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위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4건의 농업분야 쟁점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들 법안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야당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 이어 이날 본회의에서도 농업분야 쟁점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국회를 통과한 농업분야 쟁점법안은 모두 4건으로 이 중 ‘농안법 개정안’은 농산물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을 정부가 직접 보전하도록 한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근거를 담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양곡에 대한 가격안정제 도입 근거와 함께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격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비슷한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도 대통령 거부권을 맞닥뜨린 바 있는데, 이번엔 시장격리 발동 기준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위원장인 양곡수급관리위원회가 정한다는 점이 달라졌다.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은 농가가 재해 피해를 보기 전까지 투입한 생산비 수준으로 재해복구비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현재는 생계구호 수준으로 지급된다.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대해선 농업재해보험 보험료 할증을 적용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이들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농해수위는 물론 27일 열린 법사위에서도 쟁점을 좁히지 못한 채 본회의까지 넘어왔다. 정부·여당은 ‘농안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특정 품목에 대한 쏠림 현상과 이에 따른 시장가격 왜곡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농업재해대책법’ ‘농업재해보험법’은 각각 국가의 재해대책 원칙과 보험의 기본틀을 무너트릴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찬반 토론을 통해 견해차만 재확인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민주당은 여야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마련된 안건조정위까지 요식절차로 전락시키며 농해수위 농림법안식품법안심사소위·안건조정위·전체회의에서 불과 몇시간 만에 법안을 졸속 처리했다”면서 “충분한 논의 없이 강행된 정책은 좋은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원택 민주당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을)은 “이들 4개 법안은 기후재난과 식량안보 위기 속에서 국민 먹거리 안전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어진 표결에선 민주당 등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법안을 모두 가결시켰다.
정부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25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긴급 기자 간담회를 통해 “농업 쟁점법안 4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가 재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범야권 의석수가 이에 못 미치는 190여석인 데 비춰볼 때 국회로 돌아온 법안의 재의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때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까지 25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여기엔 3건의 농업법안(‘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 제정안’ 등)이 포함됐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선 푸드테크산업의 체계적 지원을 위한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농촌유학을 육성·지원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처리됐다.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법상 지원대상에 청년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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