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지역 105만가구 산재
여야 모두 정부예산 지원 주장
소유주 관리의무 강화 의견도
농민신문 이재효 기자 2024. 11. 25
빈집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비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빈집 소유주의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농촌의 오랜 골칫거리인 빈집문제는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비수도권 지역의 빈집은 105만가구로 2015년 79만가구보다 33% 증가했다. 행정안전부가 파악하고 있는 2022년 기준 1년 이상 방치된 빈집수도 13만2000가구에 달한다.
이처럼 빈집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8월 행안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4개 부처 합동으로 ‘빈집 정비 통합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도 6일 열린 제8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빈집 정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의지에도 빈집 정비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비례대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비수도권 빈집 정비사업은 총 2865건 진행됐다. 이는 연간 573건 수준으로 빈집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적이다.
이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부족한 예산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빈집 정비사업의 근거가 되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정비법)’이나 ‘농어촌정비법’에는 지자체 소관으로 사업을 진행하도록 규정해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렵다. 특히 인구감소로 빈집이 많은 군 단위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17.2%로 전국 평균인 48.6%보다 훨씬 낮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다.
행안부는 이러한 지자체 사정을 고려해 올해부터 빈집 정비 지원에 50억원을 투입했다. 전국 871개 빈집을 대상으로 농어촌 지자체에 가구당 빈집 철거 비용 500만원, 도시지역엔 1000만원을 지원했다.
내년에는 100억원으로 예산을 확대해 1500가구의 철거를 지원할 계획이지만, 철거 대상이 적고 지원 비용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부산 서구·동구)은 “고지대·골목길 등 장비가 진입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철거를 진행할 경우 정부 지원금액을 넘는 3000만원가량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빈집 정비에 정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 정치권 의견이 모이고 있다. 황 의원은 최근 지자체가 빈집 정비사업을 시행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곽 의원도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행안부의 빈집 정비 예산을 확대하고 사업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빈집 소유주의 정비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자체에서 빈집을 정비하고자 할 때 소유주의 동의 없이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지자체장은 빈집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빈집이 경관을 현저하게 훼손하고 있는 경우 빈집 소유주에게 수리나 철거 등을 명령할 수 있다. 소유주가 60일 이내에 해당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소유주에게 1년에 2회까지 이행 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아울러 소유주가 철거를 거부한 빈집은 지자체장 직권으로 철거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직권 철거나 이행강제금을 집행하기는 쉽지 않다. 일례로 충북도의 경우 관련 법에 이행강제금이나 직권 철거 조항이 생긴 이후에도 실제 조치를 진행한 사례가 없다. 도 관계자는 “빈집 역시 사유재산인 만큼 소유주와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어 지자체가 직접 나서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빈집에 세금을 부과해 소유주의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 2013년부터 2년 이상 빈집에 지방세를 최대 300%까지 부과하고, 캐나다 밴쿠버는 주택이 1년에 6개월 이상 비어 있으면 부동산 과제표준액의 3%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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