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유통인 “공사, 일부 소매점포 도매권역 존치 검토 반대”
재건축이 진행 중인 서울 가락시장의 도·소매 분리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도·소매 분리는 가락시장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점에서, 유통인들은 물론 산지 출하조직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도·소매 원칙이 새삼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내년 상반기 중 완공 예정인 시설현대화 소매권역(1단계 사업권역)에 일부 소매점포를 이전시키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시설현대화 소매권역은 가락시장 내 직판상가 및 식자재 점포 등 소매업을 위주로 하는 상인들이 입주하는 공간으로, 내년 초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4월경 오픈할 계획이다.
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식자재를 판매하는 슈퍼마켓인 ‘다농마트’ 등을 지금처럼 도매권역(2·3단계 사업권역)에 남기는 문제를 놓고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인정하면서 “다만 공사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락시장 내엔 이미 소매권역 입주대상에서 다농마트 등이 제외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장을 이용하는 출하주·도매법인·중도매인 등 유통주체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도·소매 분리는 가락시장 재건축과 관련해 유통주체들뿐 아니라 전문가들이 첫손가락에 꼽은 전제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등 다른 나라의 도매시장이 대부분 도매와 소매를 엄격히 분리하거나 도매만 운영하고 있는 것과 달리, 가락시장은 도매와 소매가 무질서하게 혼재돼 시장 전체가 극심한 혼잡을 빚어 왔다. 이 같은 혼잡은 결과적으로 출하된 농산물의 거래시간 지연→상품성 저하→농가 수취가격 하락 등으로 이어지면서 출하주들의 피해를 초래해 왔다. 이에 따라 당초 가락시장의 재건축 계획안은 도·소매를 분리하는 것으로 마련됐고, 유통주체들도 이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가 도·소매 분리 입장을 번복하면서 일부 소매점포를 지금처럼 도매권역에 존치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유통주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사)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는 최근 특별결의문을 내고, 도·소매 분리 원칙 고수를 주장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지금까지 도매권역은 반입물량이 넘쳐 농산물을 점포 밖에 쌓아두고, 눈·비를 맞힐 수밖에 없었다”며 “재건축 후에도 소매점포를 도매권역에 두겠다는 것은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 것으로, 어떤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이를 저지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 과일 출하단체 관계자는 “과일 성수기가 되면 시장이 극심한 혼잡을 빚어 출하자들이 경매를 위해 1~2일을 기다려야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참아왔다”며 “재건축 공사를 한 이후에도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거라면 굳이 재건축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재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