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서울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앞에서 열린 "전봉준투쟁단 천명(天命) 발대식 및 윤석열퇴진 농민 결의대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농민들이 정권 퇴진 활동에 앞장설 것을 결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들 “동학농민혁명 당시와 지금 농민 상황 크게 다르지 않아”
한국농정신문 김한수 기자 2024. 11. 24
윤석열정권 퇴진을 위해 농민들이 전봉준투쟁단으로 다시 뭉쳤다. 농민들이 전봉준 이름을 건 투쟁단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전봉준은 1894년 반외세·반봉건의 기치를 들고 동학농민혁명을 일으킨 혁명의 상징적인 존재다. 농민들은 현재 정세가 동학 혁명이 일어났을 때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농민 목숨값이라는 쌀값 하락을 수수방관하다 뒤늦게 시장격리 등 대책을 내놨지만 쌀값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정치적으로는 명태균과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되고 대외적으로는 한·미·일 동맹에만 집중하며 한반도 전쟁위기가 심화됐다. 농민들이 다시 전봉준투쟁단의 깃발을 드는 이유다.
지난 9일 ‘전봉준투쟁단 천명(天命)’ 발대식에서 하원오 전봉준투쟁단 총대장은 “우리는 역사에 길이 남을 투쟁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윤석열정권 퇴진이 민중생존권이며 농업·농민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사람은 모두 하늘이라던 130년 전 전봉준처럼 들고 일어나 올해가 가기 전에 윤석열정권을 반드시 끌어내리자”라고 투쟁 의지를 다졌다.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도 “윤석열정권은 쌀값 폭락을 방관하고 물가를 핑계로 수시로 무관세·저관세로 농산물을 수입하며 농민 삶을 벼랑으로 내몰았다. 기후재난으로 고통받는 농민은 안중에도 없는 대통령을 어떻게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느냐”라고 일갈했다.
전봉준투쟁단은 이날 △쌀 공정가격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쟁취 △지역퇴진운동본부 건설 △생산기반 파괴하는 수입개방농정 철폐 등을 위해 나서겠다는 결의도 전했다.
전봉준투쟁단이 출범하기까지
지난 2015년 11월 당시 쌀수입 중단 등을 요구하며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결국 사망했다. 생존권 보장을 부르짖는 목소리마저 국가폭력에 짓밟혔다는 사실에 농민들은 크게 분노했고 다음해인 2016년 전봉준투쟁단을 조직했다.
이때 전북 농민들과 함께 전봉준투쟁단에 참여했던 이대종 진보당 농민당 대표는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던 1894년과 2016년이나 현재까지 농민이 처한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농민은 양반 지주 등 봉건세력에게 수탈당하는 상황이었고, 지금도 생산비도 못 건지고 농사짓지 않느냐. 농민운동가들은 모두 ‘우리가 전봉준’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전봉준 이름을 쓴 것은 혁명의 상징인 동시에 투쟁심을 고취시키는 측면도 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전봉준투쟁단은 지난 2016년 활동에서 농민투쟁이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당시 김영호 전봉준투쟁단 총대장은 “양재IC에서 농민들은 경찰 저지를 뚫지 못해 하루 노숙을 했다. 인근 주민들이 핫팩, 음료수 등 투쟁물품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함께 노숙하기도 했다. 투쟁단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이대종 대표는 동학농민군과 지금 농민들의 주장이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들며 전봉준 이름의 유효성을 전했다. 이 대표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구호 중 하나가 척양척왜다. 이게 단순히 일본과 서양을 배척한다는 뜻이 아니고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우리 것을 뺏기고 침탈당하는 것은 막자는 것”이라며 “지금도 우리 농산물의 설자리를 잃게 하는 수입 농산물이나 한·미·일 동맹이라는 미명아래 정치·경제적으로 얽매여 자주권을 상실한 채로 살아가는 우리 현실에서는 유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갑성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도 “농민들이 서울에 모여 집회를 많이 했지만 경찰이 쳐놓은 폴리스라인 안에서 구호만 외치다 끝난 것이 많아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사활을 걸고 뭔가 해보자는 취지에서 전봉준투쟁단을 다시 결성했다”고 말했다.
지난 전봉준투쟁단이 박근혜정권 퇴진의 선봉에 선 것처럼 이번에도 윤석열정권 퇴진에 앞장서겠다는 것이 농민들의 각오다.
이갑성 부의장은 “박근혜정권을 퇴진시켰지만 농민생존권 등 농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윤석열정권이 들어서 농민 삶이 어려워졌다. 이 정권 퇴진 이후 국가책임농정 실현 등 농민을 위한 사회 대개혁이 전봉준투쟁단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한국농정신문] [지금 일본은] 농촌 빈집 문제 해법을 찾아서 
[한국농정신문] 친환경농업 확대 발판, 생분해 멀칭필름…제도는 미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