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연대조직인‘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주최로 지난 20일 서울 남대문 옆 대로에서 전국농민대회가 열렸다. 이날 모인 1만여 명의 농민들은 밥한공기 쌀값 300원 보장, 벼 재배면적 감축 중단, 수입농산물 저지, 기후재난 근본대책 수립, 농가부채 특별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전국농민대회 1만여 농민, ‘쌀값폭락’ ‘수입남발 ’‘기후재난’ 정부 책임 촉구
농식품부 “쌀값 20만원 보장 특별대책 없다”… 국회, 양곡법 정쟁 재개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4. 11. 22
“700평 논에서 나온 벼 수매대금이 153만7천원인데, 모판·모내기값 77만원, 비료값 14만원, 벼베기·운반비 40만원…인건비, 농약값 등 포함하면…에효…따로 짓는 한필지가 그렇습니다.”
현재 볏값 사정이 어떻게 되냐고 기자가 묻자, 한 농민이 푸념하듯 던진 말이다. 20일 서울 남대문 옆 대로에 1만여명이 운집했다.
폭락하는 볏값에, 뚜렷한 대책없이 시장논리만 주장하고 있는 정부를 성토하기 위해 농민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소득이 나와야 할 논은 ‘빚잔치’로 공허해졌고, 생존의 위협은 결국 농민들을 투사로 연일 내몰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연대조직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주최로 열린 이날 전국농민대회에서는 현정부의 농정을 ‘농업파괴 농업말살 정책’ 으로 규정지었다.
특히 수확기 볏값은 파탄에 이르렀고, 현정부가 농업·농촌·농민을 완전히 지워버리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올 11월15일까지 수확기 평균 쌀값은 18만4천295원(80kg들이)으로, 지난해 수확기 20만2천797원보다 10% 가까이 떨어졌다. 가마당 1만8천500원의 소득이 줄었고, 정부의 특단대책이 없을 경우, 농민들의 주장대로 은행 빚‘돌려막기’도 어렵게 됐다.
대회사에 나선 하원오 전농의장은 밥쌀용쌀 수입 저지를 위해 시위에 나섰다가 사망한 백남기 농민을 상기했다. 하 의장은“9년전 추운겨울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졌고, 1년뒤 그는 마중물이 되고 촛불이 돼서 박근혜정권을 끌어내렸다”면서“그러나 세상은 달라지지 않고, 여전히 매년 40만8천700톤의 수입쌀이 들어와 우리 쌀값을 파탄내고 있고, 물가를 핑계로 무관세·저관세 수입농산물이 우리의 생산기반을 파괴하고 있다”고 외쳤다.
이날 농민들은 결의문 발표를 통해 밥한공기 쌀값 300원 보장, 벼 재배면적 감축 중단, 수입농산물 저지, 기후재난 근본대책 수립, 역대 최대의 농가부채 특별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한편, 통계청은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1만7천톤 감소한 358만5천톤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에 농식품부가 생산량 감소 등의 수급상황이 산지쌀값에 반영돼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보도자료가, 농업계의 ‘쌀값 20만원 보장’ 요구를 거절하는 뜻으로 읽힌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가 통계청의 벼 흉작 발표에 대해, 결론적으로 초과생산량보다 14만4천톤이나 더 시장격리한 게 됐다고 설명한 대목이, 추가수매가 없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또한 윤석열정부 쌀값 20만원 보장 약속에 대해 직답을 피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심사 회의에서 민주당 주철현 의원이 20만원 약속에 대해 답을 요구하자, 송 장관은 “반등을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고만 언급했다.
결국 수확기 쌀값이 18만원대에 굳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일부러 쌀값을 누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회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SNS에 올린 글에서 “정부는 물가를 핑계로 저관세·무관세 수입을 남발하며 쌀값 폭락을 초래했다 면서 “쌀 마저도 물가관리 대상으로 두고 있다는 의심을 품게 한다” 고 말했다.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인 임미애 의원도 20일 성명서를 통해 “농식품부의 쌀값 대책은 아마 오를 때까지 ‘오를 것입니다. 지켜봐주십시오’ 가 전부일 것” 이라며 “윤석열정부의 농정은 없다. 물가관리 측면에서 농업이 있을 뿐. 송미령 장관은 쌀값 정상화에 자신이 없으면 즉각 물러나야 한다” 고 쌀값 대책 촉구에 강도를 높였다.
국회 농해수위에선 그만큼 양곡관리법 재개정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양곡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민주당, 진보당 등에서 모두 발의한 상태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공비축미 확대, 쌀 공정가격, 식량안보차원의 생산기반 보호 등까지 광범위하게 개정안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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