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올해도 법정 예산안 처리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앞으로도 문제다. 여야 갈등 속에 야당이 ‘증액 없는 감액안’을 내놓으면서 농업계는 꼭 필요한 예산 증액마저 어려워지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상정이 불발됐다. 헌법은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에는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지만 여야는 예산국회 내내 반목을 되풀이하다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2014년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국회가 이 기한을 지킨 건 두번뿐이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야당이 단독으로 마련한 ‘감액 예산안’을 상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합의안을 마련해오라고 했다.
앞서 11월29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안(677조4000억원)에서 감액 심사만 한 673조3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감액 심사만 반영된 예산안이 예결위를 통과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야당의 감액안은 정부 예비비를 절반으로 깎고 대통령실 등 권력기관 예산 등을 삭감한 게 골자다. 농업예산에선 주요 사업이 칼질을 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여야 갈등이 풀릴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야당은 “더 많은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고 여당은 “민주당이 감액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예산을 볼모로 한 정쟁에 국민 불만은 커진다. 특히 야당의 ‘감액 공세’와 여당의 ‘네 탓 반박’ 속에서 농업계는 필요한 예산 증액이 이뤄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불안한 국내외 정세로부터 농가를 지키기 위한 경영비 지원 예산이 대표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예산안 예비심사를 통해 정부안엔 한푼도 담기지 않은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및 수급안정 지원’ 예산을 255억원 반영했다. 무기질비료 판매가격과 농가 실구매가격 간 차액(1t당 약 10만원)을 지원(85만t 분량, 국비 30%)하기 위한 금액이다.
반복되는 쌀값문제와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전략작물직불사업’ 예산 확충도 필요하다. 농해수위는 전략작물직불제 대상 면적을 늘리기 위해 정부안보다 예산을 1720억원 증액했다. ‘농식품바우처’ 본사업화를 위한 예산도 농해수위에서 1763억원 증액됐는데, 정부안대로면 수혜 가구수가 줄어 본사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
여야 협상 실종에 따른 ‘정치 실패’를 직접 겪은 농업계는 예산만은 달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이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지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점쳐지며 수년간의 논의가 빈손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농업계 관계자는 “농업이 처한 어려움에 여야가 진심으로 공감한다면 경영비 지원 등 꼭 필요한 농업예산 증액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혔다.
[농민신문] 농업 특성 맞는 ‘맞춤형 비자’ 생길까 
[농민신문] 송미령 장관, 농민단체장과 간담회 개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