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가락시장 채소2동이 3년여간의 신축 공사를 마무리하고 12월15일 개장한다. 시장에서 기대와 함께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양파·무 등 11개 품목 거래예정
사용면적 줄어 물량 소화 의문
“저장창고 사용료 비싸” 불만도
공사 “문 여는 데 지장 없을 것”
농민신문 서효상 기자 2024. 11. 17
서울 가락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채소2동이 12월15일 문을 연다. 신축 논의가 본격화한 지 8년 만이고 공사에 들어간 지 3년8개월 만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달말까지 내부 시설 보수작업을 마무리짓고 12월초 본격적인 개장 준비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선 협소한 면적과 높은 사용료를 두고 우려와 잡음이 나온다.
◆늘어난 기둥, 줄어든 면적
채소2동 신축 논의는 2016년 본격화했다. 소매직판상들이 가락몰로 입주하면서 떠난 빈자리에 채소2동을 세워 농민이 출하한 채소류를 보다 원활히 거래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2021년 2월 공사 첫 삽을 떴고 올 10월 마무리됐다. 채소2동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연면적은 5만7067㎡(대지면적 5만9477㎡)에 달한다. 채소2동에서 거래될 품목은 양파·대파·마늘·쪽파·배추·무·양배추·생강·건고추·총각무·옥수수 등 11개다. 가락시장 청과부류 취급물량의 37%가 채소2동에서 경매가 이뤄진다. 문제는 경매장 면적이다. 유통인들 사이에선 채소2동 경매장 내 기둥이 너무 많아 실사용 면적이 크게 줄었다는 걱정이 나온다. 경매사 A씨는 “경매장 중간에 기둥이 과다해 기존 거래 공간보다 면적이 40% 정도 줄었다”면서 “농민 출하물량을 다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농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매사 B씨는 특정 품목을 예로 들며 “해당 품목의 국내 생산량 절반이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데, 공간 부족으로 물량을 받지 못하면 산지는 당장 출하할 곳이 없어지게 된다”면서 “지방 도매시장의 열악한 거래 역량을 고려할 때 농민의 출하선택권이 제약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설 사용료 과다 논란
비용 부담과 관련해서도 이견이 쏟아진다. 도매법인은 시설 사용료 등 비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의견인 반면, 공사는 서울 강남권이란 입지 여건에 비췄을 때 합리적 수준이라는 견해를 내비친다.
15일 기준 도매법인은 자체 경매장과 법인·하역노조 현장 사무실, 저장창고 등 관련 시설을 설치·보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불만이 많은 것은 저장창고다.
채소2동 3층에 지은 창고는 모두 26개로 1개당 면적은 158.7㎡(48평)다. 채소2동 취급 품목을 거래 규모에 따라 도매법인과 특수품목 중도매인 조합에 배정했다. 시장 관계자 C씨는 “공사에서 제시한 저장창고 3.3㎡(1평)당 사용료는 월 12만7500원가량”이라며 “배정 창고수를 고려할 때 관리비를 포함해 연간 2억원을 창고 사용료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창고가 전량 상온창고 형태인 것도 논란이다. 실제로 농산물 유통에 활용하기 위해선 저온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법인 몫으로 돌렸다. 시장 관계자 D씨는 “수도권 저온창고 시세는 3.3㎡당 월 6만∼8만원인데, 저온시설도 갖추지 않은 상온창고 사용료가 12만원 이상인 것은 과도하다”고 짚었다.
시장 관계자 E씨는 “사용료를 10월말에서야 안내했고 11월까지는 계약을 마치라고 사실상 통보했다”면서 “내부적으로 검토·협의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아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시설 사용료는 주변 시세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초반엔 갈등이 있었지만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져 정상 개장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