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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지금 일본은] 농촌 빈집 문제 해법을 찾아서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11-25 조회 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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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만철 농촌과 자치연구소 소장




             [지금 일본은] 농촌 빈집 문제 해법을 찾아서



                                                                                                   한국농정신문 칼럼=정만철 농촌과 자치연구소 소장  2024. 11. 24



 지난 10월 필자는 일본 농촌 지역의 빈집 활용 정책 및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효고현(兵庫&#30476) 고베시(神&#25144市)와 단바사사야마시(丹波篠山市)에 다녀왔다.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 변화 등을 배경으로 농촌 지역의 빈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총무성이 조사한 ‘2023년 주택·토지 통계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 수는 2018년 849만호에서 2023년 899만호로 5년간 51만호가 증가했다. 전체 주택 수의 13.8%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10년 뒤인 2033년에는 빈집 비율이 25.9%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2023년 12월에 ‘관리가 불충분한 빈집’은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빈집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이 시행되면서 빈집 소유자의 적절한 빈집 관리가 더욱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또한, 관리가 되지 않아 붕괴 위험이 있는 빈집에 대해서는 소유자의 재산권보다 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해 행정이 강제로 철거할 수도 있다.

효고현의 빈집 관련 정책은 크게 빈집의 예방, 활용, 적정 관리로 구분해서 추진하고 있다. 우선 빈집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빈집 방치의 위험성과 구체적인 활용 및 관리 방법에 관한 리플렛을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빈집의 활용 촉진을 위해서는 빈집의 안전성 검사를 통해 거래를 촉진할 목적의 ‘빈집 조사 실시 지원사업’, 빈집을 지역 커뮤니티 거점으로 활용하는 경우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 ‘빈집 활용 지원사업’,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고택 활용 촉진을 위해 전문가 파견과 수리 비용을 지원하는 ‘고민가(古民家) 재생 촉진사업’, 빈집 활용 정책·사업 및 활용 사례를 모아 책자로 발간해 보급하는 ‘빈집을 활용한 이주 및 창업 백서’, 전문가를 통한 빈집 활용 상담을 지원하는 ‘빈집 개보수 어드바이저’, 특구 지정을 통해 특구 내 빈집의 용도 변경 등에 대한 규제 완화, 보조금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빈집 활용 특구 제도’ 등을 추진하고 있다. 빈집 적정 관리를 위해서는 붕괴 위험이 있는 노후주택의 철거비를 지원하는 ‘노후 위험 빈집 철거 지원사업’ 등을 진행한다.

효고현청 소재지인 고베시는 인구 152만명의 대도시지만, 도심 북쪽과 서쪽으로 농촌 지역이 펼쳐진 도농복합도시이다. 고베시의 빈집은행은 고베시와 지역 농협이 일부 출연해 설립한 ‘고베농정공사’의 농산촌지역진흥본부에서 운영하고 있다. 농촌 지역에 있는 빈집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이주민들이 지역에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농촌 정주 코디네이터를 운영한다. 지역 내 단체들을 ‘빈집 활용 협력단’으로 활용해 빈집 소유자가 이용 희망자에게 집을 양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빈집을 구입하거나 임차해서 거주 및 창업 공간으로 활용할 경우, 수리 비용의 일부를 보조한다.

단바사사야마시는 효고현 중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효고현과 오사카부, 교토부와 접해있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고베·오사카·교토 등 대도시로부터의 접근성이 좋아 최근 귀농·귀촌인이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단바사사야마시의 빈집은행은 민간단체인 ‘일반사단법인 With 사사야마’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빈집의 소유자와 구입을 희망하는 소비자를 연결하며, 거래 촉진을 위한 상담창구를 운영한다. 지금까지 1450건의 물건이 등록됐고, 이 가운데 900건 정도가 이전 계약을 마쳤다.

단바사사야마시에는 마을 주민 주도의 빈집 활용 사례로 유명해진 마루야마 마을(集落丸山)이 있다. 이 마을은 총 12채의 가옥이 있는 작은 산촌이다. 2009년에는 7채가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었으며, 5가구 19명의 주민만이 살고 있었다. 이 마을의 아름다움을 알아챈 민간단체(일반사단법인 ‘노오토’)의 대표가 빈집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마을 주민 전원이 참석한 7차례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마을의 빈집에 생명을 불어넣게 됐다. 현재 마을 가운데에 있는 가옥 두 채는 호텔과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가옥에는 외지에서 이주한 귀촌인들이 살고 있다. 마을 인구는 11가구 25명으로 증가했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농촌 빈집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한국부동산원의 빈집 정보 플랫폼인 ‘소규모&빈집정보알림e’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최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이로 인한 빈집 문제는 농촌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본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의 사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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