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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경남 창녕군 대합면 일원에서 성유경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경남지부 사무처장이 양파 모종을 정식할 논을 살펴보고 있다. 주기적으로 내린 강우 탓에 수분을 잔뜩 머금은 논이 갯벌처럼 뭉쳐 있는 모습이다
논·밭 마를 새 없이 내린 강우에 가을답지 않은 따뜻한 기온까지
월동 전 짧은 생육 기간으로 인한 냉해 및 생산량 감소 우려 확산
일찍 정식했어도 높은 기온 탓 일부에선 벌써 ‘웃자람’ 나타나기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4. 11. 17
“비가 그칠만하면 또 오고, 부슬부슬 내리는 것도 아니고 가을비답지 않게 많이도 쏟아져서 논이 마르질 않았다. 결국 모종 다 만들어 놓고 논에 심질 못하는 상황이다. 10월 하순이면 끝날 양파 정식이 아직도 준비단계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이상기후 탓에 양파 주산지 농민들이 농사 초입부터 난관을 겪고 있다. 며칠 사이로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해 정식이 평년대비 길게는 20여일가량 늦춰진 데다, 가까스로 정식을 마무리했더라도 따뜻한 날씨 탓에 일찍이 일부 포전에선 웃자람이 확인되고 있어서다. 양파뿐만 아니라 마늘 또한 파종이 지연돼 농민들은 생육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 지역 무관하게 늦어진 파종·정식
지난 11일 양파 주산지인 경상남도 창녕군에는 곳곳에 비어있는 논이 즐비할 정도로 정식 작업이 제대로 시작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현장 농민들에 따르면 창녕군의 양파 정식 작업은 보통 11월 이전에 마무리되는 편이다.
이날 만난 성유경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경남지부 사무처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많게는 시간당 50mm씩 비가 와서 양파 정식을 시작조차 못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육묘할 때도 고온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돼 적지 않은 농민들이 피해를 봤는데, 정식할 때 돼선 애써 키운 모종을 논에 심지도 못 하는 실정이다”라며 “14일에도 비가 또 예고돼 있어 서둘러 논을 갈아엎고 비료를 뿌리며 정식 준비를 하고 있지만, 논이 워낙 축축하게 젖은 상태라 비가 내리기 전에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심한 경우 정식 작업이 12월까지 미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11일 창녕군 일원에선 트랙터가 논을 갈아엎는 모습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성유경 사무처장은 “비닐이라도 덮어놓으려고 지금 다들 난리다. 작업할 필지는 많고, 시간은 촉박해 한계가 있다 보니 인력과 기계를 구해 논을 갈아엎는 경우가 많다. 생산비 증가가 불가피한 실정이다”라며 “이전에도 오락가락 내린 비에 정식이 늦어진 경우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작업이 지체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창녕군뿐만 아니라 타 시군 양파 주산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짧게는 4~5일가량 모종 정식이 늦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김준기 양파협회 고흥군지회 사무국장은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평년보다 정식 작업이 대부분 지연됐다. 퐁당퐁당 비가 계속 오는 바람에 때를 놓쳐 아직도 작업을 못한 필지가 종종 보인다”고 전했다. 적지 않은 농민들이 11월 중순인 지금까지도 논 장만을 하지 못 해 아예 양파 농사를 포기할 위기에 처했다고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마늘 또한 파종 작업이 평년 대비 지연된 상황이다.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 관계자는 “난지형, 한지형 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파종 작업이 늦어졌다. 대서종 마늘의 경우 10월 말에 파종이 끝나야 하지만 전국적으로 10% 정도가 11월 초까지로 미뤄졌고, 한지형 마늘의 경우 평년보다 10일 이상 파종이 늦어져 아직까지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특히 한지형 마늘의 경우 파종이 평균 보름가량 뒤로 밀려 주산지인 경북 의성군과 충남 서산시·태안군, 충북 단양군 등에선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난지형(남도종·대서종) 마늘의 경우 당초 11월 8일까지였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기간이 파종 지연으로 15일까지 연장됐지만, 한지형 마늘의 경우 가입기간이 오는 29일까지로 임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장 상황을 고려해 가입기간 연장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 생산비 증가·생육 장해 우려까지
뒤처진 파종·정식의 여파는 단순 작업 지연에 그치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파종·정식을 마무리하기 위해 논을 갈아엎는 등 농작업이 몇 차례나 더해지는 바람에 벌써부터 초기 생산비가 많게는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은 물론, 현장에선 짧은 기간으로 인한 월동기 냉해 발생 및 생육 장해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올해 이상기후로 모종 마련부터 고초를 겪었던 탓에 대부분의 양파 생산 농민들은 2025년산 양파 생산비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앙파협회 관계자는 “올해 고온으로 모종이 고사한 경우가 많아 재파종을 한 경우도 적지 않고, 최근 논·밭 마련을 위해 쟁기질을 하느라 벌써 평소 대비 생산비가 2배 이상 더 들어갔단 얘기까지 들린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현장 농민들에 따르면 지연된 정식 작업 탓에 월동 전 생육기간이 짧아질 경우 월동기 냉해나 동해 가능성이 매우 크고, 작업이 늦어져 모종이 너무 자란 상태로 논·밭에 심기면 추후 꽃대가 올라온 숫양파가 될 확률 또한 농후하다. 냉해·동해는 물론 숫양파의 경우 정상적인 판매가 불가한 만큼 품질 저하로 인한 생산량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비가 오기 전 서둘러 양파 모종을 제때에 정식한 농민들도 우려는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양파는 정식 후 기온이 내려가야 웃자람이 덜한데 따뜻한 날씨로 인해 월동에 적합하지 않을 만큼 현재 생육이 왕성하기 때문이다.
김준기 양파협회 고흥군지회 사무국장은 “반팔을 입을 만큼 한낮 날씨가 따뜻하고 비도 자주 와서 일찍 정식한 포전의 양파 대부분이 웃자랐다. 밭에 흙이 안 보일 정도다”라며 “기온이 내려가야 월동 준비하며 양파도 생장을 늦추는데 날이 따뜻하고 비가 계속 오다 보니 쑥쑥 자라는 거다. 이렇게 되면 올해처럼 내년 수확기 때 숫양파와 쌍구 발생이 엄청 늘어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한지형 마늘 재배 농민 역시 파종 작업이 보름에서 20여일가량 뒤로 밀린 탓에 생육 저하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 관계자는 “마늘을 늦게 심으면 생육 기간이 짧아지다 보니 구가 굵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겨울을 나게 되면 동해를 입을 수도 있는데, 무엇보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은 마늘이 크지 못해 수확기 때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뒤처진 마늘·양파 파종·정식이 생산비 증가와 추후 수급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농민들은 대책 마련 필요성에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농민들은 기후로 인해 파종·정식 작업 자체가 지연되는 경우 재해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며 재해대책법 및 농작물재해보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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