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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방제제 사용·오남용 주의·비항생제 번갈아 살포·저항성 품종개발 필요
농수축산신문 이문예 기자 2024. 11. 29
작물의 질병을 야기하는 미생물에 대한 항생제 사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항생제 내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항생제의 완전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으나 현장 농업인들의 인식도나 심각성에 대한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이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작물 항생제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농가, 산업계 등에 요구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지 짚어본다.
■ 친환경 방제제 연구 등 저항성 문제 해결 노력이 지속가능 농업 담보
- 함현희 국립농업과학원 작물보호과 농업연구사
과수 구제역’으로 불리는 과수 화상병은 에르위니아 아밀로보라(Erwinia amylova)라는 세균에 의해 사과나무와 배나무가 불에 탄 듯이 검게 마르는 세균병이다. 이 무시무시한 병은 2015년에 국내에서 처음 보고돼 지금까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병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방제제를 살포해야 하는데 스트렙토마이신 등의 항생제 계열 농약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항생제는 미생물이 생산해 다른 미생물을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화학물질로 세균에 의한 감염의 치료와 예방에 사용된다. 국내 농업에서 세균병 방제에 사용하는 항생제 성분은 스트렙토마이신, 옥시테트라사이클린, 가스가마이신, 옥솔린산, 발리다마이신에이로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다. 세균병에 대한 항생제의 효과는 좋은 편이나 항생제의 무분별한 사용은 병원균이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지는 쪽으로 진화하게 만든다. 이는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슈퍼박테리아 발생을 초래하거나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예전부터 과수 화상병이 발생해 온 북미,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는 항생제 저항성균으로 인해 화상병 방제에 어려움을 겪었고, 저항성이 발생한 항생제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비항생제 계열의 농약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2019년 발표된 유럽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은 2050년 탄소배출 제로(0)를 목표로 식품안전분야에서 2030년까지 전체 농경지 25% 이상을 유기농 재배로 전환하고 항생제 등 화학물질의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하려는 전 세계적인 흐름의 일환이며 국내에서도 농업 분야의 친환경적 변화가 필요하다.
항생제 저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인, 연구자, 정책 결정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농업 현장에서는 항생제를 정해진 용량과 횟수를 지켜 사용하고,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적 방제제를 사용해 방제 효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다양한 세균병에 효과가 있는 미생물 농약, 박테리오파지, 식물생장조절제 등이 출시돼 있어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아울러 연구자는 주요 세균병에 대해 항생제 저항성을 예방하기 위한 농약 사용법을 연구하고,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비항생제 계열의 방제제를 개발해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미생물농약 개발과 등록의 진입 장벽을 낮춰 산업을 활성화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친환경 방제제의 연구와 사용을 확대하고 항생제 저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건강한 농업과 생태계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 오남용 경계하고 작물 생육·농작업 시기 등 고려해 항생제 살포해야
- 오창식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
“항생제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물질로 병원세균 감염에 의한 병이나 2차적인 세균 감염을 억제하기 위해서 병원에서 많이 처방되고 있다. 작물에서도 병원세균에 의한 피해가 심한 식물병들이 발생하는데, 사과·배나무에서 발생하는 화상병이나 배추 등에 발생하는 무름병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세균병 방제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물질들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이 항생제인데, 스트렙토마이신이나 옥시테트라사이클린이 유효성분으로 첨가된 농업용 항생제 제품이 국내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세균병에 의한 작물 수확량 피해를 줄이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항생제 사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항생제 사용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는 병원세균의 출현을 야기하고 이로 인해 항생제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항생제는 주로 세균의 생존에 필요한 중요한 대사과정에 작용해 세균을 죽이는데, 세균들이 생존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유전적인 변이를 유도하게 되는 과정에서 항생제가 더 이상 작용하지 않는 내성균들이 출현하게 된다.
유럽연합,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는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이미 농업용 항생제 사용을 전면 금지하거나 한시적으로만 사용을 허용하는 등 적극적인 항생제 사용 억제 정책을 펴고 있다. 국내에서는 방제 효과가 높은 농업용 항생제 사용을 여전히 허용하고 있어 항생제 내성균 출현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필요하다.
우선 농업 현장에서 농업용 항생제 오남용은 철저하게 피해야 한다. 항생제 제품에 표기된 적정량과 사용 횟수, 적절한 사용 시기는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제시된 양보다 많이 사용한다고 방제효과가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항생제 사용 횟수도 마찬가지다. 주로 선제적으로 감염 억제를 위해 미리 살포하는데, 병원세균의 감염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적절한 횟수로 사용하는 것이 최상의 효과를 얻으면서 내성균의 출현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작물별로 병원세균의 주요 침입 시기와 침입 부위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이다. 일례로 2015년 이래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과수 화상병의 경우 기후조건을 고려한 화상병 발생 예측프로그램이 개발돼 매일 날씨를 예보하듯이 화상병 병원세균의 주요 침입시기에 감염가능 확률을 매일 예보해 주고 있다. 화상병균의 주요 침입 부위는 꽃과 어린 가지, 또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거나 전정, 적화, 적과 등 사람의 농작업 과정 중에 발생하는 상처 등이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작물의 생육 시기와 농작업 시기를 고려해 항생제를 사용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항생제 이외의 구리동제, 생물농약 등과의 교차사용을 통해 사용 횟수를 줄이거나 현재 사용량보다 적은 양으로도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게 새로운 합제 등의 개발과 제공도 중요하다. 세균병에 대한 방제 효과가 가장 높은 항생제 사용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항생제 사용 가능 기한을 최대한으로 늘리기 위해서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하더라도 이 내성균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돼야 할 것이다.”
■ 비항생제 교호살포·미생물 방제제 등 다양한 방제전략 필요
- 최형우 국립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
“한국 농업에서 세균병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자료에 따르면 이상기후로 인해 세균병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과수 화상병 방제를 위해 항생제 사용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농업용 항생제의 사용은 세균병 관리를 위해 필요하지만 과도한 사용은 내성 세균과 슈퍼박테리아 출현을 초래할 수 있어 추가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농업용 항생제 사용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항생제와 비항생제 계통 약제를 번갈아 살포(교호살포), 생물학적 방제제 도입, 저항성 품종 개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세균성 작물병 방제를 위해 가스가마이신, 발리다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옥솔린산, 옥시테트라사이클린과 같은 농업용 항생제가 등록돼 있다. 이들 항생제의 교호살포는 내성균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세균병 방제에서 지속 가능한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화상병, 무름병, 점무늬병과 같은 주요 작물별 세균병에 대한 항생제별 효과를 확인하고 교호살포 프로그램을 수립해 농가에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최근 큰 문제가 되고있는 화상병의 경우를 살펴보면 1971년 캘리포니아에서 스트렙토마이신에 대한 화상병균의 내성이 처음 보고된 이후 현재는 미국 전역에서 저항성 균주가 보고되고 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항생제 내성 화상병균이 보고되지 않았으나, 항생제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워싱턴주립대에 따르면 화상병 방제에서 항생제 내성균의 발생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스트렙토마이신과 옥시테트라사이클린을 교호 살포하고, 스트렙토마이신의 경우는 계절당 한 번으로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추천된다. 또한 가스가마이신은 옥시테트라사이클린과 혼합해 적용하거나 옥시테트라사이클린과 교대로 사용하는 것이 추천된다.
항생제 효과를 보완·증진 시킬 수 있는 비항생제 계통 약제로는 아시벤졸라에스메틸(ASM), β-아미노뷰티르산, 인산염, 키토산, 그리고 살균 작용을 지닌 구리 기반 약제 등이 있다. 이들은 작물의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하거나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해 항생제와 함께 사용할 때 세균성 방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오리건주립대의 연구에 따르면 화상병에 감염된 갈라 품종의 사과나무에 물을 처리한 대조군은 나무당 78개의 감염 부위가 발생했지만, 스트렙토마이신만 사용한 경우 나무당 13개(~83% 감소), 스트렙토마이신과 ASM을 1회 사용한 경우 8개(~90% 감소), 스트렙토마이신과 ASM을 2회 사용한 경우에는 5개(~94% 감소)의 감염 부위가 관찰돼 ASM이 항생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ASM을 포함한 비항생제 계통 약제와 항생제의 교호 살포는 항생제 사용횟수를 감소시키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유망한 방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도 생물학적 방제제 도입과 저항성 품종 개발 등의 접근이 세균성 병해 관리에서 유망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물학적 방제제는 환경친화적 병해 방제 효과를 제공하며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실루스(Bacillus) 계열 미생물을 활용한 방제제나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병해 방제가 연구 중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저항성 품종 육종을 통해 지속가능한 세균병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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