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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정부가 제7차 규제혁신전략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토지규제 완화 계획을 공식화했다. 특히 농지·산지에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예고돼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정부가 ‘자투리 농지’라며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하려 하는 경기도 여주의 농지. 한승호 기자
▲ ② 산지의 훼손은 식량 생산기반뿐 아니라 환경·생태·안전성 훼손 측면에서도 많은 우려를 수반한다. 경북 청송군 면봉산 일대에 풍력발전시설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숲을 훼손해 임도를 낸 모습. 한승호 기자
14개 정부부처 147개 토지규제 완화 계획 확정 발표
농지·산지 보전 적신호…환경·안전 훼손 우려도 확산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24. 12. 02
정부가 지난달 28일 국무총리 주재 제7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고 147개에 달하는 토지이용규제 완화 계획을 확정했다. 윤석열정부가 그간 꾸준히 추진해 온 농지·산지 규제 완화 정책이 체계화·구체화됐는데, 무분별한 자원 훼손을 우려하는 농업·환경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47개 항목의 이번 규제 완화안은 14개 정부부처가 참여한 대형 정책 개정안이다. 정부 스스로도 ‘대한민국 국토의 재설계, 토지이용규제 전면 혁신’이라는 제목을 달아 홍보하고 있다. 지목별 활용도 및 사업자의 편의성을 최대한 높이는 내용인데, 특히 논란이 되는 건 ‘보전’의 중요성이 높은 농지·산지·해양 등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3ha 미만 ‘자투리 농지’ 정리 △농막 규제 완화 △농지 내 수직농장 설치 확대 등 농지규제 완화 정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번 정책안은 이 과제들을 포괄하면서 △농업진흥지역 해제 요건 확대 △농업진흥지역 내 도로·철도 부속시설 등 설치 허용 △농림지역 내 단독주택 건축 허용 △그린벨트 해제 요건 확대 등 한층 공격적인 규제개선 계획을 담아냈다.
규제 업무의 자율성 확대 경향도 일관적으로 나타난다. 기초자치단체장이 전용 허가할 수 있는 농지 면적을 3000㎡ 미만에서 5000㎡ 미만으로 확대하는 한편, 인구감소지역 89개 시군(특례지구)은 아예 광역자치단체장의 농지전용 허가권을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이양할 계획이다. 소규모 보전산지 지정해제권 역시 산림청장에서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이양한다. 이는 농지·산지 공적 관리체계의 약화를 의미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일각에서 가장 우려해 온 상황으로, 최근 특별자치법 특례를 이용한 강원특별자치도의 ‘농업진흥지역 18만평 해제’에서 볼 수 있듯 광범위한 농지 훼손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농지 규제 완화는 필연적으로 식량 생산기반 소실(식량안보 약화)과 농지 투기화 조장(경제정의 붕괴)을 초래한다. 때문에 이에 대해선 이미 정부 정책기조를 향한 진보 농업계의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식량자급률 제고 목표에도, 투기 방지 목표에도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산지를 중심으로는 생태·환경 훼손 문제가 적지 않게 걸려 있다. 정책안엔 △상수원 보호구역 내 음식점·청소년수련원·전기설비·모노레일 설치 및 벌채(농경 관련) 허용 △야생생물 특별보호구역 내 생태탐방로·교육시설 설치 허용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현 정부 아래 ‘산림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산림청은 산지와 관련해서만 대거 19개의 과제를 제시했다. △산지전용·일시사용 제한지역 35.8㎢ 해제 △보전산지 형질변경 절차 간소화 △임도 설치 확대 △백두대간 핵심구역 케이블카·산악열차 등 민간업자 단독추진 허용 △토석채취 제한지역 내 채석단지 지정 허용이 그것이며 △사방지 지정해제 경과기간 단축(5년→1년)과 같이 안전 우려를 자아내는 항목도 들어 있다.
정부는 이번 정책안을 통해 17조7000억원의 경제효과를 낼 수 있다 자신하고 있지만, 농업과 환경 문제는 경제논리에 함몰돼선 안된다는 게 시대와 국경을 넘어선 보편적 인식이다. 지주·산주·자본가들의 환영 이상으로 농민·시민단체의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대표는 “지금의 법과 제도로도 보전해야 할 산지·농지를 보전하지 못하고 있는데 오히려 규제를 더 풀겠다는 것”이라며 “지역마다 다수가 함께 누리는 공공의 영역을 기업과 몇몇의 이익을 위해 파괴하려 하고 있다. 하나의 개발이 이뤄지면 그걸 계기로 또 다른 개발사업들이 이어지면서 주민 갈등이 계속되고 공동체가 파괴된다. 그런 게 앞으로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기후재난연구소 공동대표)는 “농지나 산지는 공익성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보호하고 사유재산을 제한했던 건데, 정부가 공익을 자본가들의 사익으로 돌려줌으로써 전국을 투기장으로 이끌고 있다. 정부의 기능, 정부가 추구해야 할 공공의 역할은 어딜 간 건가”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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