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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불신의 친환경농업 해법은 없을까?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4-08-14 조회 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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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위주 관리 대책 농업인 범법자만 양산


■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 친환경
 
 이전까지의 농정의 핵심은 식량자급률 개선을 위한 식량증산이었고 개방이 결정된 이후에는 환금성작물 재배에 농민들을 나서도록 한 것이었다. 1998년 이후 부터는 친환경농산물 생산이라는 양보다는 질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농정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친환경농업, 친환경축산은 엄청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얼마 전 방영된 한국방송 kbs의 친환경농업의 잘못된 실상을 알린 다큐멘터리 때문만은 아니다.

 다큐멘터리가 송되기 이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친환경농산물은 물론 관행농산물에도 잔류가 되지 말아야 하는 농약 성분이 검출되고 화학비료와 항생물질이 공공연하게 사용돼 온 사실이 끊임없이 적발되고 언론을 통해 공개돼 왔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기관, 친환경농산물과 참여 농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면서 그 부실규모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만연해 있었다는 것이 알졌다.

 정부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수천농가의 인증을 취소하고 상당수의 농가들이 친환경농법 인증을 반납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를 내실화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합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 대표적 둔갑판매 농산물 현재는…

문제는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에 있다. 

 우리 농산물 중 소비자들이 한 때 의심하며 소비했던 품목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한우, 돼지갈비, 꿀, 참기름 등이었는데 너무 가짜가 넘쳐나서 구매하면서도 찝찝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한우고기는 쇠고기 생산량이 지금처럼 충분하지 못하고 유통구조도 투명하지 못했던 시절 상당수의 수입쇠고기 또는 젖소고기가 한우로 둔갑 판매됐다. 지금은 둔갑판매판별법개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와 이력추적제 도입, 우리 한우의 품질고급화 등에 힘입어 둔갑판매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돼지갈비는 갈비뼈에다 수입돈육이나 국내산 돈육의 저가부위를 붙여 판매하던 관행으로 인해 생겨났다. 현재는 돼지고기 소비형태가 돼지갈비 보다는 삼겹살로 옮겨가면서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붙여 팔기 관행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참기름의 경우 과거에는 소규모 방앗간에서 기름을 판매하던 일이 많아 가짜 참기름이 판을 쳤고 소비자들은 참깨를 직접 구매해 기름을 자급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현재는 대형식품업체들이 참기름을 제조 판매하면서 가짜 참기름 논란은 사라졌다. 

 지금도 신뢰를 받지 못하는 꿀의 경우 설탕사양꿀을 허용할지 말지를 두고 십 수 년째 양봉업계 내에서 갈등을 빚으며 결국 꿀산업 전체가 신뢰를 잃고 말았다.



■ 소비자가 인정하는 안전장치 마련 필요

 앞의 품목들을 볼 때 결국 친환경농산물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공급경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쇠고기의 경우 이력추적제와 음식점표시제라는 제도와 함께 둔갑판별 기술이 개발되면서 축산물의 부정유통을 봉쇄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친환경농산물도 이에 못지않은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기본적으로 친환경인증 농가가 농약 등을 원천적으로 구매하지 못하도록, 농약구매 전용카드와 같이 농약구매의 이력이 남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친환경재배 농가의 농지에 대한 화학물질 잔류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관련기관과 유통업체들이 공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친환경농산물을 판매하는 대형유통이나, 도매시장 등에서 잔류물질 검사를 상시함으로써 근본적으로 관행농산물, 부적격 농산물을 납품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 보완은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새로운 친환경 생태계 조성해야

 이번 사태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차원에서 접근하기 이전에 부적격 친환경농산물이 판칠 수 있도록 만든 구조에 대한 고민도 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친환경농업 참여농가와 인증기관의 부정문제는 친환경농업에 조차 자본논리가 판을 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우리 정부가 친환경농업육성법을 제정하기 이전에도 친환경농업, 아니 유기농업을 실천해 온 농가들이 상당수 있었다.

 정부의 지원없이 자연에서 나오는 재료를 가지고만 농사를 짓는 이들 유기농업인들은 돈벌이도 중요했지만 철학을 가지고 유기농업에 투신해온 이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부가 친환경농업을 육성하겠다며 법을 만들고, 직불금을 지원하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식품회사, 유통회사들이 생겨나면서 노동 강도가 높은 친환경농업에 참여하는 농가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상당수의 농가들이 철학보다 돈을 벌기 위해 뛰어 들었고 또 오랜 시간 유기농법을 실천해 온 농가들과 달리 재배기술이 뒤떨어져 질병 등을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친환경인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배하고 있는 작물과 가축에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쉽게 치료하기 위한 항생제와 농약사용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앞으로의 친환경농업은 상업용 유기농업이 아닌 철학을 갖고 유기농법을 실천하는 농가들을 중심으로 새판을 짤 필요가 있다. 상업유기농가와 섞여 있는 현재의 제도 속에서 유기농의 가치는 쉽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유럽의 경우 상업화된 정부인증 친환경농산물보다 유기농업을 오랫동안 실천해온 농가들이 모여 만든 민간유기농단체가 인증하는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더 신뢰하고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정부는 단속과 제도를 가지고 친환경농산물의 부정을 막아내겠다고 하지만, 단속결과가 반복적으로 언론에 노출됨으로써 결국 정말로 친환경농법을 실천하는 농가들까지 범법자라는 굴레를 씌우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핵심은 단속이 아닌, 소수라 할지라도 철학을 가지고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철학을 가진 소비자들이 이를 소비하는 차별화된 시장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획일적인 정부의 인증마크만이 인정받는 지금의 시장으로는 안 된다.

 철학을 가지고 자부심을 가지고 친환경농법을 실천하는 농사꾼과 농산물이 빛을 볼 수 있는 친환경브랜드가 만들어질 때, 훼손된 친환경농산물의 가치를 올리는 길이 되고 범죄자 취급을 받는 농가들의 사기를 올려줄 대안이 될 것이다.


김재민 기자  /  jmkim@a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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