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만의 최고치라는 11월 폭설이 중부지방을 강타해 시설농가는 물론 과수와 축산 농가들이 초토화했다. 시설하우스가 내려앉고 과수원 방조망이 주저앉으면서 출하를 앞둔 채소는 얼어붙고 사과와 배 나무는 으스러졌다. 지붕의 쌓인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축사가 무너져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원인은 예기치 못한 초겨울의 ‘젖은 눈(濕雪)’이다. 올겨울 이상기후로 평년보다 높은 서해 해수면 온도가 북쪽에서 내려온 저기압과 만나면서 엄청난 습설을 만들어낸 것이다.
폭설이 쏟아진 11월27일 기상청의 예상 적설량은 서울과 경기는 3∼8㎝, 대전과 충남 지역은 1.5㎝였다. 여기다 ‘눈 무게’ 예보는 누구도 몰랐다. 기상청은 2023년 12월 호남지역에서 시작한 눈 무게 기상정보 제공을 올해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눈을 가벼운 눈, 보통 눈, 무거운 눈의 3단계로 분류해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이번 폭설에는 예보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초유의 폭설 피해는 몽땅 농가 몫이 되고 있다. 무너지고 부러지고 찢긴 시설과 작물을 복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한다. 여기다 기댈 언덕인 농작물재해보험마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방조망이 무너지는 피해를 본 사과농가는 ‘홍로’를 재배하다 탄저병이 덮쳤지만 당시에는 농작물재해보험 대상이 아니라서 손해를 감내하고 품종을 갱신해 사과밭을 새로 조성했는데 이번에는 사과나무 수령 미달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빈발하는 농업재해를 농작물재해보험이 다 담아내지 못하는 상황은 하나둘이 아니다. 지난여름 폭염에다 잦은 비와 이상고온 등으로 큰 피해를 본 제주지역 콩나물콩 생산농가들은 ‘경작불능보장’을 받으려 해도 수확기 피해는 보상 대상이 아니라서 썩거나 수발아한 콩까지 수확량으로 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지난해 기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52.1%로 절반 가까이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재해복구 대파대 현실화율도 과수와 인삼은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상기후발 잦은 농업재해 상황에서 ‘재해복구비 현실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가 보험 활성화 걸림돌 운운하며 지원을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농업재해로 쓰러진 농가를 일으켜 세우는 순서는 정부와 정책이 먼저고 보험은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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