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 첫 번째 국정감사가 끝나고 11월, 이제 본격적인 예산정국이다. 국감장에서 지적된 문제 중 일부분이라도 제때 개선된다면 농민들의 걱정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텐데 사후점검이란 과제가 남는다. 국회의원들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화려한 데뷔의 장인 국감은 막을 내렸지만, 이제 국회에는 또 다른 중요 임무, 바로 예산안 심사가 주어졌다.
올해 9월 3일 국회에 회부된 2025년 정부 예산안은 지난 12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됐다. 국회는 이제 12월 초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앞으로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농업농촌예산이 어떠한 기조 속에서 심의되고 최종결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9월 정부안이 국회로 회부될 때 발표된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년도 예산은 18조7496억원으로 올해 18조3392억원보다 2.2% 증가했다. 농업농촌예산은 국가 총예산 677조4000억원의 2.77%를 차지하며 또 최저 비중을 달성했다. 내년의 농업농촌예산 비중은 올해 2.79%보다 더 하락한 수치로 2020년 3.1%대를 기록한 이후 줄곧 3% 미만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현재 농업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에 너무나 초라한 예산 규모다. 농업·농촌에 대한 정부의 투자 규모는 농업을 회생시킬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회의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농식품부 의무지출 비중은 19.5%, 재량지출은 80.5%다. 정부의 의무지출 비중(54.0%)에 비해 상당히 낮다. 공익직불, 수입양곡대, 살처분보상금, 국제기구분담금 4개 세부사업이 법률에 따라 지출의무가 발생하는 의무지출에 해당된다. 이 중 지난 5년간(2019~2023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이 수입양곡대로 2019년 3792억원에서 2023년 5545억원으로 10% 증가했다.
지속 중인 낮은 쌀값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극심한 벼멸구 피해와 긴 폭염으로 작황마저 좋지 않다. 현장에선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쌀을 쌀값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는데 수입양곡대 예산은 의무지출로 지난 5년간 증액됐다는 사실을 농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농정예산의 방향 재검토가 요구되는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57조에서는 국회가 정부의 동의 없이 예산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농업농촌예산은 한 푼도 늘릴 수가 없기 때문에 국회에 증액권이 없다는 것은 예산안 심의의 한계로 지금까지 많이 지적됐다. 하지만 정부가 올바른 기조로 예산을 세우고 집행하도록 감시하고 이끌어야 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농업의 국가 책임성을 높이고 다중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금의 예산으론 어림도 없다. 농업·농촌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요구하고 농업에 희망의 불씨를 붙여야 하는 것 또한 예산국회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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