다. 그러나 올해는 제주산이 제때 공급되지 못했다.
서갑창 농협경제지주 농산물도매부 채소팀 상품기획자(MD)는 “8월말~9월초에 심은 제주지역 무가 폭염으로 제대로 크지 못하면서 성출하 시기가 전년(11월말) 대비 10∼15일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평년과 비교해 무 크기가 작고 몸통에 가로줄이 많이 생기는 등 품위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통인들은 무값이 12월 중순 이후 조금 내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10일 이후부터는 출하량이 크게 늘면서 3만원(20㎏ 상품 기준)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품위가 좋은 물량이 적다보니 등급간 가격차는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값은 올겨울 내내 전년·평년 시세를 웃돌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일 ‘12월 엽근채소 관측’을 통해 “겨울무 생산농가가 다른 품목으로 전환하면서 생산량은 31만9895t으로 전년(35만4020t)보다 9.6%, 평년(37만8890t) 대비해선 15.6% 감소하겠다”고 전망했다.
◆당근도 작황부진으로 출하량 줄어
4일 가락시장 당근 경락값은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7만2970원이었다. 전년 12월 평균(2만3680원) 대비 208.2%, 평년 12월(2만8714원)과 비교해선 154.1% 높다.
당근 시세는 11월 내내 6만∼7만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다 11월 하순 제주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수확작업이 중단돼 27일 9만4735원까지 올랐다. 그러다 12월이 되면서 7만원대로 소폭 내렸다.
허상현 동화청과 경매사는 “겨울당근은 재배면적이 늘었지만 작황이 나빠 전체 예상 생산량은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라면서 “가격이 조금 안정되긴 하겠지만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 MD는 “길게 쭉 뻗은 당근을 ‘상품’으로 치는데 올해는 길이가 짧고 통통한 당근이 많아 품위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농경연도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12월 엽근채소 관측’에 따르면 겨울당근 재배면적은 1342㏊로 전년(1245㏊) 대비 7.8% 늘었다. 하지만 10α당 생산량이 3376㎏으로 전년(3783㎏) 대비 10.8% 적을 것으로 보여 생산량은 전년(4만7100t)보다 3.8% 줄어든 4만5304t으로 예측된다고 농경연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